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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여도중학교에서 열린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 수업모습
여수 여도중학교에서 열린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 수업모습 ⓒ 오문수

토요일(4월 3일) 오전 10시 반. 여수 여도중학교 2학년 7반 영어시간에 네팔 출신 교사가 왔다. 네팔 전통복장과 모자를 쓴 교사가 교실에 들어서자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축하 팡파레가 울렸다. 광주 5.18문화재단에서 일하는 그의 이름은 스바시 아드히카리. 교실 칠판 양쪽에는 네팔 국기가 붙어 있고 칠판 위에는 풍선이 달려 있다.

오늘은 여도중학교에서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 교실(CCAP)'이 열리는 날이다.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 교실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1998년 9월부터 진행해온, 국내거주 외국인들을 문화교실 선생님으로 초청해 초중고생들에게 이들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행사를 통해 청소년들에게는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국제이해교육을, 참여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사회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늘 수업은 어학실에서 열렸다. 벽면을 가득 채운 외국 안내자료 속에는 네팔에 대한 특별코너가 마련돼 있다. 담임이자 영어교사인 정영우 선생님이 미리 마련해 놓은 네팔 코너이다. 학생들 눈망울은 오늘따라 초롱초롱하다. 미국 출신의 원어민교사가 학교에 있지만 평소 길가에서 지나치기만 했던 또 다른 아시아 출신의 교사와 복장에 호기심이 났다.

 네팔 출신의 교사가 네팔 문화에 대해 설명하자 최경희교사가 통역하고 있다
네팔 출신의 교사가 네팔 문화에 대해 설명하자 최경희교사가 통역하고 있다 ⓒ 오문수

스바시가 학생들의 환영인사에 환한 웃음으로 대답하며 자신과 네팔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다. 통역으로 함께 온 분은 광주 문산초등학교 최경희 교사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으로 웃으며 능란하게 통역한다. 학생들을 장악하는 솜씨는 그녀의 교직 경력을 말해준다.

프로그램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사람을 'CEV'라 하고, 통역하는 한국인을 'KIV'라 부른다. CEV는 학생들에게 출신 국가의 국가와 국기, 풍습, 지도에서 그 나라 찾기 등을 통해 자기 나라에 대한 설명을 한다.

한편, KIV는 수업시간을 조절하고  좋은 학습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학생들을 이끌어야 한다.그 밖에도 쉬는 시간, 질의응답 시간, 퀴즈 시간, 시음이나 시식 등 활동 시간, 기념 촬영 시간 등을 학교 교사, CEV와 의논하여 시간 내에 활동을 다 마칠 수 있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간혹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상대국 문화를 문화상대주의 차원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도록 설명해준다.

TV에 세계지도가 펼쳐졌다. 인도와 중국 사이의 조그만 나라 네팔. 지도 색깔을 보면 얼마나 높은 지대에 자리한 나라인지 짐작이 간다.  에베레스트산을 포함한 8천미터 이상의 산이 10개나 되는 나라다. 스바시는 3백미터가 넘는 학교 뒷산을 가리키며 네팔에서는 언덕이란다.

 네팔 국기
네팔 국기 ⓒ 오문수
대부분 나라의 국기는 사각형이다. 헌데 네팔 국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각형이 두 개다. 그래서 사람들이 한번 네팔국기를 인식하면 잊어 버리지 않는다. 뾰쪽한 삼각형 두 개는 산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네팔'은 산스크리트어로 '산기슭'이라는 뜻이다.

"여러분, 지도에서 보면 네팔이 굉장히 작은 나라로 보이죠. 하지만 한국보다 커요. 삼각형 두 개가 결합된 국기는 국민 대다수가 믿는 힌두교(80.6%)와 불교(10.7%)를 의미합니다. 힌두교도가 훨씬 많지만 불교가 탄생한 곳이 네팔입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것은 네팔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래프팅, 트레킹, 구르카스, 부처 탄생지 방문 등이 있다.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더서이' 축제는 15일 동안 계속되며 학교도 휴교한다는 말에 학생들이 "부럽다"고 이구동성이다. 춘향이가 네팔에서도 그네를 탔을까? 우리의 그네 타는 풍습이 네팔에도 있다. '바이티카' 축제는 여자 형제들이 남자형제들에게 장수를 기원해 주는 축제다. '티즈' 축제에서는 빨간 옷을 입은 여자들이 함께 모여서 노래하고 춤춘다. 여자들의 빨간 옷은 기혼녀를 의미하며 하루를 굶은 채 남편의 장수를 기원한다.

'홀리 푸니마' 축제에서는 물감을 옆 사람의 얼굴에 발라준다. 이로써 인종이 다른 사람이나 출신이 다른 사람과의 동질감을 느낀다고 한다. 엄홍길씨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셀파의 사진도 함께 영상에 비춘다.

 오른쪽 소녀가 여신으로 추앙받는 쿠마리
오른쪽 소녀가 여신으로 추앙받는 쿠마리 ⓒ 오문수
'쿠마리'는 살아있는 여신이다. 수도인 카트만두 지역의 4세에서 7세 사이의 어린 소녀 가운데 32가지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흠 없고 예쁜 여자 아이를 뽑아 쿠마리라고 부른다. 

일단 쿠마리가 되면 어린 나이임에도 가족과 격리된다. 힌두교 사원에서도 특정한 건물에 사실상 갇혀 감옥살이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매일 일정한 시간에 사원을 찾은 힌두 신자들에게 잠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일의 전부이다.

특별한 종교적 절기 이외에는 사원은 물론 정해진 건물 밖으로도 나갈 수 없는 쿠마리의 생활은 감옥과 마찬가지다. 학교 교육 등은 꿈도 못 꾼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먹어 첫 월경이 있으면 쿠마리 지위를 박탈당한다. 그러나 환속한 쿠마리는 액운을 지녀 그녀와 결혼한 남편은 요절한다는 미신 때문에 평생 홀로 살아야 한다. 또 가장 어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에 완전 격리된 생활을 5년 이상 하다 보니 환속하면 세상에 제대로 적응할 수도 없다.

 오늘 수업을 기획한 세 교사들. 왼쪽부터 최경희  교사, 스바시씨, 정영우 교사
오늘 수업을 기획한 세 교사들. 왼쪽부터 최경희 교사, 스바시씨, 정영우 교사 ⓒ 오문수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 ⓒ 오문수

반장인 박희수 학생은 "이 기회를 통해 네팔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됐고 멀리 떨어진 나라지만 가까워진 느낌입니다"라고 말하고, 부반장인 임상범 학생도 "네팔은 후진국이며 에베레스트산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오늘 스바시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수업이 끝나고 퀴즈 시간이다. 퀴즈를 맞힌 학생에게 선물을 주자 "던여바드"라고 말하며 받는다. '던여바드'는 '고맙다'는 뜻이다.

비록 이해 못할 풍습도 있지만 각자 인간에게는 고유한 문화와 풍습이 존재함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다름을 존중하려는 자세가 이 교육의 목표다. '던여바드'라며 선물을 받는 학생에게서 이미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몸짓을 본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문화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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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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