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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중국차견문록〉
책겉그림〈중국차견문록〉 ⓒ 이른아침
시골에서 자랄 때 실제 있었던 일인데, 몸이 좋지 않던 옆집 어르신이 어느 날 원기를 회복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분은 자기 집 똥통에 대나무를 꽂아 놓고, 그 대나무에 올라 온 물을 약으로 달여 끓어 먹었더니 나았다고 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어린 우리들에게 개구리 뒷다리를 잡아 오면 돈을 주곤 했다. 그분은 개구리 뒷다리를 달여서 보약처럼 끓여 먹곤 했는데, 그 때문인지 그 어르신은 다른 동네 분들보다 더 장수한 듯 했다.

그런 기억들을 되살려 보면 시골에서 자란 굼벵이, 뱀, 지네, 거머리 그 모든 벌레들은 진귀한 보약이 되는 셈이었다. 야생초 풀들이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것들이 없다고 하듯이, 시골 땅에서 자라는 벌레들 역시 그랬다.

박홍관의 <중국차견문록>에도 벌레가 만들어 내는 차가 나온다. 이름하여 '동방미인차'와 '충시차'가 그것이다. 동방미인차는 대만의 오룡차를 대표하는 차로서 찻잎에 달라붙어 진액을 빨아 먹는 벌레 때문에 생긴 차이고, 충시차는 벌레가 내놓는 배설물로 만들어 먹는 차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벌레는 단순한 '충'이 아니라 쓰임새에 따라 아주 '유용한 생물'임에 틀림없다.

"나는 이 시대의 차꾼으로서 차에 대한 열정적이고도 순수한 시각으로 중국 대륙을 견문했다. 마르코 폴로와는 달리 교통과 과학의 발전 덕분에 현지의 풍광을 생생한 사진으로 찍어서 책에 담아낼 수 있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 동안, 차를 생산하는 중국 12개 성을 중심으로 발을 내디딘 땅과 호흡한 공기,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는 차의 기운을 느끼며 기록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들어가며)
 
박홍관은 그가 밝힌 것처럼 복건성을 대표하는 '무이암차'를 시작으로 절강성의 '서호용정차'와 안휘성의 '기문홍차', 강소성의 '남경 우화차', 호남성의 '천량차', 운남성의 '보이차' 등 차를 생산하는 중국과 대만 현지, 그리고 북경과 상해 등 차와 관련된 모든 차 전문점들을 훑고 다녔다고 한다.

차에 문외한인 내가 더 끌린 것은 절강성 항주의 매가오에서 맛보았다는 '용정차'와 호남성에서 생산한다는 '천량차(千兩茶)'였다. 용정차는 탁한 피를 맑고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 차라 모두들 좋아하는 것이었고, 천량차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경외감 차원에서 가히 탄복할 만한 차였다고 한다.

그 중 천량차는 1양중으로 달아 파는 차가 천 냥의 무게가 된다고 하는데, 천 냥 무게가 나가는 차를 대나무로 싼 형태로 그 차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그 차를 만드는데 다섯 명의 인부가 동원되는데, 그들은 맨발을 벗고서 그 대나무에 둘러싸인 천량차를 돌리고 구르고 쪼고 또 누르는 동작을 반복하여 그 차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중국의 차와 대만의 차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박홍관은 중국이 수십 가지의 차를 만들어낸다면, 대만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만은 상품 전략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차도 중국보다는 대만에서 많이 유입하고 있는 차라고 한다. 더욱이 앞서 말한 '동방미인차'가 대만의 오룡차를 대표한다는데, 그 차는 우리나라 인사동 차꾼들 사이에서 선풍같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 책 끝머리에 벌레가 싸는 배설물로 만드는 '충시차'가 나온다. 충시차는 크게 두 종류라고 하는데, 하나는 대만이나 홍콩에서 습기를 머금은 오래된 보이차에 생긴 벌레의 배설물로 만들기도 하고, 또 화향나무 잎을 먹고 자란 벌레가 그 배설물을 내 놓는 것으로 만드는 경우라고 한다. 물론 비위가 약한 사람은 그것을 입에 댈 수 없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건강을 위해 그것을 즐겨 마셨다고 한다.

글쎄다. 시골 동네에서 여러 벌레들을 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그것들을 잡아서 끓이고 지지고 볶아 먹곤 했던 모습들이 생각나는데, 중국과 대만과 홍콩 등지에서 그것이 또 다른 차 문화로 쓰일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해 봤겠는가? 종류는 다르다 할지라도 그만큼 벌레도 차 문화에 유용하게 쓰이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아무쪼록 차 문화의 전통 고장인 중국 곳곳을 6년간 발로 뛰며 사진과 함께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고 있는 박홍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들여다보노라면, 현재의 중국차 산업을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것이 나아갈 방향도 감히 예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박홍관의 중국차 견문록 - 중국 대륙의 차 문화를 찾아 떠난 현장의 기록들

박홍관 지음, 이른아침(2010)


#중국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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