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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한 달 가량 앞둔 25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분주했다. 부엉이바위 아래 묘역은 박석을 까는 추가공사로 일요일인데도 인부들이 한창 일을 하고 있었고, 들녘은 노 대통령이 시작했던 오리·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농업'인 '봉하쌀' 생산을 위한 영농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많은 방문객들로 붐볐다. 이날 화창한 봄 날씨 탓인지 제법 넓은 두 곳의 마을 주차장은 비좁을 정도였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서울과 경기, 광주, 대전, 포항,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방문객들은 마을 입구 옛 농기구 보관창고를 개조해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가 만든 전시장부터 구경했다. 이곳에는 노사모 회원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이나 자료들을 모아놓았다.

전시장 안에는 20여 명이 앉아 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노란색 쪽지에 방명록을 적어 붙여 놓도록 '벽보판'을 만들어 놓았는데, 공간이 비좁아 쪽지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최근에 나온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가 묘역 앞에 놓여 있다.
 최근에 나온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가 묘역 앞에 놓여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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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은 생가를 둘러보고 사저 앞을 지나 묘역을 둘러보기도 했다. 또 일부 방문객들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떨어졌던 부엉이바위 앞을 지나 지난해 서거 뒤 49재가 열렸던 정토원을 다녀오기도 한다. 부엉이 바위 앞에는 노란색 리본이 매달려 있다.

묘역은 박석을 까는 추가공사가 한창이다. 당초에는 5월 초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다소 늦어지고 있다. 바닥돌인 '박석'은 국민참여 방식으로 모아졌는데, 1만5000여 개가 조성된다.

방문객들은 국화꽃을 사와 묘역(임시) 앞에 놓기도 하고, 절을 하거나 묵념을 하기도 했다. 묘역 앞에는 최근에 나온 자서전 <운명이다>가 놓여 있었다.

평일 1000~3000여 명, 주말 4000~6000여 명씩 봉하마을을 찾고 있다. 김해시가 운영하는 봉하마을 관광안내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일(토) 3865명이었는데 18일(일)에는 6284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평일인 지난 13일에는 2550여 명이 다녀갔다. 외국인도 찾고 있는데, 지난 18일에는 18명, 16일에는 5명이 다녀갔다.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3명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인근 식당을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오기도 한다. 1주기가 가까워오면서 방문객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장과 관광안내소 앞, 생가 앞 등 곳곳에 방명록을 적도록 해 놓았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기록을 남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님, 저는 그 전에는 님이 시러(싫어)했지만 이젠 좋아요."
"하늘에서도 지금처럼 행복하세요. 그리고 저는 대통령님을 잊지 못할 것 같애요."
"미안합니다. 이제사 뵙게 되어. 살아 계실 때 왔어야 했는데 또 후회하네요."

방문객들은 다양한 소감을 피력했다. 아이들과 포항에서 왔다고 한 김인영(36)씨는 "느낌이 짠하다"며 "이전에는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2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주차 공간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몰려 들었다.
 2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주차 공간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몰려 들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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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친구들과 왔다는 60대 할머니는 "처음 와 봤다.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생가와 사저를 직접 눈으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사저가 호화스럽다고 하던데 밖에서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와 보니 대통령 생각이 더 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온 50대 아저씨는 "지난해 서거 때부터 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못 왔는데 오늘 처음 와 봤다. 서거 1주기를 앞두고 있어 그런지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 다섯명이 주차장 옆 경계석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 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들은 "투표 안할라 생각했는데 꼭 해야겠다"거나 "정치인은 다 똑 같지 뭐. 맨날 싸우고"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해노사모 회원인 전원표씨는 지난해 서거 때 만화가들이 인터넷에 올렸던 작품을 다운 받아 판넬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김해노사모 회원 오세주씨는 "어제부터 사진전을 열고 있는데 방문객들의 반응이 좋다"면서 "1주기까지 연지공원 등 김해시내에서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봉하마을에서는 오는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도식을 비롯해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린다.

김해 봉하마을 옛 농기구 창고를 개조해 만든 전시장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각종 자료를 모아 전시하고 있다.
 김해 봉하마을 옛 농기구 창고를 개조해 만든 전시장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각종 자료를 모아 전시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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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 노무현 대통령, #봉하마을, #자서전 <운명이다>, #1주기 추도식, #5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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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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