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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비롯한 시각예술 작품이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작품의 주제와 표현 방식이 독창적이어야 하고, 최종 결과물에서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나야 한다. 그리고 작품이 당대를 반영하면서 새로운 예술적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2000년대 초반 이후 한국에서는 사진전시가 수적으로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그와 더불어 완성도 높은 전시가 많이 개최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전시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은 전시도 많다. 작가의 정체성과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는 개인전에서도 '함량미달'인 전시는 비일비재하다.

 

 ‘Island’
‘Island’ ⓒ 이경희

 

 ‘Island’
‘Island’ ⓒ 이경희

 

 ‘Island’
‘Island’ ⓒ 이경희

3일부터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개인전을 개최 중인 이경희는 섬에서 찍은 사소하고 평범한 풍경과 사물을 인화지 위로 옮겨냈다. 모더니즘 사진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정된 화면구성이나 정확한 초점과는 무관한 표현방식을 선택하여 에너지가 넘치는 사진을 생산한 것이다.

 

소재가 특이하거나 웅장한 풍경, 굉장한 느낌을 주는 사건은 누구나 멋있게 카메라 앵글에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사진은 사소한 대상이라도 독특하고 개성적인 표현방식으로 재구성하여 작가의 개성과 정체성이 드러나고 작가로서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사진가의 표현방식을 흉내 낸 사진의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이경희가 발표한 작품들을 자세히 한 장 한 장 살펴보면 '충돌과 반동'이라는 시리즈로 유명한 중견 사진가 이갑철의 표현방식이나 그가 선호하는 표현대상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그리고 프레이밍(촬영 화면의 구도를 잡는 것)은 또 다른 중견사진가인 김홍희의 방식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작품 한 장 한 장에서 작가의 사진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므로 작가로서의 진정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이 간다. 하지만 표현방식이나 표현대상이 특정 사진가의 작품과 겹쳐지는 부분은 분명한 문제로 느껴진다.

 

이번에 개인전을 개최한 이경희는 사진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작가다. 그러므로 예술의 의미와 작품의 개념에 대해서 깊이있게 연구하고 학습하여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서 주제를 정하여 사진작업을 한다면 좀 더 의미 있는 작품이 기대된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은 전시였지만, 작가의 사진에 대한 열정에는 찬사를 보낸다. 예술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전시였다.

덧붙이는 글 | 기간: 2010-03-03~2010-03-09  장소: 갤러리 나우  


#예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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