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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보름 쇠듯'한다는 속담이 있다. 잘 먹고 잘 지내야 할 날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낸다는 뜻이다. 갈수록 살림살이는 궁핍해지고 살기가 팍팍한 요즘의 세태에 잘 어울리는 속담이 아닐까. 정월대보름 하루만이라도 제대로 챙겨보자.

 

조선시대 정월대보름날에는 집에서 기르는 개를 굶기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정월대보름에 개 먹이를 주면 파리가 모여들고 개가 수척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개 팔자 상팔자라는 얘기도 있지만 정월대보름에는 개마저도 예외였다. 그래서 여러 끼를 굶주린 처지의 사람을 빗대어 '개 보름 쇠듯'한다고 했다.

 

요즘 우리 서민들의 생활을 보면 딱 그 팔자다. 뼈 빠지게 일해도 사교육비와 늘어나는 세금, 오르는 물가를 넘어서기가 버겁다. 살림살이는 날로 궁핍해져 주머니사정도 여의치 않다. 어찌 보면 단 하루 굶는 개 팔자보다 못한 신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8일은(음력1월15일) 보름 중에서 가장 큰 정월 대보름이다. 정월 대보름은 풍성한 먹을거리와 놀이가 있는 축제일이다.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을 먹으며 한 해의 길흉을 점치고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를 팔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을 설, 한식, 단오, 추석 등과 함께 큰 명절로 여겼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해서 펼쳐지는 지신밟기나 당산제 등의 세시풍속놀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생활의 지혜와 삶의 애환이 서려 있는 세시풍속놀이에는 한 해의 안녕과 풍요, 그리고 가족과 이웃들의 복을 비는 마음도 담겨 있다.

 

정월 대보름날 해뜨기 전에 만난 사람에게 더위를 파는 풍속은 지역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주로 정월 열 나흗날 아침에,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2월 초하루에 더위팔기를 한다. 제주도에는 더위팔기가 없으며 자신의 나이만큼 더위를 파는 지역도 있다. 해뜨기 전에 상대방에게 더위를 팔아넘기면 자신은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믿었다.

 

음력 정월 대보름이 상원(上元)이다. 7월 보름을 중원, 10월 보름을 하원이라고 했다. 삼원 가운데 으뜸이 1년 중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이다. 농경국인 우리나라 대보름의 민속은 농경적이며 풍요를 기원했다.  대보름의 오곡밥은 삼국유사 사금갑의 약반에서 유래했다. 달이 가득 찬 날이라 하여 재앙과 액을 막는 제일(祭日)로 신라시대부터 시작됐다. 

 

다섯 가지(찹쌀, 차, 수수, 팥, 콩)이상의 곡식을 넣어 지은 밥이 오곡밥이다. 이는 새해에 모든 곡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있다. 대보름날에는 다른 성씨를 가진 세 집 이상에서 밥을 먹으면 운이 좋아진다고 하여 오곡밥을 서로 나누어 먹는 풍습이 생겨나기도 했다.

 

정월대보름 음식은 복쌈, 부럼, 묵은나물, 귀밝이술, 찹쌀가루에 대추와 설탕을 넣고 조린 원소병,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얻어먹는 백가반 등이 있다.

 

참취나물, 배춧잎, 김 등으로 밥을 싸서 먹는 복쌈, 이른 새벽에 밤, 호두, 은행 등의 부럼을 깨물며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빌기도 했다. 묵은 나물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여겨 호박고지, 가지, 마른 버섯, 고사리, 시래기 등의 나물을 무쳐먹기도 했다.

 

나물은 찰밥과 찰떡궁합이다. 햇볕에 말린 묵은 가지, 호박, 도라지, 토란, 시래기나물을 먹으면 한 해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

 

<동국세시기>에는 '보름날 한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하여 이것을 귀밝이술이라 했다. '찬술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1년 동안 귓병이 생기지 않으며 한 해 동안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정월대보름이다. 우리 서민들 부럼 깨물기와 귀밝이술 한잔으로 온갖 질병 다 떨쳐버리고 귀가 밝아졌으면. 묵은 나물에 찰밥 든든히 먹고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 이번 정월대보름날에는 줄다리기, 고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지신밟기 등의 대보름행사에 함께 참여해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월대보름, #나물, #찰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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