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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심포지엄 -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가 열렸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심포지엄 -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가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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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하나는 내가 좀 잘못했어. 오히려 예산 딱 가져오면 색연필 들고 '사회정책 지출 끌어올려' 하고 위로 쫙 그어버리고. (중략) 복지비 그냥 올해까지 30%, 내년까지 40%, 후내년까지 50% 올려' 했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 무식하게 했어야 하는데 바보같이 해가지고…. 논리적으로 해서 성과가 많지 않은 것이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이 회의장 안에 울려 퍼졌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진보의 미래>를 구상하며 참모들과 토론할 때 녹음해 놓은 내용이었다. 1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심포지엄에서는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이 던진 화두를 놓고 학자들의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의 '좌 클릭'과 야당의 '연대'를 말했다. 조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반성적 회고에 대해 "사후적이어서 아쉽지만 실권의 근본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보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진보개혁 진영의 승리 조건은 '좌 클릭'과 '연대'

조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퇴행을 이야기하면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나았지 않았느냐'고 하는 것은 서민대중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다"라며 "지난 두 민주정부는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평화통일과 복지정책 초석을 놓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양산, 사교육 창궐, 집값 폭등 등 민생문제 해결에 실패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조지 레이코프가 <프레임 전쟁>에서 지적한 진보파가 빠지기 쉬운 '열두 가지 덫'을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진보파는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사실 이것은 역효과를 낸다. 오른쪽으로 이동함으로써 진보주의자들은 실제로 우파의 가치를 활성화하고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들을 소외시킨다."

이 관점에서 조 교수가 '진보의 미래'를 위해 제시한 대안은 '좌 클릭'의 강화다. 그는 "진보적 관점에서도 서민대중의 욕망이 충족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진보세력이 승리할 수 있다"며 "민주당이 정권을 잃은 후 무상급식, 영유아 무상보육,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뉴민주당플랜을 내놓으면서 중도보수에서 한걸음 '좌 클릭'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민주정부 동안 본격 진행된 사회양극화와 중산층 붕괴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그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우 클릭'이 아니라 '좌 클릭' 정책"이라며 "민주당이 뉴민주당플랜을 철저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어떤 선거에서도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이게 바로 '무식하게 했어야 하는데 바보같이 했다'고 자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남긴 유훈"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노동당에 대연정 제안했더라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심포지엄 -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가 열렸다. 토론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한 관련 주제에 대한 발언을 영상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심포지엄 -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가 열렸다. 토론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한 관련 주제에 대한 발언을 영상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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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가깝게는 6·2지방선거와 멀게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연대'를 촉구하면서 '있었음직한' 역사적 상상을 하나 제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인 152석을 획득하고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어 원내에 진출했던 2004년이야말로 진보개혁 진영이 한국 사회의 '판'을 바꿀 수 있었던 절호의 시기였다"며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이때 민주노동당에 대연정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강화 등 선거법 개정,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노동법 개정 등을 합의 성사시켰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진영의 화법으로 이야기하면, 진보진영이 다음 대선에서도 실패하면 '잃어버린 10년'이 된다"며 "진보개혁 진영이 이번 지방선거의 선거연합을 교훈 삼아 2012년 총선에서는 공동정책을 전제로 합리적인 선거구 조정을 이뤄내고 나아가 대선에서는 연합정부를 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주제발표를 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이명박 정부의 집권을 가져온 핵심 원인으로 사회 양극화를 꼽았다.

정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민주개혁이나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성과가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IMF 경제위기 이후 일상적 삶과 긴밀히 연결돼 있었던 경제문제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민주정부의 경제성과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고도성장의 기억 속에 사화적 양극화로 고통 받는 유권자들에게 민주정부 경제정책 효과는 미흡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고용안정성 향상 및 사회안전망과 복지정책 강화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무식하게 할 걸 바보같이 해서'를 넘어서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과감한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를 주문했다. 조희연 교수는 "'너 좌파지?'라는 게 가장 큰 욕이 되는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래 나 좌파다, 좌파가 얼마나 좋은 건데'라고 반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무식하게 할 걸 바보같이 해서'라는 후회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비타협적 정치적 개혁주의와 사회경제적 개혁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낸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내부자의 관점에서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김 교수는 "두 민주정부는 저성장 체제 하에서 사회정책, 즉 복지를 확대하고 또 세계화된 경제 체제하에서 고용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모순된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며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우리가 했던 것이 아니라 당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진보주의라고 했지만 성장주의에 기댄 동시에 성장콤플렉스에 시달린 것도 사실"이라며 "헛된 꿈을 좇다가 스스로 붕괴해버린 아일랜드, 두바이 모델을 당시 배워야 한다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진보주의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반성 하나를 언급했다.

"나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죠. 카드 한번 내밀어 보지 못하고 아니라고 부인부터 먼저 했잖아요. '너 예수 제자지?' 이러니까 '아닙니다' 이렇게 된 것 아닌가요. '그래 내가 예수 제자다' 하고 나갔어야 하는데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했거든."

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수십 번 (진보주의자라는 것에 대해) 부인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예수가 죽자 그의 제자라는 것을 부인했던 사도가 나중에는 가장 앞장서서 기독교를 전파하고 하나의 세력을 형성해서 결국 로마를 접수했던 것처럼 지난 10년간의 집권경험을 과학적으로 반추하고 발전시킨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심포지엄 -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에서 참석자들이 행사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심포지엄 -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에서 참석자들이 행사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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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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