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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편집국 문화부 차장대우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 '김기철'씨가 조선일보 2월 3일자에  <조선데크스 : 원조 '반미 지식인'의 충고>라는 사설을 올렸다. (글 바로가기

내용인즉, 얼마 전 타계한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행보와 '노암 촘스키'에 대한 국내의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이들이 미국에 아주 비판적이었지만 결코 미국을 증오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워드 진이 그랬단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내 책이 반미주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내 생각을 잘못 읽는 것이다. 나는 미국을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바꾸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지 미국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라고.

누가 뭐라나. 그런데 조선일보의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특정한 좌파적 아이콘이 '약간 수정된' 냄새를 풍기는 순간, 이 간격을 온갖 궤변으로 짜맞추기 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김기철씨는 하워드 진의 '진정한 가르침'을 한국에서는 외면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아주 이상한 곳에서 찾는다.

그는 대학시절에 진과 촘스키 탐독한 386 세대들이 논술학원 강사가 되어서 지금 '청소년들에게 일방적 이념교육'을 하고 있음을 개탄한다. 그리고 이의 결정적 증거가 바로 '2008 광우병 촛불'이란다.

정말 그럴까? 아마도 김기철씨는 몽상가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이러한 망상에 빠질 수 있다 말인가?

2008년에 촛불을 들었던 학생들이 '하워드 진'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10만원 걸고 한번 조사해보자. 나는 5% 미만일 것이라는데 걸겠다. 그리고 그 5% 중에서 '진의 사상'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 1% 미만이라는데 또 10만원을 걸겠다. 따라와라. 합이 20만원이다.

우리나라에서 논술은 '입시유형' 중 하나일뿐이다. 촘스키는 대학'입학'하고 연관이 되면서 언급이 될 수 있을 뿐이다. 386 논술강사들을 너무 '높게' 평가하셨나 보다. 그들에게 '논술'은 밥벌이일 뿐이다.

김기철씨는 앞서 언급된 '진과 촘스키'의 일부만을 접하는 '편식'으로는 미국의 10분의 1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또 나왔다. '전체를 알지 못하면서 어떤 말도 하지 마라!'. 이건 사실 보수들의 지긋지긋한 상황 회피용 레파토리다.

"친일행동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건 잘못이지만 좋은 일도 많이 했다~", "비록 죄는 지었지만 열심히 살았다~", "성폭행은 했으나 전체를 보면 이 사람이 '술'을 잔뜩 마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게 바로 '전체'라는 담론으로 '균열된 작은 틈'을 원천봉쇄하는 수법이다. 

사실, 김기철씨 스스로 매우 '부분적인 것'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논술 강사가 386 세대이면, 분명 강사의 대학생활이 삶의 '결정적 경험'으로 이후의 생애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그래서 386 세대가 촘스키를 강의하면, 분명 시험에 상관없이 본인의 '반미주의'만을 강요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학생들은 여기에 '무비판적으로' 혹~ 넘어갈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서 '촛불'을 들 것이라는 것.

물론 이러한 사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일반화하기 어려운지 '짐승같은 청소년들의 하루일과'를 조금이라도 눈여겨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대학'합격'에 있지, 대학에 들어가기 전의 '지적교양'이 아니라는 것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blog.daum.net/och7896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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