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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5일 오전 10시 10분]

대전충남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지역 주류회사에서 경비를 제공받아 해외 공짜취재를 떠날 예정이어서 비난이 일고 있다. 게다가 박성효 대전시장의 방문 일정과 상당 부분 중복돼 있어 기업홍보성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의 홍보성 취재 성격이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소주생산업체인 (주)선양의 지주회사인 에코원 선양에 따르면, 대전충남지역 언론사 기자 15명이 오는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아프리카 세이셸로 떠날 예정이다. 에코원 선양이 주최하는 세이셸 마라톤대회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오는 28일 열리는 세이셸 마라톤을 취재한 후 두바이를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다. 에코원 선양은 매년 대전에서 열리는 숲속 길을 달리는 피톤치드 마라톤과 맨발로 달리는 마사이마라톤을 본떠, 지난 2008년 2월부터 아프리카 세이셸에서 매년 약 300여 명이 참여하는 마라톤대회를 열고 있다.

세이셸은 아프리카 동남부의 '초미니 국가'로 인구 8만7000명에 면적은 제주도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2008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131달러에 이를 만큼 아프리카에서 가장 소득이 높고 유럽인들에게 인기 높은 고급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바닷가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높은 지대로 옮겨가야 하는 피해를 보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알리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정정합니다
당초 <대전KBS>와 <대전방송(TJB)>도 이번 공짜 해외취재에 동행하는 것으로 보도했습니만, 두 방송사의 경우 취재경비를 자체 부담하는 것으로 확인돼 정정합니다.
이번 기업 주최 해외취재에는 대전충남지역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주재기자를 비롯해 지역신문사는 <대전일보>와 <중도일보> 등이 동행할 예정이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 등도 참여한다.

에코원 선양 관계자는 "한꺼번에 모든 지역기자들이 동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 이번 방문단에 포함되지 않은 언론사의 경우 매년 연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꼭 취재가 필요하다면 해당 언론사에서 비용 부담해야"

하지만 전체 취재비용을 회사 측에서 제공하기로 해 홍보성 공짜 해외취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자들의 직업윤리를 규정하고 있는 언론인 윤리실천요강에는 '이해당사자로부터 금품, 향응, 무료여행초대, 취재여행의 경비 등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기업 취재가 공정성을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전충남민언련 관계자는 "꼭 취재가 필요하다면 해당 언론사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언론사와 기자들이 대거 홍보성 해외 공짜취재에 동행하는 것은 언론윤리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이라도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은 해외 공짜취재를 거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전참여자치연대 금홍섭 사무처장도 "지역의 대표적 기업의 하나인 주류회사는 누가 봐도 언론사의 이해당사자"라면서 "이해당사자에게 고가의 해외취재경비를 제공받는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코원 선양 관계자는 "마사이 마라톤 등 우리 회사가 주관하는 여러 대외적 프로그램이 많은데도 지역 언론인들이 평소 많은 관심을 가져줘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세이셸은 생태환경과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기 때문에 언론인들에게 견학의 기회를 줘 공익적 측면에서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의 주재기자도 "세이셸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매년 조금씩 섬이 잠기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지구온난화의 상징인 세이셸을 세밀히 취재해 그 심각성을 알리고 싶은 생각에 초청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장 일정과도 겹쳐... 대전시 "기자단 일정 모르지만 함께해줬으면"

한편 기자들의 이번 일정 대부분은 박성효 대전시장의 아프리카 세이셸 방문 일정과 상당 부분 겹쳐 있다. 박 시장은 아프리카 세이셸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문하며 조웅래 (주)에코원 선양 회장이 동행한다.

확인 결과 박 시장과 방문 기자단은 오는 27일 아프리카 라디그섬의 거북이 서식지 방문, 28일 마라톤 대회 및 한-세이셸 문화교류의 밤, 내달 1일 예정된 대전시장의 세이셸 대통령 예방 및 거북이 인수식, 세이셸 대통령과 박 시장의 기자회견 및 빅토리아 시장 주최 오찬 등의 일정이 겹친다.

이에 대해 대전시청 관계자는 "시장님은 아프리카 세이셸 대통령 초청으로 방문해, 외교부와 세이셸 명예영사와 협의해 회사(에코원 선양) 측의 초청으로 가는 기자단의 일정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장님과 세이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및 빅토리아 시장 주최 오찬 등 주요 일정에 기자들이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참여자치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해당기업 회장과 대전시장이 동행하는 해외방문길에 해당 기업체가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함께 간다면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기업체가 경비를 제공해 기업홍보와 자치단체장 홍보를 겸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프리카 세이셀의 미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경제협력 증진방안 등을 논의한 뒤 대전에서 에코원 선양이 마련한 리셉션 참석, 대전시와 우호협력협약 체결, 대전 계족산 황톳길 맨발 체험 등을 했었다.


태그:#언론윤리강령 , #경향신문, 한겨레, 중앙일보, #공짜 취재, #언론기자, #(주)선양, #에코원 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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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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