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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뮤지컬 보러 가잔다. 공짜란다. 지화자! 놓칠 수야 없지! 뮤지컬을 관람한 적은 손에 꼽을 만하다. 특별히 아내와 아직 애인 사이일 때 본 '현정아 사랑해!'라는 뮤지컬이 여전히 가슴에 남아있다.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따뜻한 내용이었다. 헌데, 오늘 뮤지컬을 본 느낌과 감동은 이전 것과 사뭇 달랐다. 다른 차원이랄까? '내용'이 아니라 '관계'가 특별했기 때문일 게다.

 

청소년 극단 '똘끼'가 펼쳐보인 뮤지컬 '그리스'  꿈 많고 순수한 청소년들의 사랑이야기, 방황하고 때론 반항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솔직한 이야기가 '그리스'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흐뭇해지는 뮤지컬이다.
청소년 극단 '똘끼'가 펼쳐보인 뮤지컬 '그리스' 꿈 많고 순수한 청소년들의 사랑이야기, 방황하고 때론 반항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솔직한 이야기가 '그리스'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흐뭇해지는 뮤지컬이다. ⓒ 고영준

 

내가 찾아간 곳은 미아 3동에 있는 유기농 찻집 '아삭'의 지하 소극장이다. 대학로가 아닌 강북에도 공연장이 있다니 감사했다. 우리 사는 마을에도 이런 문화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우리 마을 청소년표 '그리스'

 

1월 18일 단 하루, 오후 3시와 6시 2회에 걸쳐 공연이 펼쳐졌다. 3시에는 '사람사랑 나눔학교'(청소년 대안학교)학생들을 위해, 6시에는 지역주민을 위해서 말이다. 오늘의 뮤지컬 제목은 바로 '그리스'다. 포스터를 보니 버스타고 가며 한번 본 듯하다. '그리스(?!)' 어떤 이야기일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옆에 사람들을 보니, 중고생들이 많았고, 그의 아버지, 어머니뻘 되는 분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오늘 작품은 청소년극단 '똘끼'에서 준비했다. 청소년 극단이 있다는 건 처음 들어본다. 공부하느라 바쁠 청소년들이 극단을 만들다니, 어떤 친구들일까? 수준은 얼마나 될까? 이런 잡생각도 잠시. 공연이 시작됐다.

 

뮤지컬 '그리스'에서 농익은 연기를 펼쳐보인 청소년 극단 '똘끼' 멤버들 현란한 조명과 발랄한 음악 속에서 풋풋한 청소년들의 춤과 노래가 이어졌다. 눈물까지 흘리며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는 친구도 있었고, 어색한 연기 속에 나름의 웃음을 선사해 주는 친구도 있었다.
뮤지컬 '그리스'에서 농익은 연기를 펼쳐보인 청소년 극단 '똘끼' 멤버들현란한 조명과 발랄한 음악 속에서 풋풋한 청소년들의 춤과 노래가 이어졌다. 눈물까지 흘리며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는 친구도 있었고, 어색한 연기 속에 나름의 웃음을 선사해 주는 친구도 있었다. ⓒ 고영준

 

꿈 많고 순수한 청소년들의 사랑이야기, 방황하고 때론 반항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솔직한 이야기가 '그리스'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흐뭇해지는 뮤지컬이다. 다만 서구를 배경으로 한 내용인지라, 우리네 정서와는 다소 이질감이 있었다. 현란한 조명과 발랄한 음악 속에서 풋풋한 청소년들의 춤과 노래가 이어졌다. 눈물까지 흘리며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는 친구도 있었고, 어색한 연기 속에 나름의 웃음을 선사해 주는 친구도 있었다.

 

공연이 끝났다. 관람석에서 뿌듯한 미소를 지으시는 부모님들과 환호하는 친구들의 박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배우들과 관객이 어우러지면서 "우리 딸, 연기 잘~했어!", "엄마 아빠 와줘서 고마워요!" "와! 노래 잘하더라!"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친구들을 붙잡고 물어보았더니, 대부분 배우의 친구들이었다. 한결같이 "변한 친구(배우)가 멋지고, 저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부럽다"고 했다.

 

교회 성극에서 청소년 극단으로

 

뮤지컬 '그리스' 포스터 1월 18일 단 하루, 오후 3시와 6시 2회에 걸쳐 공연이 펼쳐졌다. 3시에는 '사람사랑 나눔학교'(청소년 대안학교)학생들을 위해, 6시에는 지역주민을 위해서 말이다. 오늘의 뮤지컬 제목은 바로 '그리스'다. 포스터를 보니 버스타고 가며 한번 본 듯하다.
뮤지컬 '그리스' 포스터1월 18일 단 하루, 오후 3시와 6시 2회에 걸쳐 공연이 펼쳐졌다. 3시에는 '사람사랑 나눔학교'(청소년 대안학교)학생들을 위해, 6시에는 지역주민을 위해서 말이다. 오늘의 뮤지컬 제목은 바로 '그리스'다. 포스터를 보니 버스타고 가며 한번 본 듯하다. ⓒ 고영준

