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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의 언어가 아닌 소통

지난 4월 5일에 이식한 큰 산벚나무가 새로운 땅에 적응하는데 부담을 덜기위해 가지치기한 잔가지들의 꽃망울들이 애처로워 그 가지들을 주어다가 실내의 화병과 실외의 독에 물을 붓고 아무렇게나 꽂아두었습니다. 일주일 뒤인 4월 12일, 실내의 산벚나무는 그 몽우리들을 모두 터트려 흰 꽃이 만발했습니다. 하지만 정원의 가지들은 여전히 꽃망울상태였습니다. 다시 열흘이 흘러서 실내의 산벚나무는 이미 꽃잎들을 모두 떨어뜨렸지만 실외의 산벚가지는 어제야 꽃을 피웠습니다. 온도에 식물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버려진 가지를 주워 화병에 꽂은지 일주일만에 꽃이 만개한 실내의 산벚나무가지
 버려진 가지를 주워 화병에 꽂은지 일주일만에 꽃이 만개한 실내의 산벚나무가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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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모든 몽우리를 모두 터뜨린 실외의 산벚나무가지
 4월 22일 모든 몽우리를 모두 터뜨린 실외의 산벚나무가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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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프원 정원에는 키 큰 버드나무가 있습니다. 한 몸의 가지라도 빛을 많이 받는 나무의 머리 부분 가지들과 상대적으로 빛을 적게 받는 나무 아랫부분의 생육상태가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아랫부분의 가지는 아직 꽃술을 내지 못하고 녹색의 새 잎만 자란상태이지만 옥상에 올라 관찰한 나무의 끝부분은 이미 가지마다 꽃술까지 가득 달고 있습니다. 말못하는 나무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지 않을 뿐, 주변의 모든 상황들과 더욱 긴밀하고 정확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지요.

아직 잎만 나온 버드나무 아랫부분의 가지
 아직 잎만 나온 버드나무 아랫부분의 가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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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상층부는 이미 꽃술을 가득 달고 있습니다. 한 몸이라도 일조량에 따라 생육에 크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무 상층부는 이미 꽃술을 가득 달고 있습니다. 한 몸이라도 일조량에 따라 생육에 크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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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잘린 가지조차도 온도에 순응하고, 한 몸의 버드나무가지도 빛에 숨김없이 반응합니다. 어쩌면 스스로와 자신의 집단을 미화하기위해 말을 덧붙이거나 빼는 인간의 언어적 소통보다 초목처럼 천지를 매운 온도와 빛을 매개로한 이 비언어적 소통이야말로 과장이나 착오가 훨씬 적겠다 싶습니다. 사람간의 반목과 증오의 불씨는 바로 말로 말미암은 것들이 태반이니까요.

옥수수가루가 가장 싼 때는 공직자가 횡령한 것을 시장에 내놓을 때

어제는 모티프원에서 송학식품 성호정 회장님과 대담하는 CGNTV의 프로그램의 촬영이 있었습니다. 선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크리스천 위성방송인 CGNTV는 위성뿐만 아니라 케이블TV와 인터넷으로 전세계에서 시청할 수 있는 방송입니다. 저는 성호정 회장님의 선교열정과 조건 없는 나눔을 실천하고 계신 사례가 선교뿐만 아니라 기업가의 나눔 문화 파급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겼습니다. CGNTV의 이화중PD와 문종석PD는 그 뜻에 공감했고 자신들이 연출하고 있는 '아버지 시대'에 출연을 요청했습니다.

모티프원에 방문했던 제작진들은 모티프원에서의 녹화를 원했고 그래서 '아버지 시대의 성호정 장로 편'은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던 2년 만에 처음으로 방송국 스튜디오 밖에서 녹화한 경우가 되었습니다.

탤런트 전혜진씨와 민만규 목사님의 공동사회로 녹화된 이 대담에서 성호정 회장님은 성실과 근면 그리고 믿음으로 전통식품업계 1위의 회사로 키워온 노정을 소개하고 기업이윤을 나누는 나눔의 보람과 기쁨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또한 이 기업을 이을 아들인 성동주 상무가 능력 있는 기업가로뿐만 아니라 '나눔'의 실천에서도 아버지보다 더 통 큰 사람이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아들은 부모의 삶을 닮게 마련이지요. 그러므로 아버지의 기업뿐만 아니라 그 부모의 삶과 꿈도 함께 상속될 것입니다.

