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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전 참여정부 국정홍보처장이 12일 정운찬 총리를 향해 "언론에 편승해 참여정부와 대결을 즐겼던 그가 이제 와서 자신을 핍박받은 인물처럼 묘사한다"며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가 지난 11일 서강대에서 열린 교육개혁 특강에서 "서울대 총장 시절, 노무현 정부로부터 핍박 받았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김 전 처장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정 총리의 '핍박론'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 때리기'라는 왕년의 수법을 재활용하는 거라면 그건 정 총리의 자유"라면서도 "거짓 기억으로 사실을 바꾸고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처장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발언'을 언급하며 "정말 우연히도 같은 날, 대통령과 총리에게 '의도성 기억상실증(혹은 '기억조작증')이라는 희귀 질병이 동시에 발병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고 꼬집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서울대 폐지' 카드로 정운찬 총리 핍박한 적 없다"

 

그는 우선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에 대해 "참여정부는 당시 서울대 석좌교수였던 황우석 박사를 서울대가 직접 조사하는 것은 아무래도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한 적은 있지만 결코 중간발표를 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가)조사위원회를 만들어서 중간발표도 하고 했는데 중간발표 하지 말라고 여러 압력도 받았다"는 정 총리의 강연 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그는 정 총리가 당시 불거졌던 '서울대 폐지론'을 언급하며 "(정부에서)대학서열화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학교를 해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참여정부는 '서울대 폐지'라는 카드로 정 총리를 핍박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전 처장은 이어, "정 총리는 2004년 교육혁신위가 내놓은 '국립대 공동학위 수여제' 구상을 말하는 모양인데, 이 방안은 말 그대로 학자들로 구성된 교육혁신위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만든 구상안일 뿐"이라며 "당시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이 구상안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음으로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또 "국립대 공동학위 수여제가 일찌감치 폐기된 아이디어란 사실은 정 총리가 가장 잘 알 것"이라며 "(정 총리의 주장은)가물거리는 기억에 의한 착각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정운찬, 노무현 대통령과 맞짱뜨면서 독대 요청하는 등 이중플레이 펼쳐"

 

무엇보다 그는 "추상같은 '춘추필법'의 역사는 오히려 정 총리를 참여정부와 각을 세움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진 '정치 게임'을 했던 인물로 기록할 것"이라며 당시 자신과 정 총리 간의 만남, 대화 등도 모두 공개했다.

 

김 전 처장에 따르면, 정 총리는 2004년 교육부와 교육혁신위가 마련한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을 놓고 참여정부와 각을 세웠던 이들의 선봉에 서 있었다.

 

김 전 처장은 "서울대는 심층논술 강화, 3불 정책 재고 등을 요구하며 참여정부와 대립각을 세웠고 언론은 이를 앞다퉈 보도하면서 참여정부를 깎아내리는데 몰두했다"며 "이 논란에서 오직 당시 정운찬 서울대 총장만이 대통령과 맞짱 뜬 차세대 정치리더라는 전리품을 챙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정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맞짱을 뜨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노무현 대통령을 독대하고 싶어했다"며 자신을 통해 독대를 요청했던 사실 등을 말했다.

 

김 전 처장에 따르면, 2005년 5월 자신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정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뵙고, 서울대를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총리는 또 "여러 차례 선을 대 대통령을 뵈려 했지만 386들이 차단하는 것 같다"며 김 전 처장에게 독대 불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정 총리와의 (독대 주선)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 총리가 대학입시안을 놓고 정부를 공격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됐다"며 "나로서는 이런 상황이 매우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핍박'이라는 거짓 기억 통해 이미 죽은 권력 다시 욕보이려 해"

 

김 전 처장은 이어,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가 언론보도에 대한 정 총리의 진심을 확인할 때마다 정 총리 측으로부터 '왜곡보도다',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며 자신이 당시 기자들과의 저녁자리에서 "서울대 비겁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가 언론의 질타를 받았던 속사정도 털어놨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나는 '서울대'를 거론했지만 진짜 타깃은 당시 서울대 총장이었던 '정 총리'였다"며 "내게 대통령에게 보고할 기회를 달라고 하면서 동시에 언론을 활용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이중플레이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처장은 "지금도 '비겁하다'는 말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언론에 편승해 참여정부와 대결을 즐겼던 정 총리가 이제 와서 자신을 핍박 받은 인물처럼 묘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또 "참여정부 시절 그의 행태는 떳떳하지 못한 것이었고 당시를 떠올리는 지금의 기억법은 신사답지 못하다"며 "왜 정 총리는 '핍박'이라는 거짓 기억을 통해 이미 죽은 권력을 다시 욕보이려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태그:#정운찬, #노무현, #김창호, #참여정부,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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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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