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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의 비리와 학교예산을 적합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연이어 신문지상에 오르고 있다. 이중 방과후학교의 비리 등 교장과 관련 납품업체와의 문제, 호화 교장실 등 학교 예산이 적절하게 쓰이지 못하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1996년 법제화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운영위에 어떤 사람이 참여하고 어떻게 참여하느냐가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교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3월은 학교별로 운영위를 구성하는 달이다. 그동안 인천 부평구의 학교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해온 이들을 <부평신문>이 만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들었던 생각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들어보았다. <기자주>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있어야"

 박수영 부평의 A중학교 학부모운영위원.
박수영 부평의 A중학교 학부모운영위원. ⓒ 장호영

"운영위원을 처음 하는 학부모들이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데 학교는 제대로 된 교육 한 번 해주질 않습니다. 그냥 자료만 주고 올해 운영위원회는 무엇을 할 것이라고만 이야기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심지어는 활동을 몇 년 한 운영위원도 무슨 일을 해야할지 잘 모르는 모습을 보고는 많이 놀랐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부평의 A중학교 학부모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수영씨는 "그래서 문제가 있는 심의안건이 올라오면 왜 이런 안이 올라왔냐고 질문을 해야 함에도, 질문을 해야 하는지조차도 모르는 운영위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나마 15년 동안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에서 활동했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꼼꼼히 챙겨 교육청에 알아보거나 운영위원을 하고 있는 단체 회원들에게 물어 해결해왔다.

 

또, 회의자료를 검토하려면 최소한 운영위가 열리기 1주일 전에는 자료를 줘야한다고 박 위원은 생각했지만, 학교는 당일 날 주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박 위원은 여러 번 문제제기를 했고 그렇게 하고 나서야 1주일 전에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운영위원을 하려면 학교에 돈을 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내 자식을 위해 운영위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전체 학생들을 위해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활동하면 될 것 같아요. 학교도 학생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운영위를 바라봐야합니다"

 

박씨는 학교에서 운영위의 심의를 받지 않고 업체를 선정해 회의 안건으로 올리는 모습도 보고, 필요하지 않은 예산안을 올려놓고 운영위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는 모습도 봤다. 박씨는 "학교의 이런 모습은 운영위원이나 운영위를 무시하는 처사기에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하지 않으려면 운영위원들도 공부해야한다"고 했다.

 

끝으로 박씨는 "학교에서 예산이 적절한 곳에 쓰이지 못하는 문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영위가 잘 굴러가야한다"며 "지역교육청이 모든 운영위원들을 참가시켜서 운영위의 역할 등에 대한 강좌를 여러 차례 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결산소위 제대로 활동해야 학교예산 운영 투명"

 

 최희동 인천 부평의 부흥초교 교원운영위원
최희동 인천 부평의 부흥초교 교원운영위원 ⓒ 장호영

최희동 부흥초등학교 교원운영위원은 학교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10년 동안 운영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그 전에는 학교장이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했는데, 운영위가 생기면서 민주적인 학교운영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대부분 학교장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사람이 운영위원을 하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운영위 안에서 당연직 위원인 학교장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씨는 운영위원 구성을 보면 보통 교원위원은 교장의 말을 거스르기 힘든 교감이나 교무부장으로 위촉하고, 학부모위원은 학부모단체 활동을 하는 학부모, 지역위원은 학교 예산을 따오는 데 유리한 시의원이나 구의원, 동장 등을 추천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그렇다보니 교원위원이나 학부모위원은 학교장의 말에 그냥 따르게 되고, 지역위원은 회의에 거의 참가 안 하는 현상이 발생해 회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은 웬만해선 교원위원에 참가를 안 하려고 해요. 업무도 많은데 운영위원까지 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어렵더라도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에 관심이 많은 교사들이 더 많이 참가해야할 것 같아요. 학부모위원도 마찬가지고요. 학교는 운영위를 형식적으로 대해선 안 됩니다. 그래서 운영위는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가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교장을 제대로 견제하는 기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씨는 운영위가 잘되려면 활발한 소위원회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결산소위는 반드시 진행해야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예·결산을 처리하는데 소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운영위에서 간단한 질문만 받고 통과를 시킨다. 또 예·결산자료를 회의 전에 미리 주는 학교도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꼼꼼히 점검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결산안이 통과돼 교장실 호화 리모델링 같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씨는 한 학교에서 앨범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앨범소위를 꾸려 저렴하고 질도 좋은 업체를 추천했지만, 학교장이 이를 반대하고 학부모위원들도 학교장 편을 들어 좌절을 겪기도 했다. 당연히 질 좋고 가격이 낮은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기존 업체와 계약하겠다는 교장의 주장을 깨지 못한 것이다.

 

급식업체 선정과 관련해 최근 인천에서 '급식소위에서 순위 없이 교장에게 추천'을 하게끔 지침이 바뀐 것도, 최씨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앨범업체 선정처럼 소위원회에서 추천을 해도 교장이 마음대로 선정할 수 있는 구조인데, 교장의 권한을 더 크게 준다는 것이다.

 

최씨는 끝으로 "여러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운영위는 여전히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라고 생각해요. 학교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길 바라는 교사나 학부모가 더 많이 참가했으면 합니다. 또한 운영위의 역할을 강화해 운영위원들의 책임감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학교운영위원회란?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각 학교에 설치하는 의사결정(심의·자문) 기구의 역할을 한다.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 지역위원으로 구성되며 보통 전체 운영위원 중 교원위원 30~40%, 학부모위원 40~50%, 지역위원 20% 정도의 비율로 구성한다.

 

주로 3월에 운영위원을 선출하는데 학교는 먼저 교원위원을 선출하고, 학부모총회에서 직접투표로 학부모위원을 선출한다. 선출된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이 논의를 거쳐 지역위원을 선출한다. 참여 인원이 정원을 넘지 않을 경우 투표하지 않고 선출될 수도 있다.

 

학교운영위원은 학교의 예·결산 심의, 급식업체 선정, 현장학습 숙소와 버스업체 선정 등 학교 교육과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할 수 있다. 급식소위원회, 예·결산소위원회, 앨범소위원회 등 다양한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운영위원#교원운영위원#예결산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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