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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 조해석 씨의 농장. 임야에 풀어 놓은 닭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풀이며 벌레를 다 먹어 치운다.
 전남 곡성 조해석 씨의 농장. 임야에 풀어 놓은 닭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풀이며 벌레를 다 먹어 치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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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자라는 드넓은 땅에 풀이 없다. 풀벌레와 땅벌레 한 마리 찾기 힘들 정도다. 닭들이 벌써 먹어 치웠다. 사방에 널린 먹을거리로 모래주머니를 채운 닭들은 건강한 알을 낳는다.

여기서 나온 호두와 계란은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닭이 일궈낸 성과다. 잡초를 없앨 목적으로 닭을 풀어놨을 뿐인데, 잡초는 물론 친환경농업까지 일궈냈다. 농업인의 입장에선 꿩 먹고 알도 먹는 셈이 됐다.

"골치를 썩이는 잡초를 없앨 목적으로 호두나무 밭에 닭을 풀었죠. 예상했던 대로 닭들이 잡초를 깔끔히 먹어 치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닭의 분변은 거름으로 쓰이면서 양질의 호두를 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닭이 유정란도 낳아주고…. 자연스럽게 순환농법이 이뤄지면서 일석 삼사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죠."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신풍리 통명산 자락에서 '햇살이 고운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해석(48) 씨의 얘기다.

조해석 씨가 산란사에서 알을 수거하고 있다. 임야를 돌아다니며 풀과 벌레를 잡아먹은 닭들은 알을 산란사에 들어와 낳는다.
 조해석 씨가 산란사에서 알을 수거하고 있다. 임야를 돌아다니며 풀과 벌레를 잡아먹은 닭들은 알을 산란사에 들어와 낳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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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석 씨가 산란사에서 수집한 달걀을 선별장으로 옮기고 있다. 조씨 뒤로 보이는 임시건물이 산란사다.
 조해석 씨가 산란사에서 수집한 달걀을 선별장으로 옮기고 있다. 조씨 뒤로 보이는 임시건물이 산란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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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에서 청년회 활동과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사회운동을 하던 조씨는 도회지 생활을 접고 지난 1993년 귀농, 곡성 통명산 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대학 때 배운 전공을 살려 임업을 할 생각이었다.

임야 5만여㎡(1만5000평)를 확보하고 임업후계자가 된 그는 후세에 물려줄 숲을 가꾸겠다는 마음으로 3만여㎡에 장기수를 심었다. 나머지 땅에는 먹고 살아갈 방책으로 호두나무를 심었다. 호구지책도 마련했으니 이제 호두가 달리면 따는 일만 남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잡초였다. 조 씨는 날마다 예초기를 짊어지고 풀을 베었지만 들풀은 여기저기서 올라와 호두나무의 생육을 가로막았다. 그래서 택한 게 닭을 활용한 잡초 제거.

조해석 씨가 호두나무 밭에 풀어놓은 닭.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다.
 조해석 씨가 호두나무 밭에 풀어놓은 닭.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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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밭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닭.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 갈 생각은 커녕 오히려 가까이 달려든다. 사람과 어우러지는 사육환경이다.
 호두나무 밭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닭.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 갈 생각은 커녕 오히려 가까이 달려든다. 사람과 어우러지는 사육환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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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시험 삼아 닭 500마리를 사다가 호두나무 밭에 풀어놓았다. 닭의 분변이 호두나무의 거름으로도 좋겠다 싶었다. 지난 2004년의 일이다.

그의 기대대로 닭들은 호두나무 밭을 갈고 다니며 풀이란 풀은 모조리 뜯어 먹었다. 풀벌레와 땅벌레까지도 해치웠다. 제초제 한 방울 치지 않고 골칫거리였던 잡초를 말끔히 없애준 것이다.

이후 그는 해마다 닭 2000여 마리를 유지하며 호두나무 밭의 잡초를 없앴다. 닭의 분변은 자연스럽게 거름으로 활용했다. 밭을 헤집고 다니며 흙으로 목욕을 한 닭은 예상치 않았던 건강한 달걀도 낳아 주었다. 꿩 먹고 알도 먹는 '횡재'를 안겨준 셈이다.

산란사에 들어와 알을 낳은 닭이 울음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산란사에 들어와 알을 낳은 닭이 울음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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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석 씨가 산란사에서 달걀을 수집하고 있다. 그 모습을 닭이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다.
 조해석 씨가 산란사에서 달걀을 수집하고 있다. 그 모습을 닭이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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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로 인한 소득도 쏠쏠하겠다고 판단한 그는 건강한 달걀 생산을 위해 병아리 때부터 효소액과 한방영양재를 만들어 먹이기 시작했다. 미나리와 쑥, 매실, 뽕, 허깨, 오가피, 조릿대 등에서 발효액(효소)을 추출하고 질병 예방을 위해 계피, 감초, 당귀, 마늘, 생강 등을 섞어 영양제를 만들었다.

병아리 때부터 현미와 함께 조릿대도 잘게 썰어 먹였다. 소화기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항생제를 쓰지 않고도 질병 없는 건강한 닭으로 키웠다.

조해석 씨가 달걀에 묻은 이물질을 면도칼로 제거하고 있다. 달걀의 신선도를 위해 세척기를 쓰지 않는다.
 조해석 씨가 달걀에 묻은 이물질을 면도칼로 제거하고 있다. 달걀의 신선도를 위해 세척기를 쓰지 않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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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명산을 돌아다니며 자란 닭들이 낳은 알. 친환경 매장을 통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통명산을 돌아다니며 자란 닭들이 낳은 알. 친환경 매장을 통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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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닭이 낳은 달걀은 최고의 유정란이었다. 게다가 조씨는 달걀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세척기를 쓰지 않고 면도칼로 하나하나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이 달걀은 개당 300원씩 되살이, 한살림 등 친환경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호두도 ㎏당 3만5000원씩에 납품하고 있다. 일부는 주문판매로 나가기도 하지만 시쳇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나중에 알을 낳는 닭으로써의 가치를 다한 폐계의 처리까지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고 만다.

곡성군농민회장을 지내기도 한 조씨는 "잡초 제거를 위해 닭을 풀어놓았는데, 지금은 달걀이 호두보다 더 많은 소득을 가져다주고 있어 주객이 바뀐 느낌이 든다"면서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면 경쟁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두나무 밭에 풀어놓은 닭들이 여기저기ㅣ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다. 친환경 순환축산의 모습이다. 전남 곡성 통명산 자락에 있다.
 호두나무 밭에 풀어놓은 닭들이 여기저기ㅣ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다. 친환경 순환축산의 모습이다. 전남 곡성 통명산 자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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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해석, #햇살이 고운 농장, #곡성, #동물복지, #방사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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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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