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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 드라마 <천만번사랑해>
 SBS 주말 드라마 <천만번사랑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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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에 관한 내용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SBS TV 주말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가 7일 끝났다. 극의 끝은 아름다운 해피엔딩. 하지만 대리모, 불륜, 위암, 치매, 자살 등 온갖 자극적인 소재가 믹스된 드라마에서 감동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떤 시청자는 울컥 한 듯,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온갖 엽기소재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다가 그저 끝만 행복하면 그게 해피엔딩이냐'고 지적했다. 글 쓴 것을 보아하니 처음부터 끝까지 열혈 시청한 시청자였던 것 같다. 문득, 얼마나 울컥했으면 해피엔딩인 마지막 회에 저런 시청 소감을 쓸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단 드라마의 인위적인 결말에 속상한 건 그만의 일이 아니다. <천만번 사랑해>의 애청자였던 필자도 드라마 끝에서 심한 배신감이 밀려왔다. 게시판을 보니, 드라마 소재에 관한 불만이 예상대로 한 두 건이 아니었다. 온갖 불편한 소재를 모아 만든 드라마는 많은 시청자의 기분을 참 짜증스럽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였다. 극의 끝에서 문득, <천만번 사랑해>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숭고한 기획의도 저버린 <천만번사랑해>

SBS 주말 드라마 <천만번사랑해> 기획의도
 SBS 주말 드라마 <천만번사랑해> 기획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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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드라마 방영 전 <천만번 사랑해>는 분명, 뚜렷한 기획의도가 있었다. '핏줄에만 집착하는 우리사회의 편협함과 이기심 또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숭고하기까지 한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들은 <천만번 사랑해>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되는 대리모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자성의 계기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중에는 필자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가 부디 엽기 소재의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알찬 내용의 명품 드라마로 완성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쪽대본과 시청률에 급급하는 현 드라마 세태에서 꿈이 너무 컸던 걸까? 숭고함을 날려버린 <천만번 사랑해>의 끝에서 지독한 배신감을 경험했다. 드라마 방영 내내, 숭고했던 기획 의도는 실종되어 없었고 대신 그 빈 자리에는 자극적인 소재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대리모라는 아픈 과거를 갖고 있지만 고운 심성을 갖고 있는 주인공 고은님(이수경)과 그녀의 남편이자 헌신적인 백강호(정겨운). 시청자들은 이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을 통해 대리모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고, 기획의도를 부각시키길 바랐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바람을 비웃는 듯, 상식을 뛰어넘어 전개되었다.

대리모라는 파격적인 주제만으로는 성이 안 찾는지 주인공의 갑작스런 위암 판정, 이어진 자살 시도, 생뚱맞은 시어머니의 치매, 볼썽사나운 불륜 등 온갖 자극적인 소재를 죄다 집어넣어 내용을 이어나갔다. 대리모 문제를 훌쩍 뛰어넘어,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드라마의 황당한 전개에 시청자들이 크게 실망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덕분에 극의 내용은 부실해 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만번 사랑해>는 극의 완성도에 신경 쓰는 것보다는 얼마나 더 자극적인 소재를 만들어내는가 하는 경연장 같았다. 드라마 방영 내내 대리모, 불륜, 위암, 치매, 자살 등의 자극적인 내용으로 마음 졸여야 했던 시청자들은 마지막 회에서야 비로소 인위적인 결말을 볼 수 있었다.

위암 판결을 받았던 고은님(이수경)이 수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백강호(정겨운)랑 함께 사는 것으로 끝이 난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인위적이기까지 한 이런 결말에 수긍하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될까? 이런 생뚱맞은 결말이 오히려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천만번사랑해> 제작진은 자신들이 제시한 기획의도를 제대로 지켰는가? 드라마의 끝에서 찬찬히 자성해 볼 문제일 것이다.


태그:#천만번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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