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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외갓집은 

붉은 소나무 껍질

벗겨 만든 너와집

 

숯검정처럼 까만 밤이면

숭숭 구멍 난

지붕 사이로

하얀 달빛들이

기둥 타고 내려와 

방안 가득 헤엄치다

놀다가지요.

 

재 하나만 넘으면

외할아버지 사시는

북녘 땅인데 …

 

늙으신 할머니

고향집에도 돌아가지도 못하고

누렁이와 단둘이

사는 외갓집은

낡은 너와집 

 

모처럼 소풍처럼

놀러온 엄마는

아궁이에 청솔가지

태우며 저녁밥 끓이시고 

 

외할머니 눈에 연기가 들어갔나 

눈물 글썽거리며 

시집 간 딸이 그리워

재 너머 다니러왔다가 

그만 6. 25 전쟁이 터져

화전밭 일구며

살게 되셨다네.

 

오늘이라도

통일이 되면

한 발자국이라도

지척에 살아야 된다며,

 

서울 우리집에는

한번 놀러도 오시지 않는

고집불통 같은 

외할머니 

 

재를 너머 사는 

할아버지에게 

매일 같이

봉홧불처럼

 

나는 잘 있다고

안부처럼 소식처럼 

밥 짓는 연기를

모락 모락 올리시네

덧붙이는 글 | 너와집: 소나무 판자를 기와처럼 만들어 얹은 너와집은 강원도 첩첩산중의 대표적 전통가옥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굴뚝으로 빠지지 못한 연기가 너와 사이로 나와서 불이 난듯한 모습을 보인다. 


#외할머니#너와집#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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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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