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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경칩) 영동 동해안에 내린 눈이 전국고등학교 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되는 오늘(10일)까지 계속 이어졌다. 아침 등굣길은 도로에 쌓인 눈으로 교통 혼잡을 이루었고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편 폭설로 아이들의 지각이 염려되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발걸음이 향한 곳은 교실이었다. 교실 문을 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명의 아이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아이는 원거리에 살고 있기에 평소에도 통학하기가 불편하였다. 그럼에도 이 학생은 지각을 한 적이 없었다.

 

고3에 올라와 처음으로 실시되는 학력평가에 기대를 거는 아이들이 많았다. 성적이 상위권인 이 여학생은 이번 시험을 내심 기다리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만에 하나 이 여학생이 시험을 못 볼 경우,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날씨 탓이라 생각하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

 

제1교시(언어영역) 시험을 치러야 할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 아이의 집에 전화를 해보았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요즘 연일 내리는 눈에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설 때가 많다고 하였다.

 

우선 어머니를 진정시킨 뒤, 그 아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녀석이 전화를 받은 것은 몇 번의 신호가 울리고 난 뒤였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녀석은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아 시내까지 걸어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내 전화를 받자마자, 녀석의 첫마디는 시험에 대한 것이었다.

 

"선생님, 시험 어떻게 됐어요? 제가 도착할 때까지 시험 시작하면 안돼요."

 

그리고 녀석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자신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시험을 보면 안 된다며 간청하였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오늘 치르는 시험에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말고 조심해서 학교에 오라는 주문을 하고 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녀석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교실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녀석이 교실 문을 박차고 교실에 들어온 때는 시험 시작 5분 전이었다.

 

"선생님, 아직 시험 시작 안했죠?"

 

녀석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하얀 김이 올라왔다. 머리와 교복 위에는 하얀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살아있는 눈사람을 연상케 했다. 그 아이의 모습에 교실에 있던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녀석은 자리에 앉자마자 마음이 놓였는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이 시험 치르는 것을 보면서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왔다. 폭설이 생활에 불편함을 많이 주었지만 그 아이의 열정만은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한교닷컴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연합학력평가, #폭설, #영동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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