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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상아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학사회에서 교수임용이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이뤄질까? 겉으론 그런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가장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할 교수임용이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시스템에 갇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는 사이에 많은 대학 시간강사들이 교원지위 없는 강사제도와 비리로 얼룩진 교수임용제도를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금도 교수임용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과 2일 경기 지역 한 대학의 교수가 '특별채용'을 빌미로 시간강사 5명에게 10억여 원을 받았다가 문제가 되자 사직서를 내고 해외로 출국한 일이 벌어졌다. 전남 지역에서도 교수채용 비리와 관련, 검찰이 한 대학 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관련자 일부를 구속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교수임용제도의 허점은 무엇일까? 또 교수임용 과정에서 돈은 누가 요구하고 금액은 얼마나 될까? <교수신문>이 11일 석·박사 임용정보 웹사이트인 <교수잡>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교수임용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제도는 개선됐지만 실제 운영은 바뀐 게 없는 교수임용제도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한 <교수신문>의 제목에서부터 묻어난다(☞ 기사바로가기). 

54.6% "교수임용 불공정"… 8.5%는 "돈 요구 받아"
42.3% "내정자 정하고 형식적인 임용공고"… "학벌·친분 영향력 여전"

절반 넘는 응답자, "제도는 개선됐지만 실제 운영결과는 개선되지 않아"

이 최근 교수임용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끈다.
▲ <교수신문> 이 최근 교수임용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끈다.
ⓒ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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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현직 대학교수를 비롯한 교수임용 지원 경험자를 대상으로 석·박사 임용정보 웹사이트인 <교수잡> 웹사이트(www.kyosujob.com)에서 온라인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모두 515명이 응답했다. 현직 대학교수는 물론 교수임용에 지원한 경험이 있는 학문후속세대들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조사결과가 던져주는 가장 큰 화두는 '교수임용제도가 얼마나 개선됐을까'와 '교수임용 과정에서 돈은 누가 요구하고, 얼마나 요구하는가'다. 그런데 조사결과, 54.0%는 '제도는 개선됐지만 실제 운영결과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한 20.2%는 '공정한 임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19.4%는 '임용절차만 복잡해졌다'고 응답했고, '이전보다 상당히 많이 개선됐다'는 의견은 3.5%였다. 2.9%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고 답했다.

이밖에 교수임용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4.6%가 '교수임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매우 공정하다'는 답변은 1.0%, '비교적 공정하다'는 응답은 14.8%였고, '보통'이라는 응답이 29.7%를 차지했다. 국가별 최종 학위 취득별로 불공정 사례 결과를 종합해 보면, 프랑스 학위자의 90.9%가 '공정하지 않다'고 밝혀 가장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독일에서 공부한 지원자도 76.5%가 '불공정하다'고 밝혔고 일본(58.9%), 미국(54.9%), 국내 대학(53.5%) 순으로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에 교수임용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정성 평가에서는 79.3%가 '불공정하다'고 답했고, '비교적 공정하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요구받은 금액 '5천만원~1억원' 43.2%로 가장 많아

<교수신문>이 11일 석·박사 임용정보 웹사이트 <교수잡>(www.kyosujob.com)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교수임용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 아직도 돈 요구... <교수신문>이 11일 석·박사 임용정보 웹사이트 <교수잡>(www.kyosujob.com)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교수임용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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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임용 지원 시 돈을 요구하는 경우와 얼마나 요구하는 것인가'에 대한 응답 결과도 주목을 끌었다.

