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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이 최근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을 고발했다고 한다. 그가 인사비리의 주범이라는 이유다.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전에서 '보수 단일화 운동'을 펼치는 등 공 전 교육감을 지지한 그 손을 씻지도 않은 채, 1년 반만에 고발장에 인주를 묻힌 것이다. 검찰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수사에 뛰어들었다.

뉴라이트, 공정택 지지한 그 손 씻지도 않은 채 '고발'

 2008년 7월 30일 밤.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공정택 전 교육감을 향해 한 지지자가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2008년 7월 30일 밤.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공정택 전 교육감을 향해 한 지지자가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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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주변 세력들이 사회정치생명이 끝난 공 전 교육감을 물고 늘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의 노림수는 없을까?

겉으로만 보자면 이들은 공정택과 '굳게 잡았던 손을 뿌리치는 연극'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선긋기는 현 정부의 인사비리 척결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망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한 2차 확인사살 푸닥거리로 인사비리시스템을 뜯어고칠 수는 없다.

비리의 주범은 공정택 일지 몰라도, 몸통은 따로 있는 탓이다. 그럼 인사비리의 몸통은 무엇일까. 바로 '낙하산 교장제도'와 '부평초(개구리밥) 배정제도'다.

집권세력 논공행상의 본보기는 공기업 임원자리 퍼주기였다. 이것이 낙하산 사장 탄생의 배경이다. 이는 어느 정권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교육계에서도 논공행상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교장자리 퍼주기다. 우리나라 교장배정시스템은 장기두기와 비슷하다. 교육당국이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장들을 제멋대로 꽂아놓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전국 국공립 초중고 대부분에서 낙하산 교장이 탄생한다.

사정이 이러니 교육청 출신 전문직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 강남 부자학교에 낙하산을 타고 줄줄이 안착해온 것이다. 좋은 학교에 가기를 원하는 현직 교장들도 교육청 인사들에게 줄 대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부모, 교사, 학생 등 옆 사람에게 눈길을 주기보다는 윗사람에게 충성경쟁을 해야 실익이 있는 것이다.

장기판에서 포와 차를 움직이는 것은 장기 두는 사람 맘이다.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을 보면 교장 배치는 교육청에서 사는 곳과 성별 따위를 따진 뒤 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래전부터 '장천감오백'(교장 천만원, 교감 5백만원)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부평초(개구리밥)처럼 떠돌아다니는 교장전보행태도 마찬가지다. 현행 교장임기는 4+4제도다. 하지만 4년 동안 한 학교에 근무하는 교장은 드물다.  많아야 2년 남짓 심지어 한 해 근무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나는 교장들도 많다. 좋은 학교를 찾아 나서거나 장학관 등 전문직 출신 교장에게 자리를 내준 경우다.

낙하산 교장과 개구리밥 배치제가 인사비리의 몸통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 국장으로 근무하다 강남 알짜 고교로 입성한 뒤 며칠 전 구속된 교장을 기억하시는가? 이 교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교장의 임기는 1년 9개월이었다. 물론 물러난 교장도 교과부와 교육청 장학관 출신이었고, 이 인사는 자리를 내준 뒤 곧바로 서울시교육청 국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알짜배기 고교 교장과 교육청 국장 자리를 '자기들끼리' 맞바꾼 셈이다.

이런 낙하산 교장배정시스템과 부평초 교장전보행태가 바로 인사비리의 몸통이다. 그럼 낙하산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명약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교육선진국이 하고 있는 교장공모제도다.

그런데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이 제도를 막고 나선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교과부였다. 교장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물론 능력이 되는 인사라면 누구라도 공정경쟁에 나설 수 있는 제도를 이들은 몸으로 막았다. 이것이 바로 최근 논란이 된 교장공모제의 '내부형' 빼돌리기 수법이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교과부 의뢰 보고서인 '교장공모제 학교의 효과 분석'(연구책임자 나민주 충북대 교수)이란 자료를 보면 '공모제 이후 학교 변화'에 대한 설문 결과에서 10개 항목 모두 내부형이 초빙형을 앞질렀다. 내부형은 일정 자격이 되면 교장자격증 소지자이든 그렇지 않은 자이든 응모할 수 있는 제도이고, 초빙형은 기존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응모할 수 있는 제도다.

교장공모제 참여 112개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6290명 표집을 벌인 결과 '학교경영의 자율성(3.96)', '학교발전의 계기(3.96)', '학교운영의 민주성(3.80)', '교직원의 업무의욕 제고(3.83)', '학부모, 지역사회 신뢰 제고(3.78)' 등 전체 10개 항목 모두에서 내부형이 초빙형보다 모두 높았다.

정말로 교육실용주의·자율화를 이루고 싶은가? 

 <중앙일보> 1월 23일치 보도내용.
 <중앙일보> 1월 23일치 보도내용.
ⓒ 중앙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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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 평교사 출신 공모교장으로 뽑힌 뒤, 교육모범을 만든 것으로 최근 신문방송에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이중현 경기 양평 조현초 교장은 "교장에 뽑히기 위해서 조현초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생면부지의 현행 낙하산 교장제도에서는 생각해볼 수도 없는 발전이다. 낙하산 교장은 그 학교에 대해서도 잘 모를 뿐더러 대표성도 없다.

행동보다는 입이 앞서고 있다는 평을 받는 MB정부에 제안한다. 인사비리를 막고 싶은가? 계급장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는 교육 실용주의를 하고 싶은가? 학교자율화를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교육 관료단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전면 확대하라.


#인사비리#공정택#교장공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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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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