사회자와 대담 녹화중인 성호정회장
 사회자와 대담 녹화중인 성호정회장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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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를 마친 성회장님의 뜻으로 함께 식물감각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녹화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보다 자유롭게 이어졌습니다.

성회장님께서 북한과 아프리카를 도우면서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케냐에서 그들이 우리의 밥처럼 주식삼아 먹는 우갈리의 재료인 옥수수가루를 싼 시기에 좀 더 많이 사서 두었다가 사용하면 같은 돈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 끼라도 더 먹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쪽 사정이 밝은 분께 연중 어느 때가 옥수수 값이 가장 저렴한지를 물었습니다. 한데 그분은 '고위공무원들이 빼돌린 외국의 원조품을 현금화하기위해 시장에 내다 팔 때'라고 답했습니다. 빈곤퇴치만큼이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일은 어려운가 봅니다."

어머니를 잃는 슬픔을 겪어보기 전의 제 연기는 가짜였습니다.

전혜진 사회자도 성회장께 화답하는 말을 이었습니다. 미스코리아대회에 나가게 된 경위와 탤런트로 활동하면서 북한에서 드라마를 녹화하면서 호텔에서 추위와 샤워물이 없어 고생했던 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홍보대사로서 그 나라를 방문했다가 5성급 호텔방에서 600불의 돈을 도난당한 에피소드 등을 곁들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집안을 신실한 기독교로 인도했던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얘기도 고백했습니다.

"폐가 좋지 않았던 어머니가 입원을 하시고 투병하는 동안 함께하면서 어머니를 지켜보는 일은 너무나 큰 고통이었습니다.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은 손가락이 다 달토록 벽을 긁어도 시원찮을 판이었습니다. 슬픈 연기도 많이 했지만 그동안 제가 극중에서 흘렸던 눈물들은 모두 가짜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영면을 목전에 두고 진짜 슬픔이 무엇인지를 알았던 것입니다. 가득한 슬픔으로 기도하는 사이에 '네 어머니는 너의 어머니기도 하지만 나의 딸이기도 하다. 내 곁으로 오는데 그렇게도 슬픈 일이겠는가'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 후 기쁨으로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녹화때보다 더욱 흥미있는 얘기들이 이어졌습니다. 전혜진씨도 간증같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녹화때보다 더욱 흥미있는 얘기들이 이어졌습니다. 전혜진씨도 간증같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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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도 나눔과 조화가 필요한 때

1층에서 멧비둘기 한 쌍을 사진 찍고 있는데 찰스그룹인터내셔널의 대표인 찰스 픽이 내려왔습니다. 중요한 개발프로젝트를 수행하기위한 준비로 일본과 미국에서 전문가들이 모티프원에 오셨습니다. 기획자, 개발자, 컨설턴트, 건축가 등입니다.

며칠 전부터 멧비둘기 한 마리가 모티프원의 2층 그레이팅 난간 아래를 오가드니 오늘은 짝을 데려왔습니다. 깃털을 가다듬어 주는 등 한참이나 서로를 받드는 사랑나눔을 하다가 갔습니다. 그 후로도 몇 차례 같은 장소를 드나들었습니다. 아마 한동안 이 난간을 사랑의 아지트로 삼을 모양입니다.

이제는 각 나라의 유관분야들이 힘을 합쳐야하는 이 프로젝트처럼, 회사의 일도 유아독존이 아니라 각 전문분야별 나눔입니다. 사실 분업과 협업은 별개가 아니라 모티프원의 버드나무처럼 같은 뿌리를 가진 다른 가지일 뿐이지요. 그러므로 그 업무는 멧비둘기의 사랑 나눔처럼 조화롭게 소통되어야합니다.

모티프원의 2층 난간아래에서 멧비둘기의사귐
 모티프원의 2층 난간아래에서 멧비둘기의사귐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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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일상,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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