응답자 중 8.5%(44명)가 '금전적인 요구나 발전기금 기부를 요청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요구받은 금액의 규모는 '5천만~1억 원'이 43.2%로 가장 많았고, '1억~1억5천만 원' 22.7%, '5천만 원 미만'은 18.2%였으며, '2억 원 이상'도 13.6%나 됐다. 특히 예체능계 교수 지원자는 무려 20.9%가 '금전적인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중 44.4%가 '1억~1억5천만 원'을 요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요구한 대학은 서울·수도권에 있는 사립대가 36.4%로 가장 많았으며 중소 규모의 지방 사립대가 34.1%로 다음을 차지했고, 사립 전문대학이 18.2%, 대규모 지방 사립대는 9.1%였으며, 국공립대학은 2.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럼 누가 돈을 요구하는 걸까? 응답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27.3%가 '학과장'을 꼽았다. 또 같은 비율로 27.3%는 '기타 관련자'를 지목했는데, '총무처장', '학교 서무과장', '대외협력 담당부서', '비서실장', '채용담당 직원', '이사장 측근', '평소 지인 교수', '재단 관계자', '총장과 친분이 있는 교수' 등을 꼽았다. 이어 '학과 교수'가 돈을 요구했다는 응답이 22.7%, '이사장'은 18.2%, '총장'이 돈을 요구했다는 응답은 4.5%로 나타났다.

이전보다 교수임용제도는 개선됐지만, 고질적인 '내 사람 심기'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515명 가운데 42.3%는 가장 대표적인 교수임용 불공정 사례로 '내정자를 정한 상태에서 형식적인 임용공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응답자 중 28.2%는 '학연, 지연, 혈연에 따른 정실인사는 여전하다'는 인식을 드러냈고, 13.4%는 '심사과정이 불공정하고 심사결과를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 성별이나 나이, 종교, 학위 취득 국가 등 객관적인 심사 기준이 아닌, 차별적인 임용조건이 많다고 지적한 지원자도 11.3%였다.

이 외에 발전기금이나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 대학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1.6%였다. 기타 응답자는 3.3%로 이 가운데는 '허위 공고를 내고 임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원자의 학문적·교육적 역량과 가능성이 제대로 평가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학과장·보직교수·이사회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대부분 임용된다'는 응답이 시선을 끈다. 

신규임용시 가장 많이 작용하는 요소, '학부 출신대학', '친분'

'내정자 임용'의 폐해를 지적한 이들은 신규임용 시 가장 많이 작용하는 요소로 '학부 출신대학'과 '친분'을 꼽았다. 응답자 중 26.2%는 '학력-학부 출신대학'을, 23.5%는 '인사권자와의 친분', 23.1%는 '기존 교수들과의 친분'이 임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연구업적'(12.8%)과 '박사학위 취득대학'(12.4%)을 주로 고려할 것이라는 응답은 뒤로 밀렸다. 또 '강의능력'은 0.6%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남녀 성별에 따라 분석하면 또 다르다. 남성 지원자들은 '학부 출신대학'이 가장 많이 작용할 것으로 봤지만, 여성 지원자들은 '인사권자와의 친분'(34.5%)을 가장 많이 꼽았고, '기존 교수들과 친분'(23.7%), 다음으로 '학부 출신대학'(22.3%) 순으로 작용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학위 취득 국가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국내에서 최종 학위를 받은 지원자들은 '학부 출신'(26.1%)과 '인사권자와의 친분'(23.5%)을 꼽은 반면, 미국에서 학위를 한 지원자들은 '기존 교수들과 친분'(33.3%), '연구업적'(23.5%) 순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국가에서 학위를 한 지원자들은 전체 분포와 비슷했는데, 독일의 경우는 '인사권자와의 친분'(52.9%)을 꼽은 이들이 월등히 많았다.
   
국내외 학위에 따른 차별 인식도는 '국내 학위자가 불리하다'는 응답이 55.1%로 가장 많았고, '차별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응답도 40.2%로 높게 나타났다. '차별이 없다'는 답변이 3.3%, '국외 학위자가 불리하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교수신문>은 "이번 조사 결과가 지난 2002년에 교수임용 지원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질문을 한 결과와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며 "2002년 당시에는 국내 학위자가 불리하다는 응답이 56.9%였고, '차별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응답은 20.6%였다"고 밝혔다.

