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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는 화석연료가 아니다"라며, '석유는 동물들의 시체가 쌓인 유기물이 오랜 기간 동안 온도와 압력을 받아서 변화한 것'이라는 '죽은 공룡 가설'을 비웃는 경제전문가가 있다. 그는 '석유는 지구 매우 깊은 곳에서 태초부터 존재한 물질'이라는 '비생물 기원설'을 믿는다. 왜? 1960년대부터 곧 석유가 동이 날 것이라는 학자들 우려와는 달리 석유가 더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경제전문가 이지효다. 이지효는 "석유 생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도표를 예로 들어가며 이야기한다. 그는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석유는 화석연료이고, 비재생에너지이다'라는 우리의 상식은 '석유는 화석연료도 아니고 적절히 관리하면 무한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참 놀라운 말이다. 글쓴이는 예로부터 경제에 몹시 약했다. 정치나, 사회, 문화 분야 기사는 언론사에 다니면서 많이 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경제를 다루는 기사는 한 번도 쓰지 못했다. 글쓴이가 다녔던 언론사에서는 가끔 '경제부 기자도 한번 맡아 보는 게 어떠하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다.

'경제' 하면 이상하게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늘 글쓴이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달세를 내는 방을 옮겨 다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근데, 우연찮게 이지효가 쓴 <한국경제, 기회는 어디 있는가>를 읽으면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한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그랬으니 이제부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금덩어리를 줍기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세계경제 속에 한국경제란 집 짓는 경제목수

이지효 경영전략가 이지효가 지구촌을 움직이는 경제 속에 한국경제가 지닌 껍데기와 알맹이를 돋보기로 크게 비추어 주는 <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북포스)를 펴냈다
이지효경영전략가 이지효가 지구촌을 움직이는 경제 속에 한국경제가 지닌 껍데기와 알맹이를 돋보기로 크게 비추어 주는 <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북포스)를 펴냈다 ⓒ 이종찬

"나는 기업들에게 경영전략을 조언해 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일까.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요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어렵다는데 현대자동차는 어떻게 되는 거야?' '유가는 왜 저렇게 올라?' 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제대로 답을 찾을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경제를 다룬 거창한 책도 많고, 주식차트를 분석하는 책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프롤로그' 몇 토막


경영전략가 이지효가 지구촌을 움직이는 경제 속에 한국경제가 지닌 껍데기와 알맹이를 돋보기로 크게 비추어 주는 <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북포스)를 펴냈다. '산업별 성장전략 꿰뚫어보기'란 덧글이 붙어 있는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경제 관련 책과는 그 뿌리와 떡잎부터 다르다.

'한국산업의 위기와 기회', '지구촌 누비는 자동차산업', '황금알 낳는 에너지 석유산업', '세계 뒤흔드는 태풍의 핵 철강산업', '지구촌 도박판 해운 조선산업', '금융산업의 허와 실', '진화 거듭하는 유통산업', '돈바람 일으키는 전기전자산업', '우물 안 개구리 한국 방송통신산업', '한국경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가 그것.

이지효는 우리나라 주요 산업을 다루면서 세계산업이 어느 곳으로 가고 있고, 그 속에서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곁눈질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는지 주춧돌부터 서까래까지 꼼꼼하게 되짚는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경제 속에 한국경제란 집을 짓는 경제목수처럼 한국기업들이 맞이하고 있는 기회와 위협까지 몽땅 다룬다.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이지효는 "한국경제는 환율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하나하나의 기업들이 모여 한국산업을 이루고, 하나하나의 한국산업들이 모여 한국경제를 움직인다"고 귀띔한다. 따라서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환하게 꿰뚫을 수 있다.       

현대차, 위기에 빠진 일본 도요타 집어삼킨다?

"자동차산업은 1300조 원이 넘는 거대한 산업으로 전세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전세계 자동차산업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60년 이상을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 군림해왔던 GM은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GM으로부터 1위를 탈환한 일본의 도요타도 창업 71년 만에 처음으로 2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23쪽,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산업' 몇 토막

자동차는 초스피드 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발이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오늘도 7억 대가 넘는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여기에 해마다 7천만 대나 되는 자동차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지효가 자동차산업이 "1300조가 넘는 거대한 산업으로 전세계 경제의 한 축"이라고 못 박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지구촌은 자동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GM이 파산보호신청을 했는가 하면 그 틈새를 뚫고 지구촌 자동차산업 1위로 우뚝 솟아오른 일본 도요타도 2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도요타는 여기에 더해 급발진 문제 때문에 800만 대 이상이나 되는 자동차에 대해 리콜에 들어갔고, 회사 측이 짐작하는 리콜 금액만 20억 달러에 이른다.

이렇게 계속 나가다가는 도요타도 GM처럼 어느 순간 스르르 무너질지도 모른다. 지구촌 자동차시장은 지금 이토록 시끄럽지만 우리나라 현대(기아)자동차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마구 흔들리고 있는 도요타 자리를 은근슬쩍 꿰찰 수도 있다는 그 말이다. 하지만 쌍용차와 대우GM은 파산위기에 내몰렸다. 왜 그럴까.

