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상과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관장 김성재)이 개설한 '김대중 배우기' 네 번째 강좌가 2월25일 오후 7시 김대중 도서관 지하 1층 컨벤션 홀에서 열렸다.

 김대중 도서관 지하 1층 컨벤션 홀. 경칩(驚蟄)을 일주일 앞두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음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김대중 도서관 지하 1층 컨벤션 홀. 경칩(驚蟄)을 일주일 앞두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음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이날은 <김대중 정부와 복지사회 비전>이란 주제로 중앙대 사회개발원장 김연명(50세) 교수의 강의가 있었다. 참여연대 창립멤버인 그는 서민을 외면하는 선 성장이 정책의 기조였던 박정희 정권, 말로만 복지를 외쳤던 전두환 정권, 목소리만 컸지 알갱이가 없던 김영삼 정권의 복지정책과 비교하며 설명해나갔다.

김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복지정책 중에 핵심 업적 둘을 꼽았다. 첫째, 사회복지를 국가의 핵심 목표와 정책 의제로 부상시켰고, 둘째, 복지국가로 진화해갈 수 있는 '결정적' 토대 구축을 들었다. 후진국에서 선진국형 복지국가로의 진입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어 사회복지를 연구하는 학자 입장에서 아쉬웠던 점도 지적했는데, ▲ 사회복지의 토대가 되는 조제 주조개혁 ▲ 노동시장 유연화로 말미암은 전 국민 사회보험 정액요인 ▲ 극히 시장화된 사회복지 공급 구조개혁 등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복지재원 마련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비정규직의 팽창 유도와 이로 인한 전 국민 사회보험 적용 한계. 의료기관과 민간 보육시설 90%가 민간인이 운영하고 있어 개혁에 장애가 됐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IMF 외환위기와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과 함께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했고, 노·사·정을 출범시켜 금융·기업·노동·공공 4대 분야에 일대 개혁을 단행했었다.

자료에 의하면 김영삼 정권 마지막 해인 97년 최루탄을 134,405개 사용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던 98년에는 3,403개로 현저히 줄어들었고, 99년부터는 아예 사용하지 않아 인권국가로의 면모도 다졌다.  

이러한 노력 끝에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IMF 지원금을 예상보다 3년 앞당겨 전액 상환했다. 국가 신용등급도 A등급을 회복했고, 세계는 한국을 경제 우등생, 모범국가로 불렀다.   

김대중(정부) 복지 담론의 특징 세 개

 <김대중 정부와 복지사회 비전>이란 주제로 ‘열강’하는 김연명 교수. 수강생 두 분의 하얀 머리칼이 이채롭다.
 <김대중 정부와 복지사회 비전>이란 주제로 ‘열강’하는 김연명 교수. 수강생 두 분의 하얀 머리칼이 이채롭다.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김연명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복지 담론'은 독창적인 것은 아니지만 세 개의 특징이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국정 최고 지도자와 집권당이 복지 담론을 '국정목표'로 승격시켰고, 구체적 정책을 통해 친서민적으로 실천한 것이 지난 정권들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세 가지 특징 중 하나는 박정희 정권의 '선 성장'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재분배와 생산적 복지로 모두가 공유하면서 복지를 통해 균형발전으로 교정한 점을 들었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어느 한 집단이라도 경제성장의 열매를 분배받지 못한다면 결함 있는 경제 발전이 된다. 따라서 모든 집단이 충분히 참여할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생활을 독자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사람들(장애인, 노약자, 실업자 등)에게 그것을 공급해줄 사회적 의무가 있다." (1997년 김대중 '대중참여경제론' 중에서)

두 번째 특징으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으로의 사회복지를 들었다. 사회복지를 단순한 분배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각에서 인식했다는 점이 돋보인다는 것.

 농촌지역이 손해 볼 수밖에 없었던 당시 ‘지역의료보험’ 통합에 대해 설명하는 김연명 교수.
 농촌지역이 손해 볼 수밖에 없었던 당시 ‘지역의료보험’ 통합에 대해 설명하는 김연명 교수.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김 교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는 생산적 복지도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복지제도를 통한 무상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민이 정책을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러한 현상은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선거 공약만 믿고 국민 다수가 선택했던 이명박 정권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을 비롯한 각료들의 비도덕성이 누누이 밝혀지고 국민을 무시하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에도 지지율이 40%대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후기산업사회의 새로운 복지, 즉 '생산적 복지'를 꼽았다. 처음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생산적 복지'는 용어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세력들에게 전통적 재분배복지를 소홀히 하는 신자유주의적 입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생산적 복지는 일할 능력이 없는 국민에게는 최저생계비를 지급하고,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선진국형 복지개념으로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기틀을 마련했다.

