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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교토 인터숙(원장 한성)에서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제 8차 연구발표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지난 2010년 3월 20일 서울 한글회관에서 열린 한글학회 정기 총회에 대한 보고를 듣고 2009년 사업 보고와 회계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서울에서 열리는 한글학회 정기 총회에 이곳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에서 한남수 고문이 가기로 했는데 여행허가 즉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가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곳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 가운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조선'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조선 국적을 가진 분들은 이유야 어떻든 한국에 가려면 영사관이나 대사관에 가서 한국 여행 허가증 즉 비자와 같은 것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재일교포는 매년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재일교포들이 한국이나 조선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귀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나 조선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귀화하는 것은 민족의식이나 가치의 문제이기 보다는 현실적인 상황에 있다고 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재일교포 1세들은 거의 돌아가시고 지금은 2세, 3세가 살고 있습니다. 특히 3세 이후 재일교포들은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정체성도 갖지 않은 상태에서 피만 한겨레의 피를 이어 받았다고 하여 한국이나 조선 국적을 유지하기에는 힘이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자신의 부모님 가운데 한 분이 한국 사람이라고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한국말을 배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를 시작으로 한국 국적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재일교포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 국적이든 조선 국적이든 일본 국적이든 한반도의 피를 이어받은 우리 동포들이 서류상의 국적으로 인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번 한국 입국이 거절된 한남수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오사카 총영사관에서 한국 입국을 위한 면회 때 왜 아직껏 조선 국적이냐? 한국 국적으로 바꿨으면 한다는 등 모욕적인 언질을 받았고, 한글학회 초청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허가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글학회가 정치단체도 아니고 순수하게 학문을 위한 학회임에도 국적을 내세워 입국을 거절하고 학회 총회 참석을 못하게 한 것은 지나치게 굳은 업무 처리라고 하겠습니다. 재일교포나 재외 국민들에게 특별한 대접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똑같이 한반도의 핏줄을 이어받은 한겨레로서 조국에 대해서 섭섭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재일교포의 경우 국적은 자신이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간 부모로부터 이어져 온 것을 양심껏 지켜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국적은 개인의 양심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강요할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조선 국적의 재일교포라도 적극적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조국의 현실을 이해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겨레의 통일을 앞당기는 일일 것입니다.

 

이번 연구발표에서는 회원 네 분이 발표를 했습니다.

 

한성 회원은 '일본 천황가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천황가와 신라계, 가야계가 모두 스키타이 계통의 흉노, 선비족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일본서기의 기록과 출토된 유물, 친족중심의 결혼 제도 등을 중심으로 자신의 가설을 역설했습니다. 신라나 가야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철, 금관, 유리 유물이나 출토된 사람 뼈가 동양인과 다른 큰 몸집이 이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남수 회원은 '규정어가 문장에서 노는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규정어는 일본어에서 명사 앞에 붙는 연체형, 연체 수식을 말하고 우리 문법에서는 관형사나 관형사를 말합니다. 특히 동사 형태로 명사 앞에서 명사를 수식하는 말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사용 예를 소개하고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명사 앞에서 명사를 수식하는 동사는 형태가 달라집니다.

 

김리박 지회장은 모토오리 노리나가가 지은 고사기전에서 쓰인 되나라 꼴글의 닛폰 뜻소리를 우리 바닥쇠 뜻말로 옮긴다는 제목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일본에서는 한자를 음독과 훈독으로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인지 일본은 일본 고유어가 한국보다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발표에서 한자의 일본 고유어를 소개하고 그와 비슷하게 사용하는 우리 고유어도 같이 소개하였습니다.

 

박현국 회원은 '한국, 일본, 중국의 한자음 비교'라는 제목으로 세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한자 역시 환경에 따라서 다른 경우가 있으며 근대 서양 문물과 사상을 일찍이 받아들인 일본에서 만든 한자어가 거꾸로 한국이나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례와 한자음을 소개하였습니다.

 

회원들의 발표에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한자 사용과 교육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 토론이 격렬하게 이어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글학회 누리집 지회 소식에도 올리겠습니다.


태그:#한글학회,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 #김리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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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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