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4월 3일(토)부터 4월 9일(금)까지 광주 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는 광주 연극제가 열렸다. 전국연극제 광주대표를 뽑기 위한 경연장으로 5개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부터는 창작극으로만 경연을 벌이고, 심사위원도 참가팀에서 추천한 1인과, 협회 추천 3인 모두 여덟명이 심사를 하게 해 공정성을 더욱 기했다.

제24회 광주연극제 최우수상 수상작  <사평역> 장기수인 박씨(박영진)가 집에 들렀다 귀감하기 위해 사평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장면
▲ 제24회 광주연극제 최우수상 수상작 <사평역> 장기수인 박씨(박영진)가 집에 들렀다 귀감하기 위해 사평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장면
ⓒ 푸른연극마을

관련사진보기


이날 '푸른연극마을'의 <사평역>이  최우수상을 받아 오는 6월에 부산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에 광주 대표로 나가게 됐다. '푸른연극마을'은 무대미술상(김명대)과 신인연기상(조경란)도 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사평역>은 임철우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연극이다. 심사위원장 한옥근 교수(조선대)는 원작의 서정성을 무대에 제대로 부각시킨 점과 세련된 무대 미술을 높게 평가하였다. 심사에 참여한 기자가 보기에도 <사평역>은 정적인 무대미학을 잘 살렸고, 참여한 배우들의 기량이 뛰어나 보였다.

또 신디와 해금 연주자를 무대에 노출한 상태에서 배경 음악을 연주하게 한 점도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다만 연주 음향이 약해 제대로 안 들린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정치범과 미친 여자를 억지로 엮으려다 보니 작품의 서정성이 반감된 점도 아쉬웠다. 원작처럼 각기 사연만 들려주면서 서정성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올해부터는 희곡상을 신설해 수상했는데 첫날 공연한 <제비집>의 작가 원광연씨가 영예를 안았다.

희곡상을 수상한 <제비집> 과부인 영숙어미(류지영)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문진희) 말을 듣고 있는 장면
▲ 희곡상을 수상한 <제비집> 과부인 영숙어미(류지영)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문진희) 말을 듣고 있는 장면
ⓒ 김영학

관련사진보기


<제비집>은 과부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봉양하며 겪는 애환을 그린 연극이다. 정통 사실주의극으로 정교한 플롯과 따뜻한 휴머니티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관객들이 보기에는 무난했지만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극적 사건이 없고, 익숙한 스토리라인 때문에 감동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더라도 공을 들인 무대와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오씨아재역을 맡은 정순기는 능청맞은 코믹 연기로 연기상을 받았다.

둘째날 공연한 <금금용의 택시일지>는 코미디였다.

<금금용의 택시일지> 택시기사 금금용(김경곤)이 파출소에서 취객(이명덕)과 다투고 있는 장면
▲ <금금용의 택시일지> 택시기사 금금용(김경곤)이 파출소에서 취객(이명덕)과 다투고 있는 장면
ⓒ 광주연극협회

관련사진보기


극단 크리에이티브드라마의 <금금용의 택시일지>는 소심남 금금용이 취객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다가 결국 삶을 성찰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관객을 시종일관 웃게 만드는 코미디였다. 추리극처럼 시간 역순으로 구성을 취해 작품을 흥미롭게 이끌면서도, 관객의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일부 배우의 불분명한 발성 때문에 대사전달이 제대로 안 된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연기상을 받은 이현기의 코믹연기는 원숙했지만 일부 배우의 연기가 미숙해 극이 소란스러워 보인 점 또한 아쉬웠다.

셋째날은 극단 얼아리의 <별이 반짝이는 밤에>였다.

<별이 반짝이는 밤에> 강제 철거를 하려고 경찰(이기인)이 들이닥치자 학생(박선영)이 항의하는 장면
▲ <별이 반짝이는 밤에> 강제 철거를 하려고 경찰(이기인)이 들이닥치자 학생(박선영)이 항의하는 장면
ⓒ 광주연극협회

관련사진보기


<별이 반짝이는 밤에>는 철거민의 비애를 그린 작품이다. 재개발로 주거지에서 쫓겨나야하는 철거민의 일상을 가슴 시리게 그린 점은 좋았지만, 70년대 <꼬방동네사람들>류의 이야기에 머물러 버린 점은 아쉬웠다. 현 시국에서 철거민이 겪는 본질을 치열하게 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조명이 잘못 켜지는 실수가 잦아 몰입에 방해를 주고, 무대가 썰렁해 보인 점은 지방연극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필자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넷째날은 뮤지컬로 극단 유피씨어터의 공연이었다.

뮤지컬 <별> 극단 유피씨어터의 뮤지컬 <별>에서 해설역을 맡은 채유리가 코러스를 향해 노래하고 있다
▲ 뮤지컬 <별> 극단 유피씨어터의 뮤지컬 <별>에서 해설역을 맡은 채유리가 코러스를 향해 노래하고 있다
ⓒ 광주연극협회

관련사진보기


<별>은 경연작 가운데 유일한 뮤지컬로 환상적인 무대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객을 압도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선곡된 노래의 선율이 비슷하고 무대를 제한적으로 쓴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노래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다보니 작품 메시지를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해 희생한다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팸플릿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멋진 공연도 관객과 소통이 안 되면 제작 의도가 반감되지 않을까?

이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별>은 우리 지역 배우만으로도 멋진 뮤지컬을 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이상에서 이번 제24회 광주연극제 심사에 참여하면서 기자가 느낀 점을 적었다. 경연작에 대한 다른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참고해 총평하면, 지역작가의 창작극으로만 무대를 꾸민 탓에 예년에 비해 작품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크게 차이나지는 않다는 게 주된 평가였다.

끝으로 행사 기획에 대한 소감을 적으면, 창작극으로만 경연을 하고, 다수의 심사위원이 낸 점수로만 통계를 내 공정성을 더욱 기한 점은 아주 좋은 기획이었다고 평가한다. 지역 작가들에게 창작 동기를 부여해 지역 연극 활성화에 기여하고, 심사의 공정성이 더 확보됨으로써 연극제 참여 열의를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최우수상을 받은 '푸른연극마을'이 전국연극제에서 쾌거를 거두길 기원한다.


#빈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