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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화젯거리이자 재롱둥이인 앵무새 두 마리가 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큰 소리로 "찍 찍~~ "하면서 반갑게 맞이 해주는 것 같아, 새장 앞에 가서 "그래 잘 놀고 있었어?"하고 아는 척을 하면 걔들도 알아듣는 것처럼 조용해진다. 

 

또 화분 속에 들어가서 흙을 파내고 말썽을 피우면  "그럼 안 된다고 했지"하고 야단을 치면 하던 짓을 중단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짐승을 키우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앵무새가 새 중에서는 똑똑하다고 하는 말이 실감이 나기도 하고.

 

며칠 전 남편과 저녁을 먹으러 집을 나섰다. 밖에 나온 남편은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 어딜 가든 개를 안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앵무새들만 집에 두고 나오자니 왠지 이상하다"하며 집을 한 번 더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나도 남편의 말에 공감이 갔다.

 

그런 앵무새 두 마리는 지난해 11월에 우리 집에 왔다. 처음에는 새들이 하도 예쁘기도 하고, 어려서 잘 날지도 못해 풀어놓았다. 식구들은 앵무새를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려고 손으로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곤 했었다. 하지만 어리고 훈련이 되지 않은 앵무새들은 사람의 손을 무척 무서워했다. 그런 것을 잘 몰랐던지라 우린 계속 손으로 새를 잡으려고 쫓아다니곤 했었다.

 

그때부터 새들은 사람의 손을 더 무서워했던 것 같다. 새장 안에 있을 때에도 손을 넣어 잡으려고 하면 부리로 막 물려고 달려들기도 했다. 계속 그러는 새를 보고 저를 헤칠 거란 두려움이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얼마 전부터 들기 시작했다.

 

문제점을 알고 난 후, 한 달 전부터는 손으로 잡지 않는 다른 방법으로 훈련시키기로 했다. 손을 무서워하는 탓에 팔뚝을 내밀고 그 위로 날아오게 했다. 처음에는 무조건 도망갔다. 그래도 손으로 잡지 않고 팔뚝을 계속 내밀고 기다렸다. 가끔은 손으로 잡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정말 손을 더 무서워할 것 같아 참고 또 참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자연스럽게 팔뚝위에 올라와 앉더니  어깨로 목 위로 돌아다니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잘 놀기 시작했다. 그래도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려고 하면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배가 무척 고플 때쯤 되어서 손위에 모이를 올려놓고 기다렸다. 처음에는 그것도 마다했다. 수없이 반복 하면서 기다렸더니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앉아서 모이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이젠 손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없어진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빨리 와서 얘네들 좀 봐요!" 아들이 급하게 나를 부른다. 아들아이 손바닥 위에서 모이를 먹고 있는 앵무새들의 모습이 보인다. 정말 반가웠고 그동안 정성을 들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어머머 이젠 손 위에서도 모이 잘 먹는다. 성공이다 성공이야! 앞으로는 손으로 얘네들 잡지말자" 하곤 앵무새들이 모이를 먹을 동안 조용히 기다렸다. 

 

TV에서 방영되는 동물 프로그램에서 버려진 유기견들, 상처받은 동물들의 치료과정이 쉽지 않은 것을 보고는 놀라웠는데, 내가 기르는 새가 그런 반응을 보이니 정말이지 더욱 놀라울 뿐이다.

 

새가 변한 모습을 보면서  말 못하는 새들도 상처가 저리 깊은데 사람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손으로 잡으려고 했던 일을 곱씹으면서 혹시 내가 다른 누구한테 아무생각 없이 했던 말이 상처로 남게 한 것은 없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말을 할 때에는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새삼 들었다.

 

많이 달라진 앵무새를 보니 더욱 친근감이 생기기도 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앵무새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훨씬 좋은 모습으로 변해 갈 수 있을 것 같다.


태그:#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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