국민의 정부는 소외된 계층을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생산적 복지를 도입했다. 전통적인 분배위주의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지식기반 사회에서 중요한 자활과 자립의 원리에 입각한 복지정책을 실행했던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상황에서 분배위주의 복지정책이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자활과 자립을 강조하는 정책이 중요한 것인가의 질문을 받는다면 둘 다 중요하다는 답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김대중 정부의 복지정책 평가

일본의 복지 제도를 조사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그대로 베껴와 '잘살아보세!'를 외쳤던 박정희 정권은 '선 성장' 정책을 펼치며 성장의 과실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과실을 모두가 공유하면서 재분배와 복지를 통해 균형발전을 꾀했다.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국민기초생활 수혜자 및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와 장애 수당 지원의 변화(출처: 김대중 도서관)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국민기초생활 수혜자 및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와 장애 수당 지원의 변화(출처: 김대중 도서관)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김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복지정책 중에 ▲ '기초생활보장법' ▲ '건강보험통합' ▲ '국민연금 시행', '고용산재 보험 확대와 의약분업'을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했다.

'기초생활보장법' 가운데 획기적인 제도를 몇 가지 들면 18세-65세 인구를 제외한 인구학적 기준을 철폐하고 수혜 기준을 완화하여 젊은 층들도 빈곤하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고, 빈곤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문제로 다뤘으며 나라에서 받는 혜택도 시혜에서 권리로 바뀌어 놓은 점이 눈에 띈다.

복지제도의 양축인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체계화, IMF 영향으로 소득이 감소했음에도 88년 국민연금 시행 이후 11년 만에 전 국민 연금시대를 연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기록이라고. 그러나 기금운용의 민주화와 정상화는 중요한 업적임에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가입 대상자의 1/3에 해당하는 6백만 명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대규모 사각지대로 전 국민연금 시대의 실질적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어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의료집단의 강한 저항을 무릅쓰고 시행한 의약분업은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국민의식을 개선했으며, 의약품 소비구조의 근대화로 항생제 처방률이 2000년 54.7%에서 2009년 30.9%로 감소하고 주사제 처방도 같은 기간에 60.8%에서 26.3%로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1999년에는 1인 이상 사업장까지 고용보험을 확대했고, 2000년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산재 보험을 적용해서 실질적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에게 적용하도록 해서 복지국가의 기반을 확대했다.

일본 모방에서 탈피하여 창조적 제도를 재구성한 '건강보험통합' 역시 400여 개로 나뉘어 운영되던 지역별, 직종별, 건강보험공단을 완전 통합하고, 가난한 농촌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지역 간 의료혜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등을 해결한 점 등은 한국을 복지국가의 '꽃'이자 의료의 사회 연대를 강화한 '세계적' 모델로 정착시켰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병행발전을 국정 기조로 삼았던 김대중 정부 복지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이 대통령을 떠받들던 나라를 대통령이 국민을 떠받드는 나라로 변화시켰다는 생각이 드는데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김연명 교수는 아시아권에서 복지국가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는 일본인데, 한국이 일본 다음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대중 정부가 갖는 복지정책의 역사적 의미를 세계 2차대전 이후 후진국에서 출발하여 복지국가로 진입할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로 만들었다며 강의를 마쳤다.

강의 시작에 앞서 미얀마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부총무 '조모아'씨의 인사가 있었다. 15년 전 망명, 최근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져 합법적인 체류를 하면서 고국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조씨는 생전에 미얀마의 민주화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해서 박수를 받기도.

(사단법인)'행동하는 양심' 준비위와 <오마이뉴스>가 후원하는 '김대중 배우기' 다섯 번째 강좌는 3월4일(목)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햇볕정책', 어디까지 왔나?"란 주제로 한겨레평화 연구소 김연철 소장의 강의가 있을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와 한겨레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대중#국민의정부#사회,복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