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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아침 서산 동의오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출근 선전전에 참가한 후 GM대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안천에 갔다. 지난 1월 민주노총 임원선거 당시 찾은 이래 다시 방문했다. 서문 건너 길거리 농성 천막은 여전했다. 몇 몇 동지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후 집중집회가 있는 날이라 집회까지 결합했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일정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다. 요즈음은 집회도 쉽지 않다고 한다. 회사 측이 집회방해를 위해 공장 곳곳에 집회신고를 선점하기 때문이란다. 명백히 집회방해를 위한 집시법위반이지만 집회 흉내만 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조가 길 건너편에 집회신고를 내면 경찰은 건너편 집회방해가 되기 때문에 불허한다고 한다. 조건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천막 속 좁은 탁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GM대우를 상대로 한 노동자들의 투쟁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였다.

 

GM대우 브랜드 '시보레'로

 

GM대우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 더구나 해고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문제는 쟁점사항이 아닌 듯 했다. 건너편 식당에서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전 위원장과 비정규직 지회 동지들과  설렁탕을 먹으며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누었다. GM대우 자체가 불안정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GM대우는 대우자판과 결별을 선언하고 GM대우라는 브랜드 자체도 '시보레'로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1993년 설립된 대우자판은 (GM)대우와 차량판매계약을 해왔다. 그러나 작년 말 지역총판제를 통해 판매지역이 절반으로 줄었고 이제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GM대우 브랜드의 경우도 이제까지는 GM으로부터 브랜드 로열티를 받았으나 시보레로 바뀔 경우 GM에 로열티를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우자동차는 GM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하고 언제든지 자본철수와 함께 청산의 위협에 처하게 된다. 그러니 비정규직 문제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민주노조

 

2007년 9월 2일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GM대우지부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했다. "정리해고 외주화 박살내고 민주노조 사수하자!"를 요구를 내걸었다. 집회 때 어디에 붙어야 할지 고민했던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조깃발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깃발을 굳건하게 세우는 일은 험난한 길이었다. '민주노조사수!'는 1987년의 구호였지만 20년이 지나서도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겐 보장되지 않았다.

 

○ 우리의 요구

- GM대우․하청업체들은 부당해고 인정하고 해고자들을 전원 복직시켜라!

- GM대우․하청업체들은 비정규직지회 인정하고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

- 노동탄압․부당해고 방치하는 노동부(경인지방노동청 북부지청)는 각성하고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라!

 

공장이여 잘 있어라! 2년간 비정규직 2000명 정리해고

 

그러나 GM대우 본사나 하청업체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그 해 12월 26일 박현상 조직부장이 부평공장이 내려다보이는 20미터 높이 부청구청역 CCTV관제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언론으로 보도된 대로 "GM대우, 에이엔티텍은 비정규직 해고자 즉각 고용 승계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투쟁하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를 중단하고 총고용보장과 노동자 살리기를 외쳤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치달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2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GM대우 공장을 떠났다.

 

1980년대 미국 GM 자동차 린든 공장의 노동자들은 명예퇴직의 이름으로 해고당해 공장을 떠났다. 그들은 쓰라린 가슴을 안고 "공장이여 잘 있어라!"(Farewell to the factory!)고 외쳤다.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업체로부터 강제무급휴직에 이어 희망퇴직이라는 정리해고를 당했다. 이를 거부한 30여명만이 남아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월~금요일 출근투쟁과 매주 목요일 집중집회 또는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멈출 수 없는 비정규직 투쟁

 

오직 '민주노조' 깃발을 부여잡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만으로는 결코 깃발을 지킬 수 없고 승리할 수 없다. 정규직, 비정규직, 산업과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연대를 조직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1987년 7,8,9 노동자 대투쟁에 이은 대중적 민주노조운동  23년이 지난 2010년 현재 정규직노동자들의 민주노조는 계급성, 민주성, 투쟁성을 상실한 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를 기회로 정권과 자본은 민주노조를 완전히 말살하기 위해 총력 공세를 펴고 있다. 그들은 1000만 명으로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산업예비군으로 삼아 노동계급 내부를 분열시키고 조직률 10%에 불과한 정규직 노동조합들을 공격하고 있다. 체제내화 된  한국노총을 이용하면서 민주노총을 고립분산 내지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비정규직노동운동 역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정규직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당해 투쟁하고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더라도 비정규직노동자들 문제는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GM대우 비정규직지회 해고노동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오후집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떠나왔다. 거대한 신자유주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곳에서 민주노조 깃발을 부여잡은 그들은 작은 영웅이다.


#GM대우#비정규직#민주노조#시보레#대우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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