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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7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하나의 청원글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지하철역, 대학, 관공서, 호텔, 백화점, 할인점, 병원, 공항... 휴지 하나 얼룩 하나 없는 청결한 건물이라면 어디든 만날 수 있는 사람. 바로 어머니에 대한 청원 서명(청소엄마들에게 따뜻한 밥한끼를...☞클릭)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제 엄마는 더 이상 집을 지키며 아늑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엄마들이 생업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50대를 훌쩍 뛰어넘은 엄마들이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청소일이나 식당일 등 낮은 육체노동뿐이다. 헤진 양복을 입은 채 공원에서 시간을 죽이던 고개 숙인 아버지가 IMF 당시의 표상이라면, 청소복 입고 대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청소일을 하는 어머니는 지금 시대의 표상이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기에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이다.

 

울산과학대 청소엄마 알몸농성 사건 이후 4년

 

2007년 3월 7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과학대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던 청소엄마(여성 청소용역 노동자)가 7일 농성장에서 알몸으로 끌려나왔다. 정규직 청소 노동자의 1/3에도 못 미치는 70만원 월급에 인간적 모멸감을 개선해 보려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학교측으로부터 일방적 해직 통보를 받은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 기사를 보며 불편했고 충격을 받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한 뼘의 개선도 허락하지 않았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그 동안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고, 부지런히 일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니.

 

소소한 일상의 변화가 혁명이다

 

조계사 사랑의 김장담그기, MBC 앞 사랑의 라면모으기, KBS 앞 리명박 각하 퍼포먼스, MBC 뉴스 후 방영된 국정원 직원 퍼포먼스, 법원 앞 떡검 퍼포먼스 등 기상천외한 퍼포먼스와 블록버스터급 행사를 치러온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 이번에는 공공노조가 시작한 '따밥(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이라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따밥'이란 청소, 간병 노동자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확보를 마련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민주노총을 비롯한 3·8 세계여성의 날 공동기획단이 세계여성의 날 102돌을 맞이하여 시작했다.

 

다만 이 의미 있는 캠페인에 많은 누리꾼이 동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청소노동자'를 '청소엄마',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의 엄마'로 구체화했고, '따뜻한 밥을 먹을 권리'를 '맨날 찬밥에 일만 하는 우리 엄마, 이번에는 따뜻한 밥 먹을 수 있게 도와드리자'는 취지로 보편적인 미안함을 자극했다. 노동자, 시민사회의 큰뜻과 누리꾼의 언어가 만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뉴타운, 4대강, 집권당 심판, 선거연합 등 거대담론이 선거의제를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일반 유권자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돈 10원 때문에 택배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월급을 올리는 것은 자본 전체를 상대해야 하는 주제이므로 이 또한 쉽지 않다.

 

지방선거에서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길

 

역시 답은 일상에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6년 용역을 맡긴 보고서 <청소용역 노동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 고용불안 이외에도 청소용역노동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휴게공간 확보, 식사 문제 등 노동환경과 관련된 것이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별도의 휴게시설이 없거나, 근무장소 한켠에 간이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비율이 국공립대학 55.0%, 국립대병원 71.4%, 교통관련 공사 69.2%, 공공 건물 39.3%, 사립대 33.1%, 민간건물 20.4%에 이를 정도로 휴게시설이 열악하고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

 

바로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공공건물은 해당 지자체 관할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번 지방선거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입후보자들이 청소엄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되고, 한 곳의 사업장이라도 이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긋지긋하고 절망적인 현실에서 반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청소엄마들이 발 뻗고 맘 편히 도시락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얻어 행복하면 그 자식인 우리들이 행복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보통 사람들이 모두 웃을 일이 하나 생기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지리멸렬한 선거연합 논의는 사소하게까지 느껴진다. 야권 세력 중심의 선거구도는 민주당의 어깃장으로 이미 물건너 갔고, 의제 중심의 선거구도가 펼쳐질 수밖에 없는 그간의 사정을 본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감잡았을 것이다.

 

지금 당장 어머니들을 위기에서 구해내서 서로 행복해지자. 먼저 다음 아고라  청원 서명(청소엄마들에게 따뜻한 밥한끼를...☞클릭)을 클릭하고 서명 한 표를 올리자. 그리고 알릴 수 있는 곳에 이 사실을 알려 서명자를 늘려 나가자.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이 공약을 만들고 싶을 유혹에 빠질 만큼 매혹적인 선거 의제가 될 때까지 무한 RT, 광클, 펌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다하자. 이것이 지방선거 이후에 웃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태그:#따밥, #청소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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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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