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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시절 슬롯머신 비호세력 수사를 통해 검찰 수뇌부에 칼을 대고 '6공 황태자 박철언'을 구속한 것으로 유명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 상황에 대해 "검사가 다소… 좀 그렇다. 좀 야무지게 해야지"라며 검찰의 부실기소를 에둘러 비판했다. 홍 의원은 또 "한 전 총리에게 무죄가 나올 경우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의원은 또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최근 '좌파교육' '좌파스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 '선배 원내대표'로서 충고를 해달라는 주문에 "같은 동료인데 그걸 옳다 그르다 얘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도 "(높은) 자리와 직책이 그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엔 목이 부러진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 초청강사로 나선 홍 의원은 '전직 검사로서 한 전 총리 재판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느냐'를 질문을 받고 "진짜로 말하기 곤란하다. 사석에선 가능하지만 공개석상에서 얘기 못한다"면서도 검찰의 부실 기소를 비판했다.

 

안상수 '설화' 관련 "자리와 직책을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목이 부러진다"

 

홍 의원은 "거물을 잡으려고 그물을 칠 때는 2중 3중으로 쳐서 첫 번째 그물이 뚫리고 나면 그 다음 그물로 꼼짝 못하게 해야 한다"며 "우리가 검사할 때는 그렇게 했고 거물들이 꼼짝 못했는데, 요즘 검사들은 좀 그렇다는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공판이 열리기 전 검찰이 한 전 총리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에 대해 홍 의원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판사에게만 보여줄 자료를 일반인이 다 알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검찰이 재판에서 한 전 총리의 골프장 무상 이용 등 공소사실이 아닌 부분을 증거로 제시하는 점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318조에 보장된 탄핵증거로 사용한 것"이라며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 때는 '이 사람이 예전에도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는 부분을 법정에서 밝혀 (피고의) 증언을 탄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만인클럽 특강 - 좌와 우' 첫 번째 순서로 '보수가 본 진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홍 의원은 수강생들과의 질의 응답에 1시간여를 할애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했다. 강의 시작 전에 "적진에 온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힌 홍 의원은 "어떤 질문이라도 좋다. 자유롭게 질문해달라"면서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최근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큰집' '조인트' 발언으로 물러났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좌파교육' '좌파스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는 등의 '설화'가 "권력도취 혹은 권력누수현상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홍 의원은 "최근 몇몇 분들의 실언 같은 것은 정권의 탓이라기보단 개인의 문제"라며 "같은 동료인데 그걸 옳다 그르다 얘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이들의 언행에 대해 "(높은) 자리와 직책이 그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엔 목이 부러진다"며 "예로부터 정승이나 판서 자리에 안가야 할 사람이 가게 되면 반드시 그랬고, 액을 당하게 된다"고 '자질 부족'을 에둘러 비판했다.

 

"복지는 없는 사람에게 기회 주는 것... 상처 안 받고 어떻게 당당?"

 

6·2 지방선거 공약으로 나온 전면 무상급식을 '얼치기 좌파의 공약'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 홍 의원은 이날도 "급식비 낼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갈 돈을, 서민들이 유치원을 무상으로 다닐 수 있게 하는 데 지원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며 "모두 다 똑같이 급식을 주자는 것은 진정한 서민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얼치기 좌파'라고 비판한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는 서민들에게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의 개념을 "가난한 사람, 없는 사람에게 좀 더 기회를 줘서 '다시 일어날 기회'를 주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다음 주 중 자신이 발의할 등록금차등제 법안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 자녀는 학기당 240만 원, 차상위 계층 자녀에겐 학기당 120만 원 정도의 등록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아예 '등록금 면제'로 돌리고, 소득상위 계층 자녀의 등록금을 더 받자는 안이다. 입학 학생의 부모의 소득을 10단계로 분류해, 소득 상위에 있을수록 등록금을 많이 내는 구조다. 홍 의원은 "하버드·예일 등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려운 가정의 자녀도 무상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대학생 수강생 중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이 아니면 교육 현장에서 부모의 경제력으로 인한 위화감을 해소하기 어렵고, 대학에서 등록금 차등제를 하더라도 등록금을 많이 내는 이와 적게 내는 이 사이에 위화감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나는 어릴 때 초등학교 점심시간에 밥을 먹어본 적이 없고 늘 수돗가에서 물배를 채웠다"는 개인적 경험을 얘기하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가난하고 힘없이 살면 상처를 무수히 받지만 상처를 안 받고 어떻게 당당해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홍 의원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등록금 차등제를 위해 학생 부모의 재정상태를 신고하도록 하는 것을 예로 들며 "그런 것까지 (상처를) 안 받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처를 받아 비뚤어지는 사람도 있고 더욱 분골쇄신해서 바르게 가는 사람도 있는데 본인이 비뚤어지는 것은 도리가 없지 않느냐. 그런 것까지 국가가 나서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국가는 다만 (소득수준 등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비밀을 엄수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잔 정 많은 MB, 열심히 하는데 내각이 안 따라준다"