청소년극단 '똘끼'는 4년 전 도봉감리교회 청소년 성극팀에서 출발했다. 매년 교회 청소년 축제에서 성극과 일반 뮤지컬을 공연해 왔다. 이렇게 저렇게 내공을 쌓으면서, 2010년 1월에 비로소 함께 사는 지역 사람들에게 문을 열고 나눈 첫 번째 행사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연극을 접하고, 연기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면서 이후로도 전공을 하고 싶어졌어요. 평범한 삶 속에서 연극 주인공들의 색다른 삶을 살아 볼 수 있다는 것이 연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극단 '똘끼'에서 연극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송유진 학생(18)의 이야기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어디나 그렇듯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해나가다 보면 많은 우여곡절이 생기는 법이다. 전문연극인들이 아닌 이상 시간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방학이라도 학원 공부에 치이는 아이들이 따로 시간을 내서 연습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저마다 일정이 다르고, 사람도 많아서 연습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고, 때문에 말썽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서로 도와가면서 준비해온 과정은 좋은 추억이었다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극단 '똘끼'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두 선생님이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대표와 연출을 맞고 있는 황지영 선생님(27)은 청소년 극단 '똘끼'를 창단하고, 벌써 수십여 명의 청소년들과 연극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황씨는 청소년들과 함께 '그리스', '방황하는 별들' 등 널리 알려진 작품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뿐 아니다. '똘끼'의 청소년들이 직접 줄거리를 만든 '아지트', '너에게'라는 작품도 무대에 올렸다. 여기에 올해부터 춤을 가르쳐주시는 김윤한 선생님(24)이 더해져, 보다 완성도 있는 연극을 선보였던 것이다.

 

"청소년들과 짜임새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을 이해하고 청소년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기존의 청소년 뮤지컬이나 연극도 좋은 내용이 많지만, 우리 친구들이 직접 만든 이야기를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황지영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에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잘 못한다고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윤한

 

청소년 뒤에는 '절친' 선생님들(왼쪽 부터 김윤환, 황지영) 극단 '똘끼'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두 선생님이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대표와 연출을 맞고 있는 황지영 선생님(27)은 청소년 극단 '똘끼'를 창단하고, 벌써 수십여 명의 청소년들과 연극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황 씨는 청소년들과 함께 '그리스', '방황하는 별들' 등 널리 알려진 작품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뿐 아니다. '똘끼'의 청소년들이 직접 줄거리를 만든 '아지트', '너에게'라는 작품도 무대에 올렸다. 여기에 올해부터 춤을 가르쳐주시는 김윤한 선생님(24)이 더해져, 보다 완성도 있는 연극을 선보였던 것이다.
청소년 뒤에는 '절친' 선생님들(왼쪽 부터 김윤환, 황지영)극단 '똘끼'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두 선생님이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대표와 연출을 맞고 있는 황지영 선생님(27)은 청소년 극단 '똘끼'를 창단하고, 벌써 수십여 명의 청소년들과 연극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황 씨는 청소년들과 함께 '그리스', '방황하는 별들' 등 널리 알려진 작품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뿐 아니다. '똘끼'의 청소년들이 직접 줄거리를 만든 '아지트', '너에게'라는 작품도 무대에 올렸다. 여기에 올해부터 춤을 가르쳐주시는 김윤한 선생님(24)이 더해져, 보다 완성도 있는 연극을 선보였던 것이다. ⓒ 고영준

 

청소년 뒤에는 '절친' 선생님들이

 

두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한 가지. 바로 청소년 사랑이다. 두 분 모두 청소년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두 분은 앞으로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더 많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청소년 극단 '똘끼'가 만들어 낼 우리네 청소년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전문연극인을 꿈꾸지 않더라도 한번쯤 연극을 하며 마음껏 끼를 발산해보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하지만 연기 지도를 해줄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연극을 펼칠 무대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아마도 이런 사람과 공간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커다란 행운과도 같은 것이리라. 청소년들이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안내해준 청소년 극단 '똘끼'와, 이들에게는 공연 무대를 지역주민에게는 좋은 문화 공간을 마련해준 '아삭 소극장'에 감사한다. 

 

청소년 극단 '똘끼' 멤버들과 함께 청소년극단 '똘끼'는 4년 전 도봉감리교회 청소년 성극팀에서 출발했다. 매년 교회 청소년 축제에서 성극과 일반 뮤지컬을 공연해 왔다. 이렇게 저렇게 내공을 쌓으면서, 2010년 1월에 비로소 함께 사는 지역 사람들에게 문을 열고 나눈 첫 번째 행사라고 한다.
청소년 극단 '똘끼' 멤버들과 함께청소년극단 '똘끼'는 4년 전 도봉감리교회 청소년 성극팀에서 출발했다. 매년 교회 청소년 축제에서 성극과 일반 뮤지컬을 공연해 왔다. 이렇게 저렇게 내공을 쌓으면서, 2010년 1월에 비로소 함께 사는 지역 사람들에게 문을 열고 나눈 첫 번째 행사라고 한다. ⓒ 고영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아름다운마을신문(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청소년 극단#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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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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