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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튼 볍씨가 모판에 뿌려지는 것은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되는 것과 같다. 자궁벽은 모판이요, 자궁(아기집)은 온실이다. 모는 모판에서 달포 못 미칠 때까지 자란 후에 논에 심겨진다.

 

모판에 뿌려진 볍씨는 닻처럼 뿌리를 땅에 내리고, 돛처럼 떡잎을 하늘에 올리며 자리를 잡아간다. 점이었던 씨앗이 선이 되고 면이 되고 입체가 되면서 완전한 식물체로 자란다.

한 톨의 볍씨 안에 있던 씨눈은 단지 가능성만 가진 작은 점이었으나, 온도와 습도의 적당한 조건을 만나니 제 모양을 갖춘 입체가 되었다. 내재적인 가능성과 외부적인 환경이 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온전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볍씨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의 양분을 가수분해효소로 분해하고, 사이토키닌과 옥신 등의 호르몬을 만들어서 씨눈의 자람을 부추긴다. 모판은 갓난아이 같은 싹튼 볍씨가 잘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 모판은 가로 60cm, 세로 30cm, 높이 3cm의 사각 상자다. 그 안에 상토를 채우고 물을 충분히 적신 후 볍씨를 뿌리고 다시 상토로 덮는 모판 만들기 작업을 한다.

 

상토는 모가 뿌리를 잘 내리고 지탱할 수 있도록 부드러우며, 스펀지처럼 물을 잘 머금고,

모가 자라는데 필요한 양분을 가지고 있으며,  4.5~5.5Ph의 알맞은 산도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산흙에 낙엽 등을 섞어서 만들었으나 요즘은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시판상토를 사용한다.

 

 

 

4월 16일

모판에 상토를 담고 싹튼 볍씨를 뿌려서 모판상자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모판상자에 상토를 2/3가량 채우고 볍씨를 골고루 뿌린 후 다시 흙덮기(복토)를 하였다.

 

한 상자당 뿌리는 볍씨의 양은 130g인데, 대부분 농가들은 더 촘촘히 뿌리는 경향이 있다.

씨앗을 많이 뿌리면 많은 모가 자라면서 서로 부대끼고 약해져서 더 쉽게 병에 걸린다. 한 교실 안에 50명의 학생이 수업할 때와 30명의 학생이 수업할 때의 학습환경을 비교해보자.

 

약한 많은 모보다는 튼실한 적은 모가 풍성한 가을걷이의 꿈을 이루어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어릴 때 병약한 모는 자라면서도 비실할 수밖에 없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듯 '모'를 보면 '벼'를 알 수 있다.

 

모판 1상자에 130g의 볍씨를 뿌릴 경우 볍씨 1포대(20kg)로는 150상자의 모판을 만들 수 있다. 촘촘하게 뿌리는 경우는 종자 1포로 100상자밖에 만들지 못하는데, 이 경우는 상자당 200g 정도를 뿌린 경우이다.

 

이제는 모판만들기도 대량으로 한다. 이천은 농협이나 육묘장의 시설화된 하우스에서 공정육묘나 일반육묘를 통해 전체 모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다.

 

 

   

볍씨를 뿌린 후 모판을 거적 등으로 덮어 어둡게 한 상태로 30~32℃의 기온에서 이틀 정도 두면 싹이 5~10mm로 자라게 된다. 이 과정을 출아작업이라고 한다. 어린 싹은 뾰얀 우윳빛인데, 이 싹이 갑자기 밝은 빛에 노출되면 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시나브로 빛과 온도에 적응시킨다. 

 

 

 

 

 

모판에 뿌려진 싹튼 볍씨, 이제는 더이상 씨가 아니다. 씨가 모로 탈바꿈하면 다시는 씨로 돌아갈 수 없는 법, 오로지 뿌리를 뻗고 잎을 내어 자라는 것만이 살 길이다.

 

싹튼 볍씨여, 잘 자라다오. 아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DAUM 블러그 <시골뜨기의 잠꼬대>에도 기재되었습니다.


#벼#출아#모판#파종#이천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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