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성들이 신체의 결점을 보완하거나 보정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패드', 일명 '뽕'의 변신이 거침없다.

지금껏 '뽕'은 여성 속옷인 브래지어에 사용되며 '뽕브라'라는 명칭으로 통용돼 왔다. 그런데 최근 속옷매장 등에 '뽕브라'에 대적할 만한 엉덩이 보정속옷이 등장했다. 속칭 '엉뽕(엉덩이 뽕)'.

사실 '엉뽕'은 혜성처럼 등장한 것은 아니다. 엉뽕 판매업체인 B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4년 전부터 이 엉뽕이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아는 사람들'에게만 판매되던 엉뽕이 최근 몇몇 언론에 보도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몇몇 연예인과 방송인들의 '엉뽕 착용 의혹'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성용 보정 속옷(왼쪽), 남성용 보정 속옷 (오른쪽)
 여성용 보정 속옷(왼쪽), 남성용 보정 속옷 (오른쪽)
ⓒ 이주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일 오후, 이 엉뽕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명동 일대 백화점 속옷매장을 돌아다녀봤다.

엉뽕은 손바닥만 한 패드를 탈·부착할 수 있는 제품과 엉덩이 전체가 패드로 되어있는 일체형 등 두가지다. A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체형은 6만 원이 넘고 탈·부착형은 3만 원 대다.

패드는 10mm 두께의 스펀지로 돼 있었는데, 스펀지가 구겨지면 안 되기에 손으로 비벼가며 빨아야 한다. 사람들은 비싼 가격·이용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보정 속옷을 산다. 예뻐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A사 속옷 매장 직원 최선영씨는 "정장 치마나 청바지 등을 입을 때 선이 예쁘게 산다"며 제품을 홍보했다. 

3~6만원짜리 스펀지 '엉뽕', 내 엉덩이의 자존심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서는 사람들이 왜 엉뽕에 매력을 느끼는지 알 수 없어 직접 일체형 속옷을 입어봤다. 특별히 불편한 느낌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 앉을 때도 이물감이 들지 않았다. 폭신한 무언가가 엉덩이를 감싸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옷맵시에서는 조금 차이가 났다. '보정' 효과가 있는 듯했다.

엉뽕의 매력에 빠져들려고 할 때쯤, 한 손님이 매장을 방문했다. 손님이 "어머니에게 선물할 속옷을 찾는다"고 하자 직원은 "이 제품이 처진 엉덩이를 받쳐줘서 어머니들에게 인기"라며 일체형 보정 속옷을 권했다. 최씨는 "노소를 가리지 않고 보정 속옷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엉덩이를 올려주는 '힙 업' 보정 속옷은 남성을 위한 것도 있다. A사는 한 달 전, 남성용 힙 업 속옷을 출시했다. 조종환 A사 과장은 "친구가 힙 업 속옷을 구매해 입은 후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며 "심리적 만족을 위해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섹스 심벌로 엉덩이가 부각되면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려는 분들이 구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0~50대 아저씨들이 주 구매층?

손바닥만한 엉덩이 패드
 손바닥만한 엉덩이 패드
ⓒ 이주연

관련사진보기


온라인에서 기능성 속옷을 판매하고 있는 B사 황건주 팀장은 "남성용 힙 업 속옷은 남성 고객들의 요청에 판매하기 시작했다"며 "제품 출시 전에는 여성용 큰 사이즈를 사서 입으신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제품의 경우 구매 연령대가 40~50대로 상당히 높다"며 "하체에 살이 있으면 튼실해 보인다고 판단하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부실하다'고 놀림 받던 마른 남성들이 콤플렉스를 해소하기 위해 속옷을 사 입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엉덩이 보정 속옷이 잘 팔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스키니진"이라고 말했다.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옷을 입다보니 빈약한 부분을 채우려는 욕구가 생겼다는 것. 그는 "요즘엔 가슴은 당연하고, 잘록한 허리에 빵빵한 엉덩이까지 갖추어야 몸매 미인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황 팀장은 "엉덩이가 큰 여성을 선호하는 미국 문화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보정 속옷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엉덩이가 그렇게 작지 않은 여성들도 더 키우고 싶은 마음에 속옷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 때문일까. 엉덩이 보정 속옷 제품은 잘 팔린다. 황건주 팀장은 "4년 전부터 여성용 제품을 판매했는데 판매량이 꾸준하게 증가"한다며 "여성용은 하루에 40~50개씩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엉뽕 들어간 성형 청바지도 있네

속옷 매장뿐 아니라 청바지 매장에서도 엉덩이 라인을 강조해주는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일명 '성형 청바지'. 운동화에 최적화된 후줄근한 청바지를 벗고 몸매 보정 효과를 자랑하는 고가의 '성형 청바지'를 입어봤다.

청바지를 입기 전 '이거 하나로 뭐 달라지겠나' 싶었는데, 착각인지 몰라도 확실히 힙 업이 되는 듯했다. 엉덩이 부분에는 탄력 있는 천이 덧대어져 있어 흩어져 있는 살들을 모아줬다. 여기에 원한다면 패드도 넣을 수 있다.

판매 직원은 "엉덩이 부분에 8mm, 11mm 두께의 패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며 "엉덩이가 빈약한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패드의 가격은 2만 8천원. 40만 원에 달하는 청바지에 패드까지 더한다면 상당한 고가다. 하지만 직원은 "한 번 이 청바지를 입으면 이것만 입게 된다"며 "고객들이 친구들을 데려와 공동구매 한다"고 설명했다.

킬힐, 패드, 거들... 과하면 건강 해친다

B사가 보정속옷을 판매하며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
▲ Before => After B사가 보정속옷을 판매하며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
ⓒ bodyshaper

관련사진보기


엉뽕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글루스> 블로거 'coldice'가 엉덩이 뽕에 대해 알리는 글을 올리자 누리꾼 '꿀꿀이'는 "뭐, S 라인의 굴곡은 첫 번째가 가슴이고 두 번째가 엉덩이니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일부러 뽕을 넣을 정도라니 좀 놀랍군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네이버> 블로거 '북극곰'은 "엉덩이 뽕 하나 장만할까봐요"라며 구매 의사를 밝혔다. 속옷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누리꾼 '개미'는 자신의 <다음> 블로그에 "여자들은 미를 위해서라면 참을성도 많아지는지 더운 한여름에도 엉뽕을 입으니 OO의 효자상품이 되었다"며 "우리 회사 사람들은 그냥 궁뎅이라 부르는 제품 주문이 어제 엄청 많이 들어왔다"고 즐거워했다.

반면 씁쓸함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화장품 판매 사이트 <cosinside> 내 유행통신 게시판에 올라온 엉뽕 관련 글에 누리꾼 '코린'은 "저도 길가다가 한 번 보고 막 웃었는데 (차라리) 열심히 운동 할래요"라고 말했다.

'보건의료학생연대 매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진우씨는 '엉뽕'에 대해 "사회가 원하는 몸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수단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라며 "이러한 패드를 착용했을 경우 운동이 부자연스러워져 근육 사용을 덜하게 되면서 피하지방이 더 쌓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킬힐에 발을 구겨 넣고, 거들로 허리를 조이고, 패드와 와이어로 가슴을 옥죄면 건강을 망치듯, 엉덩이 패드도 과도한 지방을 쌓이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꼭 S라인이어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적절한 근육과 적당한 지방을 보유한 채 살아가면 안 될까.


태그:#엉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