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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단지내 '민간부동산 몰수' 하나만 남았다.

 

1998년 11월 18일에 '금강호'가 첫 관광을 시작한 이후  2007년 7월 11일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될 때까지 193만 4662명의 남측관광객이 방문했던 금강산 관광.

 

담화문 "금강산 관광길 영영 끊기게 된 것"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이 된 금강산 관광은 북한이  23일 금강산 관광사업을 지도하는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 담화문을 통해  "남조선 당국 자산인 금강산면회소와 소방대, 한국관광공사 소유인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 5개 대상 전부 몰수와 관리인원 추방한다"고 선언함으로써, 12년만에 사실상 종결상태에 들어갔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금강산 관광길이 영영 끊기게 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최종적인 폐쇄까지 남은 조치는, 현대아산 등 민간업체들 부동산에 대한 몰수 뿐이다.

 

북한이 이 마지막 조치를 남긴 것은, 아직도 금강산관광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기면서 이명박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북한으로서도 정부 자산이 아닌 민간자산을 동결하는 것은 이후 타국들과의 사업에서 대단히 나쁜 선례가 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금강산관광에 대해 단계적으로 압박강도를 높여왔고, 이명박 정부도 이에 무대응과 강경대응으로 맞서면서 상황이 악화돼 왔다는 점에서, '민간업체 부동산 몰수'는 남북이 상대방에게 최종적인 금강산 폐쇄의 책임을 돌리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금강산관광을 완전히 파묻어버리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남북 양쪽의 강경대응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강산 5개 시설 몰수, 이 대통령 '태양절 폭죽 비판'이 결정적

 

북한이 23일 '금강산 면회소 등 5개 시설 몰수'라는 초강수를 내놓은 것은, 구조적인 요인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태양절 폭죽 비판'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2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박림수 정책국장 등 국방위원회 관계자들이 금강산관광단지 시찰을 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이번 담화를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민주평통 북미주지역 자문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백성들은 어려운데 60억원을 들여 (김일성 주석) 생일이라고 밤새도록 폭죽을 터뜨렸다고 한다"며 나는 북한이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존엄'의 핵심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북한은 명승지 지도국 담화에서 이에 대해 "리명박 역도는 대결에 미쳐 날뛰던 나머지 감히 우리의 태양절기념행사까지 시비하는 무엄한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담화는 또 "괴뢰패당은 저들의 함선 침몰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련결시키면서 북남관계 전면단절과 지어는 '전쟁불사론'을 줴쳐(외쳐)대는데 이르고 있다"며 "지금 정세는 금강산관광은 고사하고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일발의 최극단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사건의 배후이므로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남측 일각의 주장도 이번 담화의 직접적 배경이 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북한이 지난해 8월 '김정일-현정은 묘향산 합의'와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 대한 고위조문단파견-이명박 대통령 면담 등에서 보인 대남유화책을 접었다는 의미가 더 커보인다.

 

남북관계 단절국면으로 가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번 담화는 북한이 그동안 남한에 보여 왔던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의미를 갖지 못했던 지난해 8월 이후의 '유화국면'에서 남북관계 단절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력대응을 선언하면서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물자 수입 축소,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 불허, 물자제공 중단 등의 조치 등의 경제적 대응이 우선 거론된다.

 

그러나 이미 남북교역이 상당히 위축돼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같은 압박조치가 실효성을 갖기는 어렵다. 사실상 현실적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면서 "남한이 지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붕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압박은 동(금강산)에서 서(개성)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명승지 대변인 담화'에서 언급한 '보다 무서운 차후조치'에는 개성공단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강 대 강'구도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마지막 통로인 개성공단도 그 흐름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이미 북한은 지난달 8일, 남한정부 소유 부동산 동결조치를 발표하면서 "개성공단 사업도 전면재검토 되게 될 것"이라고 했고, 지난 18일과 19일에는 박림수 정책국장등 국방위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4만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대단히 큰 부담이며, 동시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압박수단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때문에 당장에 긴박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서서히 압박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2·1조치'처럼 육로통행 차단 등을 통해, 120여개의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어 활동을 어렵게 만들어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는 것 등이다.

 

"악재는 악재를 낳는다"

 

북측의 '금강산 면회소 등 몰수'는 법적으로는 남북투자보장합의서를 위반한 것이지만,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지난 2월 8일 실무회담 이후 "대화문은 열려 있으나 대화제의는 않겠다"는 무대응 태도를 유지해온 정부의 책임도 크다.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금강산 관광을 사고해왔기 때문이다.

 

김연철 교수는 현재 상황에 대해 "역사적으로 남북관계에서는 악재가 악재를 낳는 경우가 많았다"고 우려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라는 대형악재가 터져있는 상황에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이명박#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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