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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잘못된 판단과 절차에 따라 부당하게 해임시킨 김정헌 위원장에 대한 모든 권한과 위상, 권리를 원상복귀시켜야 한다."(전병헌 민주당 의원)

 

"잘못된 판단이나 있지도 않은 사실 때문에 해임시킨 것은 아니다. 충분한 사유가 있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0년 첫 업무보고를 위해 17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의에 진땀을 뺐다.

 

특히 지난해 국회 미디어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의원직을 내놓고 원외투쟁을 벌이다 지난 1월 국회로 복귀한 천정배·장세환·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김정헌 위원장은 지난 2008년 12월 강제 해임됐다가 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지난 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복귀했다. 그러나 문광부가 법원 결정에 항고한 가운데 그의 후임으로 임명된 오광수 위원장과 함께 '동거 생활' 중이다. 현재 문화예술위원회는 '업무 혼란'을 명분으로 김 위원장의 본래 권한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돌아온 '천·장·최' 3인방,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 맹렬 비판

 

포문은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먼저 열었다. 그는 우선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유 장관과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내용을 제기했다. 당시 유 장관은 이 의원이 김 위원장의 해임사유에 대해 묻자 "연간 300억 원씩 기금 손실을 내면서도 거기에 대한 대책도 없었고 사유 중 '굉장히 무책임하다', '무능력하다', '부도덕하다'는 사유가 있었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판결문에 따르면 '해임 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일부 사유가 사실이더라도 해임에 이를 정도로 직무와 책임을 게을리 한 것이 아니다'고 돼 있다"며 "사실 유무를 떠나 원로 예술인을 '무책임하다', '무능력하다'고 한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당시 감사원에 지적된 결과가 정당하다고 생각했다"며 "공식적인 문서론 남아있진 않지만 기금 손실과 관련된 대책 마련을 촉구할 때 김 위원장이 '다 쓰면 정부가 해주겠지'라고 했다, 이런 분이 기관장에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최 의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최 의원은 "문제가 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손실은 김 위원장과 관계없이 복권기금에 소요되면서 생긴 것이고 기획재정부와 문광부에서 승인한 공문에 따라 펀드 투자를 하면서 생긴 것"이라며 "문광부가 파렴치하게 모든 책임을 김 위원장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 김 위원장이 바로 직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오광수 현 위원장은 상고심 판결까지 직무 집행을 정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유 장관을 압박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문화예술위원들이 그 부분을 놓고 몇 차례 회의를 했고 오광수 현 위원장이 업무에 관련해 직무를 보도록 일원화를 했다"며 "오광수 현 위원장을 해임시킨다면 그분도 또 소송을 하지 않겠느냐"고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여당 의원 "각자 입장이 있겠지만 국민에게 설득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이 이 사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며 유 장관의 지난 1일 발언을 꼬집었다. 당시 유 장관은 김 위원장의 출근에 대해 '잘했더만, 재미있지 않겠나"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천 의원은 "그 발언대로 이번 사태는 이명박 정권의 유인촌 문화부가 정말 지나친 탐욕과 폭압으로 연출한 한 편의 코미디라는 생각"이라며 "장관이 잘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인 만큼 김 위원장의 권한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만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에 대해 우려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은 "장관이 한 번 김정헌 위원장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각자의 입장이 있겠지만 국민에게 장관이 설득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말씀은 잘 알겠지만 이미 오래 전 오랜 시간 얘기해 본 기억을 갖고 있다,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좀 갖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한 기관에 두 위원장이 있다는 것은 무정부 상태"라며 "장관이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해임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 10일 당정회의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재해임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성윤환, "사퇴 3인방 복귀는 정치쇼"... 최문순, "한나라당 의원에게 들을 말 아냐"

 

한편, 이날 문방위에선 업무보고와 별개로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천·장·최 '사퇴 3인방'의 국회 복귀는 정치쇼"라고 비난해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성 의원은 "(천 의원 등이)신성한 의원직을 걸고 정치쇼를 한 것은 명백한 진실이며 어떤 국민들이 세 명 의원에 대해 용납하겠느냐"며 "국회의장이 수리해주지 않아 사퇴 못했다면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의원직 상실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고 세 의원을 맹렬히 비난했다.

 

고흥길 문방위원장과 주변 의원들이 몇 차례에 걸쳐 성 의원을 제지했지만 그는 미리한 준비한 원고를 끝까지 낭독했다. 천·장·최 사퇴 3인방은 이에 대해 격렬히 항의했다.

 

천정배 의원은 "의원직 사퇴는 바로 성윤환 의원을 포함, 한나라당 의원들이 재투표, 대리투표 등 불법적으로 날치기 한 언론악법에 항의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국민들이 선의로 (국회복귀에 대해)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논의할 여지가 있지만 이처럼 '뭐 뀐 놈이 화를 내는 형태'의 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도 "저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또 "물론 정치적 선택, 내용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상임위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느닷없이 그런 발언을 하시는 게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오른다,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고흥길 위원장도 "성 의원이 들어오기 전에 세 분 의원은 본인들의 정치적 결의와 의정활동 방향에 대해 말했다"며 "과거에 세 분이 어떤 발언을 했든, 신문이 어떤 비판을 했든 현 시점에서의 발언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 우리 위원회를 운영하면 되겠다"고 충고했다.


#김정헌#유인촌#최문순#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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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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