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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공원 경내 홍매꽃이 활짝 피어 참배객을 맞이 하고 있다.
 유엔공원 경내 홍매꽃이 활짝 피어 참배객을 맞이 하고 있다.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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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홍매가 추한 세상 속 봄비 맞으며 희망을 품고 꽃을 피웠다. 황령산은 온통 밤새 내린 하얀 눈으로 덮였다. 설 하루 전 일요일 남구대연동유엔 기념공원 안의 야트막한 정원에 홍매향기가 저만치서 달려온다. 엄동의 추위에도 꽃망울을 잔뜩 부풀렸다가 어느새 토도독 터뜨렸다.

햇살 속 활짝 핀 홍매는 마치 허공에 풍선을 뿌려놓은 듯하다. 긴 겨울의 끝을 기다리며 몸도 마음도 떨었는데, 정녕 봄이 가까이 다가왔다. 홍매는 매운 추위를 딛고 견고하게 자신을 추스르며 봄소식을 먼저 가져다준다. 고통 속에서 피어오른 꽃이라 그런지, 향기 또한 은은하고 맑고 그윽하구나.

호랑이 등타고 찾아온 봄 홍매를 피웠어요.
 호랑이 등타고 찾아온 봄 홍매를 피웠어요.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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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결코 굴하지 않는 당당함으로 어느 꽃보다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홍매를 들여다보면서 이 땅의 만물들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을 지켜내는 소금과 같은 존재로서 말이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자기 한 몸 아랑곳하지 않고 봄의 희망을 전하기 위해 인내하는 모습은 이 땅의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다.

지난 한 해 경제위기의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경기회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도 저 홍매와 같이 갖은 풍상 속에서도 내핍하면서 인고해 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은 게 어저께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홍매는 저렇게 꽃망울을 터뜨리며 생명을 노래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봄을 조바심해야 하니. 하지만 세상의 봄은 쉽사리 찾아들 것 같지 않는구나. 때늦은 눈이 산천을 덮고 있으니 말이다.

모진 겨울을 잘 견디고 피어난 홍매야 인간에게 희망을 주어 고맙다.
 모진 겨울을 잘 견디고 피어난 홍매야 인간에게 희망을 주어 고맙다.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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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내일이다. 인간에게는 설이 있어, 또 한 번 출발의 기회를 갖는다. 이번 설에는 온 국민이 홍매 꽃망울 터뜨리듯 희망을 피워 올렸으면 좋겠다. 부자도 가난한 이웃과 희망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 땅의 모든 국민들이 스스로가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으로 시련을 이겨내고 온 세상에 향기를 뿜어내는 홍매의 정신을 음미해 보시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한편 붉게 타오르는 불꽃 마냥 눈이 부시도록 피어나서 공원을 찾는 참배객들에게 숙연함을 보이고 있다. 매년 이 꽃은 부산에서 제일 먼저 핀다. 그래서 사진기자들이 봄맞이 기사로는 최고의 작품이 되고 있다. 관광객에게는 눈요기와 볼거리제공을 하는 귀한 봄꽃이다.


태그:#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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