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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갈까?"

"아니요. 저 컴퓨터 할래요."

 

일요일, 싫다는 아이를 구슬려 목욕탕에 갔습니다. 오전이라 한산했습니다. 탕은 한 부자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때 밀기 어른 1만원, 아이 8천원. 맡기면 편하지만 부자지간 끈끈한 정을 포기하는 것 같아 직접 미는 게 최고지요. 머리 감고 탕 속으로 풍덩.  

 

"어서 들어 와."

 

어릴 때 탕 물은 왜 그리 뜨거웠는지. 세월이 흐른 뒤 '뜨거움=시원함'을 알았습니다. 하여, 아이의 매번 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뜨거워요?"

"아니."

"엇 뜨거. 아빠는 뜨거운데 꼭 아니라고 해요."

 

아이와 노닥거린 후 불가마에서 땀도 빼고, 냉온수를 오가는 사이 한 아버지가 때 수건으로 아이 등을 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때 미는 방법이 저와 다르더군요. 아이 때 밀려면 힘 빠지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몸을 미는 게 상책인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나저나 등밀이 기계에서 등을 밀고 난 후 대강 씻고 아들을 불렀습니다. 아이가 때 수건으로 밀면 아프다며 손으로 밀것을 강력 주문해 꼼짝없이 손을 밀어야 합니다.

 

"워~매, 때 좀 봐. 까마귀가 친구먹자 그러겠다."

"때도 없는데, 아빠는."

 

"아들 둘을 씻기려면 초죽음이죠. 그래도…"

 

등과 팔 다리를 밀고 가슴과 배를 밀려는데 간지럽다며 난립니다. 간지럼은 왜 그리 타는지 손도 못 대게 합니다.

 

"저 아저씨처럼 때 수건으로 민다? 손으로 밀려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때를 미는 사이, 연거푸 두 명의 아빠가 두 아들을 데리고 탕으로 들어섰습니다. 하나도 힘든데 두 명씩이나 씻길 그들을 생각하면 걱정스럽습니다. 아이에게 해방(?)된 후 불가마에서 몸을 풀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들어왔습니다. 그에게 말을 시켰습니다.

 

"아들 둘 씻기려면 힘들겠어요."

"아들 딸 하나씩 낳아 사이좋게 나눠 씻으면 좋을 텐데, 엄마 따라 여탕에 갈 나이가 지났으니…. 아들 둘을 씻기려면 초죽음이죠. 그래도 내 아인 걸 어쩌겠어요."

 

그를 보면서 1남 1녀를 둔 아빠로 행복(?)을 느낍니다. 그래서 요즘 "2녀 1남은 금메달, 1녀 1남은 은메달, 2녀는 동메달, 2남은 목메달"이라 하는지 모르겠네요.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그 아빠 아이 등을 밀고 있습니다. 어찌나 정성인지 애틋한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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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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