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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가막만에서 홍합을 건져 올리고 있다
 여수 가막만에서 홍합을 건져 올리고 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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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도 어디서 나느냐에 따라 팔자가 엇갈린다. 유럽의 홍합은 레스토랑에서 품격 있는 요리로서 선보인다. 한국의 홍합은 선술집 국물서비스용에 머문다. 그렇다고 유럽의 그 홍합과 한국의 홍합이 종자가 다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국내에서 양식되는 홍합은 대부분 유럽 등지에서 들어온 외래종이니 말이다. 섶이라 불리는 재래종 자연산 홍합은 귀한 존재라 언감생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홍합하면 일단 홍합탕부터 떠 올린다. 이해한다. 한국인에게 있어 국물은 유전자 깊숙이 뿌리박힌 인이나 마찬가지잖은가. 그래도 창조적인 미각의 소유자라면 가끔 색다른 요리에도 도전해봄직 하다. 그렇다고 두팔 걷어 부쳐야 할 정도로 어려운 요리도 아니니 겁먹을 건 없다. 맛객이 가끔 해먹는 홍합요리는 홍합볶음이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버터에 홍합을 볶았다
 버터에 홍합을 볶았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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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에 버터를 적당량 녹이고 다진마늘과 다진파를 넣고 볶다가 풍미가 살면 씻어놓은 홍합을 넣는다. 홍합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청주, 백포도주, 꼬냑 중에서 아무거나 한가지를 넣고(없으면 말고) 익힌다.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다진고추도 약간 첨가하고 팽이버섯을 3cm길이로 썰어서 넣는다. 마지막으로 링모양으로 썬 양파를 넣고 한두번 뒤적인 뒤 접시에 담는다. (레시피가 맞나? ^^) 참 후추도 약간 뿌린다. 여기서 요리의 포인트는 적절한 요리 타임이다. 팬에 버터가 녹는 순간부터 접시에 담는 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5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홍합살이 줄어들어 질감과 맛이 떨어지고 만다.

홍합꼬치구이는 술안주로 맞춤이다
 홍합꼬치구이는 술안주로 맞춤이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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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이 최근 감탄한 또 하나의 홍합요리는 카다케스 홍합꼬치이다. 이 요리의 레시피는 출판사 '예담'에서 펴낸 <피카소의 맛있는 식탁>에 나와 있다. 이로 보아 에스파냐식 요리가 아닌가 짐작된다. 그렇다고 그대로 따라하진 않았다. 나는 베이컨도 없고 월계수잎도 없는 불쌍한 중생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딱 감이 오는 이 요리를 포기할 맛객도 아니다. 이탈리아 요리사 주세페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리사란 요리만 하는 게 아니라 장소를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내가) 한국에 왔다면 이곳의 생선을 이용해서 해석하는 게 의무다"

그렇다. 에스파냐요리라고 해서 꼭 에스파냐식으로만 하라는 법은 없다. 난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요리를 하니 한국의 식재료를 이용하는 것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법원에서 줄줄이 무죄를 선고한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다. 해서 집에 없는 식재료인 월계수잎은 빼고 대신 대파를 넣었다. 또, 베이컨 대신 국산돼지고기를 넣었다. 자 그럼 요리를 만들어보자.

1. 잘 씻은 홍합은 오븐에 굽거나 냄비에 넣고 익힌다.
2. 홍합이 익는 동안 마늘을 까서 빻은다.
3. 빻은 마늘에 올리브유를 넣고 소금과 빻은 후추로 간을 한다.
4. 간장에 설탕을 약간 넣고 끓여 식힌다.
5. 돼지고기(비계가 약간 있어야 맛있다)는 70%정도 익도록 삶고 꼬치용으로 자른다.
6. 자른 돼지고기를 4의 간장에 담가 간이 배도록 한다. (30분~1시간이면 충분)
7. 홍합이 벌어져 적당한 크기로 홍합살이 수축되면 살과 껍데기를 분리해서 살점은 홍합육수에 담가둔다.
8. 대파는 꼬치용으로 썬다
9. 대파를 꼬치에 꿰고 돼지고기와 홍합을 취향대로 꿴다

10. 완성된 꼬치에 2의 마늘올리브유를 듬뿍 바른다.
11. 휴대용가스버너 불을 중불보다 살짝 약하게 줄이고 석쇠를 올려 홍합꼬치를 약 10여분 굽는다.
12. 구워진 홍합꼬치를 접시에 담고 레몬을 반달모양으로 썰어 한쪽에 놓는다.(레몬은 장식의 의미도 있지만 꼬치를 살짝 레몬에 문질러 먹으면 풍미가 새롭다)

홍합꼬치구이는 별미이다.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진다
 홍합꼬치구이는 별미이다.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진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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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카다케스 홍합꼬치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맛객 홍합꼬치이다. 맛이 어떻느냐고? 거짓말 조금도 안 붙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다. 대파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움과 향긋한 풍이, 불맛나는 꼬소한 돼지고기, 부드러운 질감에 감칠맛나는 홍합. 이 모든것들의 조화로움. 이것이 홍합꼬치구이가 지니고 있는 미각이다. 어린이들은 밥반찬이나 간식으로, 아빠들 술안주로도 아주 그만이다. 일단 확인해 보시라니깐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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