'국내 학위자가 불리하다'는 답변을 전공분야별로 분석해 보면, 공학(69.0%), 농수해양(62.5%), 사회(60.4%), 복합학(55.0%), 예체능(51.2%), 이학(50.0%), 인문(45.1%), 의약학(42.9%) 등의 순으로 많았다.

"교수임용 과정에서 가장 많은 불공정 행위는 면접심사와 서류심사"

불공정 행위는 어떻게 이뤄질까? 교수임용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일어나는 단계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37.5%가 '면접심사'라고 했고, 35.1%는 '서류심사'를 꼽았다. 또 '공개강의'(12.4%)와 '연구실적 심사'(10.7%)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에서도 남녀 지원자의 인식이 달랐다.

남성은 '면접심사'(37.8%)를 먼저 꼽은 반면, 여성은 '서류심사'(43.9%)를 지목했다. 여성 지원자들은 대학 교수임용심사의 첫 단계인 서류심사에서 성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더 높은 것으로 <교수신문>은 분석했다.
   
현행 교수임용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모색됐다.

특정 대학 출신 교수의 임용비율을 제한하는 '임용쿼터제도'(모집단위별 채용인원의 3분의 2 초과 금지)가 관계법의 완화로 애초 취지가 퇴색돼 상대적으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상태다. 교수 지원자 66.0%는 이 같은 '임용쿼터제도'를 더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고 '보통'이라는 의견은 21.7%, 더 강화할 필요 없다는 의견은 12.2%였다.

'연구업적을 심사할 때는 외부심사위원과 내부심사위원 중 비교적 어느 그룹이 더 공정성을 가지느냐'고 보는 질문에는 85.6%가 외부심사위원을 꼽았다. 또, 신임교수를 특정학과에 소속시키지 않고 융복합 학문단위에 소속시키는 제도로 변경할 경우, 학과의 영향력이 줄어 교수임용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40.8%가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9.9%, '보통'이라는 응답은 29.3%였다.

교수 지원자들은 신규 임용시 개선해야 할 행정사항으로 '과다한 지원서류 요구'(46.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임용지원자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는 갑작스럽거나 무리한 절차 진행(22.1%), 지원서류의 미반환(14.8%), 공개강의 또는 면접절차의 번거로움(11.7%), 지원서류의 직접 제출(4.5%)도 개선사항으로 지적했다.

"지식사회 진입한 지 오래지만 대학은 여전히 개발독재 그대로..."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앞에서 대교협 이기수 신임 회장에게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의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투쟁수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하라"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앞에서 대교협 이기수 신임 회장에게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의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투쟁수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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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본부장 김동애, 아래 대학교육정상화투본)는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강사들의 교원지위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며 고등교육법개정 의결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950일째 텐트 농성을 하고 있다.

대학교육정상화투본은 13일 오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앞에서 대교협 이기수 신임 회장에게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의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투쟁수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김동애 본부장은 "한국 사회는 이미 지식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지만 대학은 여전히 개발독재 시기 그대로"라며 "등록금 더 받기, 건물 짓기, 캠퍼스 숫자 늘리기, 적립금 늘리기 등 외형적인 확장에 치중하고, 강의 연구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1998년 이래 고 한경선 박사를 비롯하여 7명이 교원지위 없는 강사 제도를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최근에는 고려대 김예슬 학생이 자신의 꿈을 대학에서 키울 수 없다며 자퇴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대학붕괴 사태는 1977년 유신독재가 대학의 비판을 두려워하며 대학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한 것을 33년 동안이나 방치한 데서 비롯됐다"는 그는 "강사를 교원에 포함하여 교수 풀을 확대하여 다수의 교수가 학생을 낙오자 없이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지위 없는 기간제 교수, 또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간제 교수제는 대학의 붕괴의 또다른 원인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는 전국 대학 시간강사들은 오는 17일에도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가 전개하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 촉구 미사' 를 열 예정이다.


태그:#교수임용비리,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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