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동백꽃송이가 봉오리째 툭툭 지는 봄날의 여수 오동도. 이제 동백의 화려한 꽃잔치는 끝났다. 봄이 기지개를 켜자 동백 꽃송이가 툭툭 하염없이 진다. 봄빛으로 섬 전체가 붉디 붉게 물들어간다. 차라리 떨어져 빨갛게 멍이 든 동백의 꽃송이가 더 아름답다.

 

오동도의 동백은 대부분 홑꽃으로 우리나라 토종이다. 여러 겹으로 피어나는 일본의 동백과는 그 자태가 사뭇 다르다. 오동도는 그 이름과 달리 동백섬으로 동백나무와 신이대 숲이 다.

 

동백꽃이 툭툭 지는 봄날, 오동도등대 근처의 동백꽃찻집(동박새꿈정원)에 앉아 그윽한 동백꽃잎차 한잔에 시름을 달래보는 것도 좋겠다. 동백꽃잎차는 속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동백꽃잎차는 떨어진 동백꽃송이를 꿀에 절이거나 꽃잎을 말려 만든다. 잘 말린 동백꽃잎을 찻잔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찻잔에서 은은하게 동백꽃이 다시 피어난다.

 

옛 여인네들은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르고 동백꽃잎으로 화전을 부쳐 먹었다. 동백나무에는 우리 여인네들의 애잔하고 진득한 삶의 때가 묻어 있다.

 

최근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직박구리에게 동박새가 밀려난 걸까. 오동도 동백섬에서 동박새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동백꽃의 꿀물을 빨아먹고 살며 동백꽃의 화분(꽃가루)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동박새, 동백나무와 동박새는 결코 뗄 수 없는 인연이다.

 

동백은 진한 향기가 없는 대신 달콤한 꿀을 지녔다. 날이 따뜻해지면 꽃잎에서 꿀이 흘러내린다. 어린 시절에 주전부리로 동백꽃송이를 뚝뚝 따내 꽃잎의 꿀을 빨아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동백꽃잎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만든 동백꽃잎부각도 인기다. 만드는 방법도 일반 부각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꽃잎 뒷면에 찹쌀 풀을 골고루 바른 후 채반에 담아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말려 기름에 튀겨낸다.

 

사진사 할아버지의 미소를 뒤로 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갯바람 살랑이고 해는 중천에 떠있다. 행락객들의 얼굴이 붉다. 술에 취하고 동백의 붉은 꽃에 취했다. 울울창창한 숲속에는 새소리가 가득하다. 그늘진 숲 사이에서 햇살이 한줌씩 쏟아진다.

 

 

등대전망대의 엘리베이터 안이다. 외마디 함성과 탄성이 쏟아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의 풍경은 절경이다.

 

"엄마야, 와~ 멋있다."

 

해돋이전망대에서 이어지는 해안길이다. 신이대 숲 사이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유람선이 물살을 가른다. 수많은 갈매기떼가 푸른 물결과 함께 춤을 춘다.

 

구례와 하동을 거쳐 오동도를 찾았다는 서울 손님 이경식(61)씨는 "동백꽃은 엄청 자존심이 강한 꽃"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시든 꽃잎을 보여주기 싫어 툭툭 지는 것이라며.

 

"오동도는 매년 찾는데 다시 봐도 좋아요. 경관이 너무 좋아요."

 

부산의 교회 모임에서 온 단체손님들은 '동박새 꿈 정원'에서 머문다. 솔방울과 동백꽃, 동백꽃을 배경으로 한 사진전시, 동백꽃잎 목걸이로 꾸며진 정원에서 동백꽃잎차의 맛에 푹 빠져든다. 달콤한 동백꽃잎차의 은은한 향에 취해 한동안 떠날 줄을 모른다.

 

"쌉싸름하고 달콤하니 맛있어요."

"동백꽃잎을 띄워서인지 향이 참 좋아요."

 

여수 오동도, 이제 동백의 화려한 꽃잔치는 끝났지만 붉은 동백꽃은 또다시 피어난다. 찻잔에서 동백꽃잎차로 은은하게 피어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동백꽃잎차, #오동도, #동백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