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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 무죄판결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은 물론이고 정권책임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가 14일 오후 3시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판결비평 공개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한명숙 전 총리 무죄판결을 통해 검찰권 남용의 문제점과 검찰개혁 필요성에 대해 살폈다. 또 1심 무죄판결을 통해 본 공판중심주의의 의미도 되짚었다.

 

이날 공개좌담회는 임지봉 서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가 사회를 맡았고, 하태훈 고려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김인회 인하대 법학대학원 교수, 이승훈 <오마이뉴스> 기자, 파워블로거 정광현('미디어 한글로' 블로그 운영자)씨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3월 19일은 무리한 기소 검찰이 망신당한 날"

 

공개좌담회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성토로 시작됐다.

 

이승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재판 중 '한 전 총리가 오찬 후 항상 먼저나왔다'는 증언이 나오자 검찰이 총리공관 경호원들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이는 등 수사가 부실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며 "당시 6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권고하는 등 검찰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학자들이 보는 견해도 이와 유사했다. 김인회 교수는 "검찰은 수사과정에서부터 피의사실 공표문제를 드러냈고 표적수사와 강압수사의 문제까지 드러났다"며 "물론 한 전 총리가 받았다는 뇌물 5만 달러의 출처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소를 제기한 공소권 남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의 모든 공판을 현장서 지켜봤다는 시민패널 정광현씨도 "재판을 지켜보는 내내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검찰이 곽영욱 증인에게 인위적으로 오찬상황의 기억을 만들어 준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 받았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김인회 교수는 한 전 총리 무죄판결에 대한 검찰의 14쪽짜리 반박자료에 대해 "1심에서 필요한 증인을 모두 조사했고 증거도 모았으니 항소심으로 가더라도 무죄로 갈 공산이 크다"며 "이번에 대검에서 내놓은 반박문은 원색적 보도자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기자도 "검찰의 14쪽 짜리 반박자료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이미 법정에서 내놓은 주장인데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다시 언론에 대고 반복하는 것 자체가 비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좌담회의 후반부는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제시로 이어졌다.

 

김인회 교수는 "이번 사건의 문제점은 뇌물액수 확인 없는 기소, 전달방식 확인 없는 기소, 범행 장소 확인 없는 기소, 5만 달러 출처 확인 없는 기소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증거보다 사람 중심 재판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교수도 "검찰은 정치인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며 "검찰이 무죄판결이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최근에 계속 무리하게 수사·기소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역시 검찰을 '무죄제조기'라고 지적하며 "가장 큰 문제는 검찰 내에서 무리한 수사를 계속하면서 그 책임을 아무에게도 묻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은 물론 구체적인 개혁방안에 대한 제시에 있어서 패널들의 토론은 점차 뜨거워졌다.

 

하태훈 교수는 "우선 할 일은, 사건이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 그 담당 검사들과 수사 지위선상의 수뇌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검찰총장, 법무부장관도 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대로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회 교수는 미리 준비한 도표를 통해 ▲정·검 유착종결 ▲검찰 권력의 분산과 견제 ▲수사 시 인권보호 철저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한 전 총리 공판 하루 전날 벌어진 검찰의 별건수사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하태훈 교수는 "1개월 전부터 내사했다는데 하루를 못 참아서 공판 하루 전날 수사하고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다른 의도로 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승훈 기자도 "이번 정부 들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공판 하루 전날의 별건수사를 <동아일보>를 통해 최초로 알렸는데, 이는 분명 검찰조직 보호를 위한 '흠집내기수사'"라고 꼬집었다.

 

"'한명숙 판결' 공판중심주의의 교과서"

 

정광현씨는 "반칙도 여러 번 하면 퇴장"이라며 '검찰퇴장'을 주장했다.이날 좌담회에서 한 전 총리 무죄판결은 공판중심주의 교과서의 전형으로 꼽혔다. 정광현씨는 판결 결과에 반색을 표하며 "재판은 어떤 심증과 억측이 아닌 증거중심으로 재판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앞으로 공판중심주의가 활기를 띄고 원칙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역시 "이번 재판이 법조계에서 공판중심주의에 부합하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듣는다"며 "언론 입장에서는 보도관행이 바뀌었고 국민들도 수사를 보는 관전법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공개좌담회는 한겨레 하니TV를 통해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태그:#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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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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