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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이 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부동산 언론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이 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부동산 언론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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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는 분양시장, 억대 프리미엄 재등장'
'로또판교 중대형 웃돈만 5억5700만원... 분양가 두 배'

지난해 하반기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기사로 채택된 언론보도 내용이다. 이 언론보도만 보면 집값이 폭등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최근에는 집값 하락 속도가 빠르고,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당시 집값이 폭등했다면, 불과 몇 달 뒤인 지금 주택 시장 침체가 나타났겠느냐"며 "당시 부동산 언론들은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왜곡·허위·과장보도를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선 부소장은 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보와 빈곤>과 부동산 언론들'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부동산 언론의 왜곡보도를 낱낱이 밝혔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를 다룬 '고전에서 현실읽기'의 마지막 강독회였던 이날 강의는 3시간 동안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신뢰도 '0' 부동산 보도 왜?... "부동산 광고와 밀접한 관련"

"한국 언론의 부동산 보도를 신뢰하는 분 있습니까?"

선대인 부소장이 강의 첫머리에 던진 질문이다. 40여 명의 청중 중에서 "신뢰한다"고 밝힌 이는 없었다. 한 청중은 "언론들은 집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안하고 오른다는 얘기만 해서 신뢰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고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왜 부동산을 다루는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형편없을까? 이에 대해 선 부소장은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는 언론사의 수익·매출 구조와 명확히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며 "매출의 80% 이상은 광고고, 그 광고의 1/3은 부동산 광고"라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폭등기 때 큰 매출과 수익을 올린 언론들이 2008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매출이 급감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매월 부동산 특집으로 광고를 끌어들이고, 판촉성 기사를 싣지 않으면 신문사 경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 부소장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매출액은 1차 집값 폭등기인 2002년 4817억 원을 기록했지만, 집값 하락기인 지난해 3087억 원에 그쳤다. 손익도 2009년 적자로 돌아섰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조선>과 마찬가지로 매출액이 주택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선 부소장은 "2008년부터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신문들은 2009년 상반기 일부 지역에서 분양시장이 살아날 것처럼 선동보도하자 분양이 쏟아졌고, 다시 언론은 건설회사·부동산 정보업체들과 함께 '집값 오른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후 이는 엄청난 왜곡·허위·과장보도였음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공급 부족? "2015년 36만호 아파트 과잉공급 상태 된다"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이 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부동산 언론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이 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부동산 언론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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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부소장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언론의 보도 내용을 차례차례 반박했다.

1인 가구 증가가 수요를 늘려 집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선 부소장은 "1인 가구의 상당수는 고시원·하숙집 등에 살고 있고, 76.1%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라면서 "이들이 수도권의 수억 원짜리 고분양가 아파트를 사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 부소장은 공급부족론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09년 하반기와 2010년 상반기 공급이 크게 늘어났고 향후 공급 물량도 더 늘어난다, 2015년에는 36만1천 호의 아파트 공급 과잉 상태가 예상된다"며 "수도권 곳곳에 쌓인 미분양 아파트가 그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세 값이 너무 올라서 홧김에 집을 산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며 "전세 값이 오르는 것은 매매 값이 너무 높기 때문으로, 전세 값이 오르니 매매 값이 오른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 부소장은 '오를 곳은 오른다'는 이른바 지역적 차별화·양극화 논리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2007년 이후에는 추격 매수세가 없어서 집값이 떨어졌다.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은 고점 대비 1/3밖에 안 된다. 언론에서는 지난해 수도권 주요지역 집값이 오른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사상 최저금리, 만기 대출상환 연장, 대대적인 부양책, 규제 완화에도 중대형 아파트는 고점 대비 20%까지 떨어졌다. 오를 곳은 오른다는 부동산 선동가들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헨리 조지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상당히 개탄했을 것"

이날 선대인 부소장은 "집값 거품이 없다"고 밝힌 국토해양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3일 산은경제연구소가 "한국 주택가격이 미국·일본의 거품 붕괴 이전과 유사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자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물가 상승 수준을 하회한다, 집값 거품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선 부소장은 "지난 10년 동안 집값 거품을 잡겠다고 수많은 대책을 내놓지 않았느냐, 집값 거품이 없다면 국토부는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한 것이냐"며 "결국 건설업계를 위한 정부 부처임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정부는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이들에게는 세금을 덜 걷고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투입하고 있는 반면, 대학생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가 한국 땅에 태어났다면 상당히 개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선대인, #진보와 빈곤, #부동산 언론, #부동산 선동 보도,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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