 

'현 정부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수강생의 지적에 대해 홍 의원은 "대통령은 열심히 하는데 받쳐주는 사람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내각과 참모진을 비판했다. "(대통령은) 잠을 4시간 정도 밖에 안자고 서울시장 시절부터 월급도 한 푼도 안 받고 일하는데 대통령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친서민 중도실용을 표방한 지 6개월이 넘었다면 (지금은) 모든 내각에서 친서민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내각이 잘 따라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 홍 의원은 "학자금 대출제도는 나중에 이자 붙여서 갚는 후불제에 불과하고, 보금자리주택은 로또처럼 여겨지고 있고, 미소금융정책도 제대로 홍보가 안 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1999년 미국 워싱턴 유학시절에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이 지낸 일을 소개하면서 "참 소탈하고 잔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자기가 쓰던 사람을 내치질 못하고 이번에도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내정자) 특보와,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 수석에게 임명장을 세 번째로 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진중권·권영길은 좋아하는 좌파... 내 정책엔 좌·우파 구분 없다"

 

이날 강의에서 홍 의원은 좌파와 좌익 사이에 선을 그었다. 해방정국 및 6·25전쟁 전후 '빨갱이'로 불렸던 좌익과 유럽의 사회주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현대 한국의 진보 좌파는 분명히 구분돼야 하며, 인터넷상에 떠도는 '좌빨'이라는 용어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선 맞지 않는다는 것.

 

그는 '촐랑대는 좌파' '대안 없이 비아냥대기만 하는 좌파' '종북주의 무대포 좌파' '얼치기 좌파' '비겁한 좌파' 등을 자신이 싫어하는 좌파의 유형으로 꼽았다. 동시에 홍 의원은 "'나는 좌파다'라고 말하는 진중권 교수같이 '당당한 좌파', 권영길 의원같이 남의 말을 경청하고 서로 의논하길 좋아하는 '합리적인 좌파'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의원은 "대한민국이 잘되기 위해선 좌파·우파의 갈등, 보수·진보의 갈등이 계속되어선 안된다"며 "정치를 시작하고 난 뒤에 나는 어떤 정책에 대해 좌파냐 우파냐를 따져본 일이 없다.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느냐라는 기준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이중국적을 이용한 병역회피에 제동을 건 2005년 국적법 개정안을 예로 들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보수의 가치에 입각해 발의했는데, 당내의 거센 역풍과 보수언론의 '포퓰리즘 쇄국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본회의에서 한번 부결되기까지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켰던 법안이다.

 

지금은 보금자리주택에 밀려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자신이 지난 2006년부터 '반값아파트'를 외치면서 추진해 결국 지난해에 법을 통과시킨 토지임대부주택법도 획기적인 좌파정책이지만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못 가진 자에겐 기회를, 가진 자에겐 자유를"

 

홍 의원은 "국익은 '국가의 이익'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이익'이기도 하다"며 "정책을 좌파·우파의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익에 부합한다면 보수정책도, 진보정책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못 가진 자들에게는 기회를 많이 주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에 역점을 둬야 하고, 가진 자들에게는 자유를 줘서 국가가 간섭을 덜 하는 대신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하고 사회기여를 더 많이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을 정의했다.

 

한편, 오는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설과 대권주자론에 대한 질문에 홍 의원은 "그 문제는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집권 여당의 대수술이 필요할텐데, 그때 내가 맡을 일이 뭔지는 그때 의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홍준표, #등록금차등제,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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