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역정치는 '주민 없는 정치'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기득권 정치의 뿌리입니다. 풀뿌리 동네정치부터 바꿔야만 대한민국의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는 공동기획 '바꿔! 동네정치'를 통해 지역정치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작은 성공 사례 및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중앙정치에 예속된 소수 정당이 한국의 지역정치를 독점하고 있다. 게다가 그 소수의 정당은 토호세력과 밀착해 있다. 결국 지역정치는 오랫동안 토착세력에 의해 장악되어 왔다. 따라서 공고한 토착정치를 깨는 것이 정치 변화의 시작이다. 

 

이런 움직임이 이른바 '풀뿌리'에서 불고 있다. 풀뿌리운동을 통해 기반을 다져왔던 여러 지역이 '좋은 정치'를 일궈보자며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있다. 속초, 대구, 구미, 과천, 군포, 도봉, 노원, 관악, 마포, 광주, 여수 등이 그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지역이 강원도 속초다.

 

풀뿌리언론에서 시민사회운동으로, 그리고 풀뿌리정치로

 

속초는 일찍부터 시민운동, 풀뿌리지역언론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시민사회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역언론으로서 <설악신문>이 지난 1990년 5월에 창간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속초 시민사회는 형성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 이후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이 만들어지고 성장해오면서 지역사회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이곳 활동가들은 행정이 가장 긴장하는 집단, 속초시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집단은 시민단체라고 공통으로 말한다. 그만큼 지역사회 내 시민단체 활동이 대의명분을 얻어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속초 시민사회운동의 2010지방선거 직접참여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비판적 기능을 넘는 정치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속초 시민사회운동 활동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지난 2008년 여름부터 풀뿌리 정치 기획이 논의되고,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정치인을 배출하려는 과정은 이런 시민사회운동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시민사회운동단체가 본격적인 정치운동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민사회운동이 정치영역으로 확장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정치영역이 지역사회 변화의 첨병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가 가진 사회적 역할을 무시한 사회변화는 황망한 일이다. 그래서 정치 참여를 준비하는 시민·노동운동단체가 추구하는 비전이나 목표는 정치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한 지역적 토대를 만들고 풀뿌리 주민자치조직을 강화함으로써 '모두 행복한 지역사회'를 실현하자는 것이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다.

 

친환경무상급식의 조속한 실시를 위한 운동,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속초불축제' 반대운동, 그리고 지역경제를 위축시키는 '동우대학 이전'을 저지하려는 그들의 노력엔 '정치개혁'을 넘어서서 지역민들의 뜻을 기반으로 하겠다는 풀뿌리 정신이 녹아 있다. 정치개혁도 이러한 토대 위에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치참여를 준비하는 이들의 의지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을 간다

 

정치참여를 준비하는 시민․노동운동단체는 두 개 선거구에 각각 1명씩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인구 8만6천여 명(2007년 현재)의 속초시엔 7명의 지방의원이 있다. 두 개 선거구에서 각각 3명씩 선출되고 나머지 1명은 비례로 뽑힌다. 현 속초시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의 소속 정당은 비례를 포함해 한나라당 5명, 민주당 1명 그리고 무소속 1명이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싹쓸이한 것을 감안하면 평균적인 정당별 분할이다.

 

'가선거구'에 출마할 예정인 엄경선씨는 '설악신문' 취재부장으로 오랫동안 일했다. 현재 '투어설악닷컴' 대표이자 '속초지역무상급식운동본부' 정책담당을 맡고 있으며, '올바른 축제문화를 위한 연석회의' 간사를 맡았다. '나선거구'에서는 양천석씨가 준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설악신문' 특집국장 출신이다. 2006년에 출마하여 아쉽게 낙선한 경험이 있으며, '신체장애인복지회 속초시지부' 운영위원을 지녔다. 어려운 길임을 알면서도, 두 출마 예정자는 무소속을 택했다.

 

그동안 시민사회운동이 지방선거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당의 높은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만큼 정당이나 특정 기득세력에 기대지 않고, 한 명의 풀뿌리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모래사장에서 동전 찾기와 같다. 그만큼 지난한 일이다. 그 길을 풀뿌리가 뚜벅뚜벅 걸어가려 한다. 누가 부추긴 것도 아니다. 스스로 토론하고 선택한 길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험난한 길, 그러나 새롭기에 희망이 있는 길. 풀뿌리의 새로운 정치를 위한 걸음은 올해 이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동해에서 새로운 정치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한다.

 

다음은 엄경선(속초·고성·양양 진보사회시민연대 정책위원장)씨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

 

- 최근에 <설악의 근현대 인물사>(출판: 마을살림)라는 책을 냈는데, 속초·고성·양양 지역의 근현대 인물이 총 망라된 것 같습니다. 책을 내기 위해 꽤 많은 준비를 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정리한 자료들을 모아 책으로 낸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6.25전쟁 이후 수복된 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어떤 지역보다 사상과 체제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근현대사에 대한 기록, 특히 인물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의 행적은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지역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 이번 2010지방선거를 준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마 계기나 배경을 말씀해주십시오.

"제 자신이 나가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결심한 것은 아닙니다. 속초에는 여러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있습니다. 그동안 행정이나 의정감시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고,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왔다고 봅니다. 이러한 비판적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보자는 시민사회와 노동운동단체들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후보를 내보자고 얘기가 된 것입니다."

 

- 지금까지 활동한 내용과 출마를 위해 준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역에 몇 가지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친환경무상급식운동'입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서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배고파 굶주리는 아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것, 질 좋은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 외에도 무분별한 예산낭비 반대운동이나 '동우대학' 이전 반대운동에도 참여해 왔습니다. 한편으로, 지역의 여러 이슈들을 정리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속초의 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속초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낼 계획입니다."

 

- 무소속으로 나올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소속 당선은 한국 정치구조에서 참 어려운 일인데, 스스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겠다고 자청한 이유라도 있나요?

"외형적으로는 '가선거구'에 저 혼자 출마하는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저와 가치를 공유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출마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어려운 관문이긴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든든합니다. 의원이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와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꾸준히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나갈 계획입니다."

 

- 지방의원이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주민들이 행정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가 저의 화두입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는 '주민참여의 지렛대 역할'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혼자만의 의정활동이 아니라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밀접하게 공유하고 소통하려는 것입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고민하시는 분들, 아이들 교육 문제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행정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정당인'보다는 무소속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끝으로 출마를 준비하면서 부족한 점이나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속초에서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풀뿌리 속으로 더 다가가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풀뿌리가 더욱 튼튼하게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겁니다. 어려운 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책이나 비전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지방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여전히 지역사회에선 연고주의가 작동하곤 하는데요, 이런 난관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겠지요."

덧붙이는 글 | 김현 기자는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 실무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바꿔 동네정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