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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11일 오후 4시 40분 ]

 

이명박 대통령이 <조선일보>의 '촛불 재조명' 기사를 호평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2년 전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론에 편승했던 한나라당은 이제 와서 "2008년 시위는 무책임한 선전선동 정치였다"고 비난하고 있고, 야당들은 이 대통령의 말 바꾸기를 문제 삼고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1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2008년) 촛불시위는 무책임한 선전선동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분들이 책임을 지는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뼈저린 반성은 있어야 할 것인데, 그 주체들은 여전히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관해왔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조해진 대변인도 장문의 논평으로 시민단체와 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조 대변인은 "2008년 광우병 대란은 대한민국 체제전복 집단이 기획하고, 일부 매체가 선동하고, 인터넷이 음모의 도구로 이용되고, 거기에 야당까지 부화뇌동한 한 편의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며 "촛불소녀와 아줌마 부대 등 국민 감성을 자극한 기만적 이벤트들이 모두 각본과 시나리오에 의해서 연출된 속임수였음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의 논평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석 달 동안 광우병 소동으로 온 나라가 대란의 상태에 빠지고, 정부의 기능이 정지되다시피 한 것은 국민적, 국가적으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었다. 엉터리 괴담에 휘말려서 온 나라가 무정부 상태와 같은 극단적 혼란에 빠져 허우적댄 것은 그 자체가 우리가 안고 있는 국가적 취약점을 치명적으로 노출시킨 것이었다. 거짓과 술수로 나이 어린 청소년부터 주부, 노인들까지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린 선동세력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시치미 뚝 떼거나 구차한 변명으로 둘러대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 된 직업적 체제전복세력으로서, 광우병 파동을 체제를 흔드는 불쏘시개로 생각했을 뿐이다. 광우병 촛불이 꺼지고 난 뒤 그들은 새로운 투쟁 고리를 찾아서 4대강, 무상급식, 지방선거 등 쟁점들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새로운 불씨를 만들어내려고 부채질을 하고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거짓선동 세력에게 글로벌 대한민국이 기만당하고 농락당한 것에 대해서 정부와 정치권 등 우리 모두 진실로 부끄러워하고,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조 대변인은 "특히 민주당 등 야당은 표에 눈이 멀어 촛불의 곁불을 쬐려고 광우병 시위에 들러리를 선 것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동 정치", "사기극" 맹비난... 2년 전엔 "민심이 재협상 요구하면 받아들여야"

 

그러나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말대로라면, 이들도 2년 전에는 '거짓선동'에 휘말려 정부에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우를 범했다.

 

당시 홍보기획본부장이었던 정병국 총장은 사건 초기인 2008년 5월 6일에는 "국민이 잘못된 루머에 현혹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당에서 미국 소의 성장과정부터 도축, 포장, 수출 전 과정을 현지조사해서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가 같은 해 6월 4일에는 "국회에서 여야가 재협상 촉구 결의안으로 뒷받침할 테니, 정부는 국회를 지렛대 삼아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민심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진 대변인도 2년 전에는 "국민들이 감성적으로 뒤엉켜 있는 현재 상황에선 정부가 제시한 자율규제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을 각오하더라도 국민이 원하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2008년 6월 5일자 <한겨레>).

 

한나라당에는 이들처럼 촛불시위 지지 여론이 높을 때 재협상론을 얘기했다가 시위가 잦아들자 "선동에 놀아났다", "불법 폭력시위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을 바꾼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들의 행동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청와대 관계자 "MB 발언, 한쪽을 탓하는 언급 아니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을 보수와 진보로 분열시켜서 지방 선거에서 이익을 보려는 정략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조변석개로 바뀐다면 어떻게 국민이 대통령의 말을 믿고 따를 것이며,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논평했다.

 

양순필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뜬금없이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들에게 반성을 촉구했는데, 2년 전의 반성이 거짓이었음이 분명하다"며 "대통령에게 반성하라고 말로 하는 것은 광우병에 걸린 소에게 경을 읽는 거나 마찬가지다. 백날 말해야 입만 아프다"고 말했다.

 

양 대변인은 "대통령의 촛불시위 반성 발언은 국민을 편 갈라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선거 전략이 분명하다. 나아가 2008년 촛불 시민, 2009년 두 분 대통령님의 서거를 애도한 '조문 시민'이 선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그 사이 촛불의 힘으로 미국 농무부는 다우너소의 도축을 전면금지하기에 이르렀고, 이웃나라 대만에서도 광우병 위험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이 밝혀졌다. 안전한 먹을거리, 윤리적인 축산,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우리 촛불이 세계를 바꾸어 갔다"고 반박했고,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도 "대통령의 머릿속 지우개는 자신의 과오와 부끄러운 과거만 지워주는 특수기능 지우개인 모양"이라고 논평했다.

 

2008년 광우병대책회의 상황실장을 지낸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트위터에서 "그때 끝냈어야 했는데, 못 끝낸 게 우리의 한계였고 준비 부족이었다"며 "6월 2일, 통절한 반성을 담은 '칼날 같은 표'를 드리면 된다"고 비꼬았다.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이 예상외로 큰 반발을 일으키자 발언의 무게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여러 신문에서 촛불시위 재평가 작업이 나오니 반추하는 계기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지식인의 책임도 중요하고, 정부도 책임있는 자세를 견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지식인 얘기를 했지만, 우리 정부 안에서도 촛불시위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계기가 되지 않았냐?"며 "백서를 만들라는 게 한쪽을 일방적으로 탓하는 언급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태그:#광우병백서, #이명박, #정병국, #조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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