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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대비 피난 훈련 여부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우리 해군, 연평 해전에서 보기 좋은 승리를 거둔 우리 해군이 이번 천안한 침몰에서는 갈팡질팡하며 앞뒤를 분간 못 하고 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엄청난 사건이라 그럴 수밖에 없다고 자위(自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사고는 다 순식간이며 다 뜻밖에 일어난다. 그렇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고이지만 의연히 대처하게 위해 안전 훈련이 필요하고 위기 대응 체제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번 천안함의 침몰이 왜, 얼마나 갑작스럽게 일어났는지는 앞으로 차츰 드러날 것이다. 다만, 어째서 구명의를 입은 채 탈출한 병사가 단 한 명도 없는지, 함장이 살아나왔는데도 어째서 휴대전화로 밖에 군 지휘부에 상황 보고를 할 수 없었는지, 인명을 구하기 위해 동원되는 잠수사의 잠수병을 치료할 '감압챔버(chamber)'가 어째서 하나뿐인지 등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해군측은, 뭔가 떳떳치 못함이 있어서인지 조난에 대비한 매뉴얼을 공개 않고 있으나 한국일보(4월 1일자)가 입수한 매뉴얼에 따르면, 매뉴얼은 거의 있으나 마나라고 한다.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질서 있게 이함한다", "함교에서 하달되는 지시 사항을 철저히 암기한다" "구명의를 견고히 착용한다"는 등 급작스런 상황과 동떨어진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전반적 위기 대응 능력의 부재

 

이러한 세세한 구체적 문제점이 인명 구조의 실패라는 참사로 이어졌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을 통해 노출된 군의 대응 위기 능력이다. 우리 국군의 방위 능력이 이번 사고로 온통 노출되었는데, 그 점수를 따져보자면 호평을 받을 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 이러고도 어찌 막강해군이란 말이 나오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18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함미의 발견이 이틀이나 걸린 것도, 어떤 이유로든 우리 군의 능력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함미 부분의 소재가 최종적으로 확인될 때도 군함이 아니라 어선의 전파 탐지기가 먼저 포착한 것도 해군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함미를 발견하는데 이틀 넘는 시간을 다 까먹고도 인명 구조에는 더더욱 진전이 없었다. 이것이 감압챔버라는 장비 부족 때문에 실제 잠수 병력이 극소수 밖에 안 된 탓이라 하니 그렇다면 구조는 거의 손 놓고 발만 동동 구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민간 크레인의 구조를 요청한 시간이나 미국 등 선진 장비를 왜 더 시급히 지원 요청하여 투입할 수 없었는지도 의문이다.

 

사고 시간의 보고가 무려 수차례나 정정 되었고, 초기부터 사고 수습 과정의 보고가 합참과 국방장관과 대변인의 말이 서로 달랐다. 해군이나 국방부의 우리 국민에 대한 설명 태도도 극도의 불신을 초래했다.

 

도대체 일사불란한 체계가 서 있어야 할 군 내에서 서로 다른 말이 나오고, 영상이나 교신 내역에 대한 공개도 안 된다 그랬다가, 앞부분은 빼고 공개했다가, 결국은 다 공개하는 등 도대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이젠 뭐가 진실인지도 믿지 못하게끔 되어버렸다.

 

대통령의 위기 인식과 언행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지극히 원론적인 반응만 보였다. 단 한 번 전투복 차림으로 백령도를 방문하여 사진을 찍었으나, 이것이 중대한 우리 군의 위기로 인식하는 어떤 모습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국가 원수는 위기 앞에 의연하여야 한다. 그러나 또 한 발 떨어져서 사태를 방관하는 모습도 보여서는 안 된다. 겉으로는 의연하면서도 우리 군의 위기에 대해 심각한 인식을 해야 하며 나아가 국가 안보의 위기의식은 일개 국민보다는 당연히 더 심각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마치 단순한 사고일 뿐이라는 인식만 하고 있는 듯하다. 1일에도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북한이 연루됐다고 판단할 징후가 없다", "(천안함 침몰 사고 직후 북한이) 사고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다.

 

이 대통령은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으라"면서 굳이 왜 이런 발언을 하는가? 마치 북한이 개입되지 않기를 바라거나, 북한을 의심할까봐 염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인식이 그래서인지 국방부도 애써 북한은 아니라는 쪽으로 몰고 가는 인상을 준다.

 

이 사건에 북한이 연관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의 복잡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대통령이 미리부터 이를 두려워하거나 피하고 싶어 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정말 실망이다. 군의 사기나 우리 국민의 안보 의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은 이 사태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위기 대응 능력의 취약함을 드러내었고, 그것은 곧 우리 안보의 구멍이 될 수 있음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가 안보의 위기

 

천안함의 침몰과 같은 사고는, 기뢰든, 암초든, 어뢰 공격이든, 자체 폭발이든 어떤 원인으로든 일어날 소지는 언제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사고이든 간에 거기에 맞는 위기의 대응 능력은 절대적으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조난 체계에 아무 방비가 없거나, 군이 갈팡질팡하거나, 국가 원수의 인식이 안일하거나, 국민 여론이 분열되거나 하는 모두가 다 안보의 취약 요소이다. 이미 일어난 천안함의 침몰 앞에서 국가기관이나 군의 각 단위에서는 각각의 맡은 바 임무를 다 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전체의 위기 관리 능력이다.

 

혹시라도 북한이 지금의 우리 사태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북한에게 허점을 찾지 못 하게 하고 오판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 국가 안보의 제일 요소임을 군과 정부는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천안함#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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