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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월19일 피의 화요일. 시위 도중 행방 불명되었던 16살의 마산 상고생 김주열의 시체가 왼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으로 신포동 앞바다에 떠오른다.

 

이 한장의 사진이 도화선이 되어 마산을 시작으로 3·15부정 선거와 자유당 독재에 항거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된 열기는 마침내 혁명의 불길로 타오른다. 시민들도 학생들의 대열에 합류했고, 국회의사당에서 경무대로 시위대가 향하자 경찰은 시위대에 무차별로 발포한다. 이승만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여 사태를 수습하려 하였으나 민심은 더욱 요동치고 있었다.

 

당시 언론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특히 동아일보는 이만섭(전 국회의장) 정치부 기자가 김주열 열사 변사사건을 특종으로 보도하였고 이후, '발포· 고문경관에 대한 수사는 왜 온정적인가'(1960. 04. 10) '마산시민을 공산당으로 몰지 마라'(1960. 04. 14) '마산사건을 적색으로 몰려는 정책은 위험'(1960. 04. 16) 등 연일 칼럼과 사설을 통해 다른 언론들과는 다른 보도행태를 취했으며 정부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군(軍)의 검열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검열 없인 신문발행조차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군 검열관이 신문초판을 사전에 확인하여 기사의 논조와 크기, 배치에 이르기까지 수정을 가했다. 4면밖에 발행하지 않던 인쇄판 초안을 검열관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확인하여, 제목 일부를 도려내고 활자를 뭉게는 건 기본이고 대체가 불가한 사진의 경우에는 검은색으로 덧입히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리고는 신문 전체면에 걸쳐 군 당국이 검열을 했음을 의미하는 '全面軍檢畢'(전면군검필) 낙인을 넣은 뒤에야 겨우 인쇄와 배포가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도 흰색의 여백이나 검은색으로 기사나 사진, 제목일부가 가리워진 검열자국은 네이버에서 서비스중인 <옛날신문> 서비스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국민들의 계속되는 퇴진 요구와 4월 26일 오전 10시 계엄사령관의 "시위대 발포 중지, 학생들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생각된다"는 발언 이후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성명을 발표하고 자유당 정권도 무너지고 만다.

 

당시 동아일보에 인기리에 연재중인 4컷만화 <고바우영감>도 예외는 아니었다. 번뜩이는 재치와 풍자를 통해 민의를 대변하는 <고바우영감>도 연일 난도질을 당하거나 말풍선이 삭제되는 수모를 겪는다.

 

검열해제가 된 4월27일 <고바우영감>은 4컷만화를 통해 이렇게 당시 심경을 대변한다.

 

"후유! 검열제가 철폐되어 이젠 나를 찾았는데... 그동안 많이 상했구나...."

 

감히 역사를 바꿨던 언론의 힘. 당시 동아일보는 압력이 굴하지 않는 언론의 본보기였고, 국민들은 동아일보를 보고 희망을 기대했다.

 

"당시 매일 기사를 썼는데 동아일보 차를 타고 취재를 하러 왔다 갔다 하면 시민들이 박수치고 만세 부르고 했어요. 김주열 열사의 시체를 빼돌렸다는 기사가 보도가 되고 그걸 본 전 국민들이 알게 되고 서울까지 확산이 되서 데모가 시작이 되고 4월 18일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시가행진을 했죠. 총탄이 날아오는 현장을 동아일보가 광화문에 있으니까 취재하러 뛰어다녔어요. 바로 앞을 총알이 스쳐가기도 했어요. 나이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고. 신문사도 몇 개 없었는데 자랑이 아니라 당시 동아일보는 아무리 압력이 와도 굴하지 않고 올바르게 썼어요."

-이만섭전 국회의장 2007.4.19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중에서

 

하지만 2010년의 동아일보는 과연 정론과 희망이 넘실대는 지면일까. 당시 혁명적 상황을 유감없이 보도하여 역사와 온 국민이 기억하는 동아일보가 언제부터인가 정권의 나팔수가 되었다고들 말한다.

 

4·19의 영혼들이 지하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50여년전에 보여준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잊었는가? 아, 동아일보여... 그때가 그립다"

 


태그:#4.19,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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