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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아이티 지진 구조 리포트는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119 구조대는 다여샛만에 샤워를 한 번하고, 잠자리가 모자라 모기장을 치고 한데 잠을 잤지만 외교관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방에서 매트리스와 맥주와 음료수까지 쌓아놓은 모습은 충격이었다.

 

특히 강성주 대사(주 도미니카)의 "스스로 안전을 책임지고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만 와달라"라고 한 발언은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인 대사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내용으로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보도가 나가자 외교부 홈페이지는 한 동안 접속이 잘 되지 않을 정도였고, 외교부는 29일 긴급성명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 때까지만해도 시청자들과 인터넷 공간은 <뉴스데스크>보도를 신뢰했지만 외교부 성명을 신뢰하지 않았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만 아이티 와라"?>기사를 통해 분노하는 누리꾼들의 모습을 전했다.

 

하지만 1일 <뉴스데스크>는 28일 강성주 대사 발언과 화면을 통해 비친 외교관들 생활 모습은 사실과 다르다는 사과방송을 냈다. <뉴스데스크>가 사과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난 달 30일 아이티 현지를 다녀왔던 119구조대원 한 분이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려 "5일 근무동안(17-21일) 첫날만 빼고 나흘은 샤워를 했으며, 열심히 일하는데 격려한다고 저녁 식사 후 휴식시간에 구조대원들과 봉사단원들한테 맥주도 다 주어 저도 2캔 먹었고, 매트리스도 다 깔고 잤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뉴스데스크>는 강성주 대사 발언은 "119 구조대원을 의식한 게 아니라 유엔사무총장 특별 대표와의 면담 결과를 전하는 내용이었는데, 보도에선 면담 결과라는 부분을 소개하지 않았다"며 사과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티 현지 보도에 대해 사과방송을 한 <뉴스데스크>
아이티 현지 보도에 대해 사과방송을 한 <뉴스데스크> ⓒ 뉴스데스크

이번 아이티 현지 보도가 왜곡 또는 오보로 밝혀지자 그 동안 <뉴스데스크> 보도 내용에 대해 신뢰했던 많은 시청자들은 큰 충격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 신뢰했던 것 만큼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뉴스에서 사실 보도는 생명이다.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하는 순간 언론은 흉기가 된다. 흉기가 된 언론이 얼마나 사회에 악을 끼치는지 우리는 지난 독재정권을 통해 경험했다. 권력이 사실과 여론을 조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때는 언론 스스로 사실을 왜곡한다. 이럴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뉴스데스크> 아이티 현지 보도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뉴스데스크>가 발빠르게 사과방송을 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철저히 조사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함께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PD수첩>같은 여타 다른 프로그램과 연관시켜 MBC를 왜곡방송 따위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티 현지 보도는 그 자체로 책임을 묻고 끝나야지 MBC 전체 문제로 삼아 권력 입맛에 굴복시키는 계기로 삼으려는 시도는 있을 수 없다.

 

오보를 내지 않은 언론은 없다. 어떤 언론은 의도적인 왜곡 보도를 하기도 한다. <뉴스데스크>의 이번 보도는 오보였을 뿐만 아니라 왜곡까지 해 신뢰를 잃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신뢰를 되찾는 길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사명을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진실만을 보도할 때 가능하다. <뉴스데스크>가 다시 신뢰를 되찾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또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이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먼저 분노하기에 앞서 전체를 따져보고 판단한 후 비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섣부른 비난과 비판은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이고, 비판하는 우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이번 보도를 통해 경험했다.


#뉴스데스크#아이티#진실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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