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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발표된 독일 아세 방폐장 핵폐기물 이전 결정
 지난 1월 발표된 독일 아세 방폐장 핵폐기물 이전 결정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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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독일 니더작센 주의 아세 중저준위방폐장에 보관중이던 핵폐기물 이전이 결정됐다. 중저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해온 지 30년 만의 일이다.

아세 방폐장은 1960년 말부터 1978년까지 18년 동안 12만 6천 드럼의 핵폐기물을 저장해왔다. 그런데 지반에 균열이 생기고 지하수가 들어와서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세 방폐장의 폐기물을 모두 이전하는 데 10년 동안 40
억 유로가 들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6조 원이나 되는 돈이다. 애초 건설비용보다 많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이전 기간 동안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을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이 우리나라 경주에서 발생할지도 모른다. 아세 방폐장은 무리 없이 건설됐는지 모르지만 운영이 끝난 뒤에는 지반의 균열이 발생하고 그 틈으로 지하수가 스며들었다. 하지만 경주 방폐장은 공사 과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원래 경주 방폐장은 26개월 공사가 끝나는 올해부터 핵폐기물을 반입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사를 할수록 지반 일부가 무너져 내리고 지하수가 쏟아져 내렸고 결국 지난 2009년 6월 공사를 30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공사지연조사단은 작년 7월 공사 지연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부지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공사일정"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부지에 단열대가 발달했고, 풍화, 파쇄대, 단층대 등의 영향으로 지반조건이 취약하며, 부지조사보고서 상 추정한 암반상태와 실제 시공시 암반이 오차를 보이는 점 등 추가 정밀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가 불량한 암반임을 알고도 부지를 선정해서 공사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결론은 본질을 벗어나 버렸다. 부지는 문제가 있지만 시공기술을 통해서 처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 끼워진 단추 못 푼 경주방폐장 검증조사

주민 대표와 사업자로 구성된 '경주 방폐장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는 지진지질, 토목터널, 지질구조, 수리지질, 원자력 등 5개 분야 전문가로 자체 검증단을 구성해 2009년 11월부터 4개월간 '안전성 검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가 지난 3월 11일 발표됐다.

핵심 내용인 불량 암반과 지하수 문제는 그간 전문가들이 제기한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검증단은 여기에다 해수침투까지 인지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결론은 시공과 설계를 보완하라는 것으로 내려졌다. 최소한의 부지 안전성을 확보한 후에 공학적 안전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방폐장 부지 선정과정의 기본 순서가 뒤바뀌어 버린 것.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풀 만한 용기를 가진 사람은 아직 없는 것일까.

2005년, 영덕, 포항, 군산, 경주는 서로 지역감정까지 자극하며 서로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섰고 공무원들까지 동원해 경쟁적으로 주민투표의 투표율과 찬성률 올리기에 바빴다. 하지만 각 예정지의 부지 안전성을 조사한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고 보고서를 바탕으로 평가한 부지선정위원회의 결과만 발표됐다.

한국에서 지질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당시 이구동성으로 경주 방폐장 예정 부지가 한강 이남에서 가장 불안한 지질 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지선정위원회는 "부지 전반이 보통 이상의 암반 지질을 보이고 있다"면서 "양호한 기반암 내에 처분동굴을 위치 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11일 검증단은 경주 방폐장 부지 일대에서 불량한 암반이 74%를 보이고 있지만 부지선정기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말한 기준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처분장의 기반암 또는 지층은 균열이 많고 석회암이 존재하는 곳이어서는 아니된다', '처분장은 구조적으로 동굴이 안정되고 강도가 큰 기반암에 위치하여야 한다')이다.

지하수 영향 파악 않고 설계... 바닷물 속에 사일로를?

방폐장 안전성 검증조사 결과 요약보고서 수리지질분야: 지하수 유출량 추세
 방폐장 안전성 검증조사 결과 요약보고서 수리지질분야: 지하수 유출량 추세
ⓒ 방폐장 현안사항 해결을 위한 지역공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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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가 새는 방폐장의 가상도. 독일 아세 방폐장 핵폐기장 이전 결정 kbs 뉴스
 지하수가 새는 방폐장의 가상도. 독일 아세 방폐장 핵폐기장 이전 결정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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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지선정위원회나 검증단이 주장하는 것처럼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샘물공장을 운영하는 데는 하루에 500톤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경주 방폐장 부지에서는 하루 1000톤, 최대 3000톤까지의 지하수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지하수가 쏟아지는지 투수성 구조의 형태와 범위도 아직 파악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검증단은 지하수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는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설계가 제대로 되려면 지하수 영향을 파악하고 조사하는 것이 먼저다.

땅을 팠는데 지하수가 나온다면 이는 땅 속 암반에 균열이 생겨서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 고여 있다는 의미이다. 만약 그곳이 바닷가라면 지하수 아래로 무거운 바닷물이 받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검증단 조사 결과 해수침투가 확인됐다. 연일 지하수가 쏟아져 나오니 지하수를 받치고 있던 바닷물이 올라오고 바다 쪽에선 계속 바닷물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핵폐기물 처분 동굴 '사일로'를 바닷물 속에 건설하는 셈이다.

경주 일대는 지난 2000년 동안 10번에 걸쳐 지진이 일어났다. 원전이나 방폐장의 내진 설계를 초과하는 규모다. 이는 확률적으로 앞으로 200년 안에 다시 대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식적인 판단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것이 지진 평가다.

그런데 지진평가를 위해 사용된 자료에는 최근 기계가 도입되어 측정된 '계기지진'만 반영됐고 '역사지진' 자료는 반영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검증단이 역사지진 자료도 적용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증단은 잠재지진 평가가 적절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운영이 끝난 지 30년이 지난 후에 아세 방폐장을 이전하기로 했다. 우리의 사회적인 수준이 독일의 1970년대 수준일까? 우리의 토목 기술은 독일보다 낫기를 바란다. 그런데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콘크리트는 인류가 사용한 지 100년밖에 되지 않는다. 보관 중인 핵폐기물의 방사성핵종의 독성이 사라지는 데는 최소한 300년이라고 보고 있다.

30년이 지나 균열이 발생하고 지하수가 스며든 독일 아세 방폐장. 처음부터 균열이 많은 암반에 지하수가 쏟아지는 경주 방폐장이 300년이 아닌 30년이라도 견딜 수 있을까.

*독일 아세 방폐장 핵폐기장 이전 결정 kbs 뉴스

*관련 환경연합 보도자료
경주 방폐장 부지 선정이 적합하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

덧붙이는 글 | 양이원영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미래기획팀 팀장입니다. 비슷한 글이 함께사는길, 환경연합 홈피, 다음 아고라에 게재되었습니다.



태그:#경주 방폐장, #독일 아세 방폐장, #중저준위핵폐기물, #지하수, #암반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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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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