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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종의 하청 비율이 다른 업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임금 체불 및 노동조건 악화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조선업계 불황의 불똥은 하청업체들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비정규직 하청 비율이 매우 높다. 최근 한국 조선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경남 거제, 통영지역 조선업계의 하청업체는 쉽게 만들어졌다가, 일거리가 떨어지면 적당히 사라지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은 이곳저곳 업체를 옮겨다니기 일쑤다.

이 지역 한 중형 조선사의 경우, 본사 노동자는 400여 명인데 반해, 하청노동자는 65개 업체, 3500명에 이르고 있다. 즉 하청노동자가 본사 노동자의 9배 가까이 된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조선사도 마찬가지여서 사내 하청노동자의 비율이 평균 55%에 달한다. 이는 전체 업종 평균인 30%를 훌쩍 넘는 수치다.

"조선사 눈치 보기, 납품 대금 결제 지연 다반사"

중·대형 조선사들은 도급계약 해지를 통해 얼마든지 하청업체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따라서 하청업체들은 공정 및 납품 대금을 제때 못 받아도 원청업체에 대한 항의는 생각도 못하는 실정이다.

조선업계가 잘 돌아갈 때는 이 같은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찾아온 불황과 구조조정의 피해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제일 먼저 다가오고 있다. 소형 조선소에선 임금 체불이 이제 다반사가 돼 버렸다.

이아무개 하청업체 사장은 "조선경기가 불황인 상태에서 조선사의 말은 곧 하늘이다"라면서 "수주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눈치 보기는 당연시됐고, 납품 대금 결제가 미뤄져도 항의할 엄두를 못 낸다"고 종업원에 대한 임금 체불 이유를 설명했다.

하청업체의 한 노동자는 "같이 일하는 노동자 중에는 월급이 몇 달치 밀려 차를 맡긴 사람도 있고, 임금 체납된 부분이 몇 달 누적되다 보니 신용 대출도 못하는 형편이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하청노동자는 "3개월 전부터 며칠날 준다, 며칠날 준다 하면서 계속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벌써 회사에서 약속을 다섯 번이나 어겨 집에서 거짓말쟁이가 돼 버리고 신용도 엉망이 됐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푸념했다.

높은 하청 비율은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산업재해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원청인 조선사의 무리한 작업요구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경남 거제, 통영지역 조선업체에서 폭발사고 등으로 모두 7명의 조선소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대부분 하청노동자들이었다.

조선 하청업체의 한 노동자는 "우리는 작업시간을 많이 해야 돈이 되기 때문에 잔업을 많이 하고 있는 형편이다"라면서 "위에서 특정한 작업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하면, 우리는 그 일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예고된 수순일 수밖에 없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따라서 불황의 피해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기형적인 조선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선업계#하청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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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경남매일 편집국에서 정치.사회.경제부 기자를 두루 거치고 부국장 시절 서울에서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 8월6일까지 창원일보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지방 일간지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오마이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뉴스에 대해 계속 글을 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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