이지효는 이에 대해 "자동차산업에서 정설로 굳어진 논리가 규모의 경제"라고 말한다. 자동차 한 대를 새롭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큰돈이 들기 때문에 그 부담을 이겨낼 수 있도록 크기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지금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도 그동안 엔진을 중심으로 한 자체 기술력 확보에 땀을 쏟았기 때문이다.

이지효 '산업별 성장전략 꿰뚫어보기'란 덧글이 붙어 있는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경제 관련 책과는 그 뿌리와 떡잎부터 다르다
이지효'산업별 성장전략 꿰뚫어보기'란 덧글이 붙어 있는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경제 관련 책과는 그 뿌리와 떡잎부터 다르다 ⓒ 이종찬

은행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죽는다

"지금의 금융위기는 금융산업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금융상품 원래의 목적에서 한참을 벗어나, 단순히 상품을 위한 상품이 되어버린 무리한 구조의 상품개발과 금융기업의 본질을 벗어나 무리한 욕심을 부린 일부 투자은행들의 행동이 원인이었다."-169쪽, '자본시장통합법, 그게 뭐죠?' 몇 토막

금융산업은 돈을 움직이는 산업이다. 금융산업은 돈을 가진 곳과 돈이 필요한 곳을 이어주는 매개이다. 은행은 돈을 모아 필요로 하는 곳에 빌려주고, 두 이자율 차이에서 돈을 번다. 보험업은 가입자로부터 돈을 받아 사고가 생기면 약속한 돈을 돌려주지만 돌려주어야하는 돈보다 적게 상품을 만들어 돈을 번다. 증권업은 주식이나 채권 발행을 대행해주고 그 수수료로 돈을 번다.

근데, 무엇이 문제일까. 미국식 자본주의가 한국 금융산업에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예로부터 많은 권리를 가진 '오너'들이다. 이들은 '주주'를 중심으로 삼아 금융을 꾸리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 따르는 책임이나 근로자에 대한 책임은 은근슬쩍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이지효는 "이들은 '인력의 유연성'이 선진기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 한다"며 "물론 이것이 틀린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맞는 이야기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이며, 그에 맞는 권리와 의무"라고 말한다. 무조건 미국식 가치관을 주장하는 것은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에 큰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지효 그는 이 책에서 세계경제 속에 한국경제란 집을 짓는 경제목수처럼 한국기업들이 맞이하고 있는 기회와 위협까지 몽땅 다룬다
이지효그는 이 책에서 세계경제 속에 한국경제란 집을 짓는 경제목수처럼 한국기업들이 맞이하고 있는 기회와 위협까지 몽땅 다룬다 ⓒ 이종찬

우리나라 방송통신산업은 '우물 안 개구리'  

"방송과 통신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무선 또는 유선을 통해 주고 받는 것이다. 방송과 통신에 있어 차이는 방송은 그 정보의 흐름이나 방송국에서 시청자라는 단방향으로 흐르지만, 통신은 그 정보의 흐름이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쌍방향이라는 점이다."-256~257쪽, '쌍방향으로 이어지는 방송과 통신' 몇 토막 

이지효는 왜 우리나라 통신산업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우리나라 통신산업이 해외로 뻗어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내수시장에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산업이 발전하려면 고객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지구촌 으뜸 가입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더 이상 늘어날 고객이 없다.

무선통신업체들이 아이폰을 무서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요즈음 들어 아이폰 열풍이 뜨겁게 불기 시작하면서 무선통신업체들은 이미 크기가 정해져 있는 빵 조각을 놓고 서로 뺏고 뺏기는 싸움만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통신산업이 뻗어나갈 수 있을까. 그 답은 내수시장을 벗어나는 길뿐이다.  

이지효는 우리나라 통신업체들은 엔씨소프트를 본 받아야 한다고 귀띔한다. 그는 "엔씨소프트는 한국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2009년에는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새로운 게임인 아이온을 통해 미국시장 진출을 공격으로 시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도는 한국 게임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디딤돌"이라고 못 박았다.

이지효가 쓴 <한국경제, 기회는 어디 있는가>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자동차, 에너지와 석유, 철강, 해운과 조선, 금융, 유통, 전기전자, 방송통신 등 산업별로 나뉘어 태어나는 순간에서부터 자라는 과정,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등을 길라잡이처럼 이끈다.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돋보기 안경을 낀 것처럼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환하게 보인다는 그 말이다.

이지효는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지구촌에서 이름 높은 경영컨설팅회사인 The Boston Consulting Group을 거쳐 Bain &Company에서 이사로 일하며 한국과 일본에 있는 여러 대기업을 고객으로 기업이 크는 비법과 전략을 도왔다. 지금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경영대학원 Wharton School에서 세계 속 한국경제와 경영컨설팅을 연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이지효#한국경제, 기회는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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