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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한명숙 전 총리와 검찰의 운명적인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4일 한 전 총리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내달 9일 선고공판을 하기로 결정했다. 1개월 동안 매주 2~3차례 재판을 열어 신속하게 판결을 내리는 집중 심리 방식이다.

 

재판부가 집중 심리를 택한 것은 한 전 총리 측 변호인단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재판이 길어질수록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 전 총리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과 주고받는 공방이 언론에 길게 노출될수록 한 전 총리의 '도덕적 이미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호인단은 8일과 11일을 시작으로 매주 월, 수, 금요일에 공판을 열자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4월 9일 선고공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며 "(선거를 위해서도) 더 미루면 안 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검찰, 정세균 대표 등 27명 증인 신청... "망신 주자는 것"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마포구 노무현재단에서 검찰수사관들에게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마포구 노무현재단에서 검찰수사관들에게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 전 총리와 검찰은 8일 첫 공판부터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첫 공판에는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나란히 출석해 진실게임을 벌인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곽씨 진술이 거짓임을 재판부에 호소할 예정이다.

 

반면 검찰은 곽씨 외에 다른 증인들을 통해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27명에 달하는 증인을 신청했다. 이 중에는 곽씨가 돈을 건넸다는 식사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명숙공대위 관계자는 "검찰이 27명이나 되는 증인을 신청한 배경은 뻔하다"며 "재판을 질질 끌어 법정에 오래 묶어두거나, 공개적으로 망신 주자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변호인단은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7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박 전 수석 등은 한 전 총리로부터 부당한 인사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증언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또 한 전 총리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총리공관 현장검증을 요구하고, 곽씨의 검찰 조사과정을 담은 영상에 대한 열람 및 검증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2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총리공관에 대한 현장검증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또 검찰은 곽씨의 조사과정을 담은 영상의 열람신청에 대해 해당 영상이 있는지 확인한 뒤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31년 만에 법정에 서는 한명숙 전 총리, 긴 법정투쟁 될 듯 

 

내달 9일 선고공판이 열린다면, 그 결과에 따라 한 전 총리나 검찰 중 어느 한쪽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된다면 검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기획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한 전 총리의 지방선거 행보에도 탄력이 붙게 된다. 그만큼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선거전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수용해 유죄를 선고한다면 도덕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한 전 총리가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된다. 한 전 총리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반MB전선'으로 뭉친 범야권의 선거구도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 측은 이번 재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내달 9일 선고공판이 끝나더라도 2심과 3심이 남아 있어 한 전 총리 사건은 길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유죄 선고가 날 경우, 한 전 총리 역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지난 1979년 반독재투쟁 당시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구속 수감된 경험이 있다. 8일 첫 공판이 열리면 무려 31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되는 셈이다. 이번 검찰 수사를 "공작정치의 전형"으로 규정한 한 전 총리의 '32일 법정투쟁'(1심)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명숙#검찰#공작정치#서울중앙지법#곽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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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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