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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은 수도 없이 많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벤스, 렘브란트, 고야, 마네, 모네, 르느아르, 세잔, 고흐, 고갱, 마티스, 뭉크, 클림트…. 그러나 이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들은 모두 당대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화가들이며, 그들이 남긴 작품은 어마어마한 물질적ㆍ정신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미술 교과서나 유명 서적에 등장하는 이들의 명화를 한꺼번에 만나는 기회가 마련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전시장에서 '한 시간에 배우는 서양미술 2만년' 전이 열리고 있는 것. 프린트 된 작품을 액자에 끼워 전시하기 때문에 원작이 주는 감동이 전해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명작의 느낌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시대별로 잘 정리된 컬렉션을 통해 장구한 세월의 서양미술사를 쉽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에 내놓은 디지털 명화들은 구석기 미술,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ㆍ로마 미술, 중세 기독교 미술, 르네상스 미술, 바로크 미술, 로코코 미술, 신고전주의 미술, 낭만주의 미술, 사실주의 미술, 인상주의 미술, 후기 인상주의 미술, 20세기의 미술 등의 시간경과에 따른 미술사조별로 정리하고 있어 관람의 편의성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미술사조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그 시대를 대변하는 작가들의 대표작을 전시함으로써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디지컬 프린트 된 클림트의 '키스'. 감동이 없다는 것은 작품에 있어 치명적이다. 이 작품도 형태만 프린트 된 것이지, 클림트의 의도가 프린트 된 것은 아니다.
 디지컬 프린트 된 클림트의 '키스'. 감동이 없다는 것은 작품에 있어 치명적이다. 이 작품도 형태만 프린트 된 것이지, 클림트의 의도가 프린트 된 것은 아니다.
ⓒ 김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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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디지털 명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프린트 작품이 주는 밋밋함에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서양미술이 발전하며 선과 소묘를 강조하거나 색채를 중시하는 등 각 미술사조별 강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명화에는 그런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또한 전시된 작품이 실제 크기와 다르다는 점도 유의할 점이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실제 크기의 90% 정도로 제작, 자칫 원화의 규모와 혼동될 여지가 있는 것. 작품 감상은 다분히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고 미세한 차이 또한 크게 작용할 수 있어 이런 미미한 크기의 변화도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고전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 같은 작품은 전체의 일부만을 프린트한 부분도 임에도 마치 작품 전체를 보여주는 것처럼 전시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풍성한 미술의 역사는 미술가들이 새롭게 세상을 보고 열정적으로 표현한 노력의 결과다. 서양미술 이만 년의 시간을 어찌 한 시간 만에 모두 배울 수 있겠는가. 욕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본다면, 미술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만한 전시다. 3월1일까지 전시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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