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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소깍 쇠소깍 테우
쇠소깍쇠소깍 테우 ⓒ 김강임

망장포 올레 망장포 포구 올레
망장포 올레망장포 포구 올레 ⓒ 김강임

기억속에 묻힐 작은포구 올레길

제주올레가 아니었더라면 그 길은 영원히 사람들 기억 속에 묻혔을 것이다. 그 길이 바로 작고 아담한 망장포구에서 하례리 포구로 향하는 계단길이다. 겨울이 무심할 정도로 노오란 감국꽃이 계단 옆으로 수를 놓았다.

하례리 포구 남원읍 하례리 포구
하례리 포구남원읍 하례리 포구 ⓒ 김강임

드디어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포구에 도착했다. 수심이 꽤 깊은 포구였다. 바다 위로 쌓아올린 방파제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하례포구에서 예촌망으로 가는 올레길은 오솔길 같기도 하고, 시골 밭길 같기도 하고, 산길 같기도 한 때 묻지 않은 흙길이었다.

왼쪽으로 바다와 억새가 너울대고 오른쪽으로 소나무 숲이 바다를 향한다.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함께한 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촌망으로 이어졌다.

해식애 예촌망 해식애
해식애예촌망 해식애 ⓒ 김강임

예촌망 해식애 연인들의 아지트

남원포구에서 13km 떨어져 있는 그곳이 바로 예촌망이다. 제주도에서 '망'이란 봉수대를 올린 오름인데 예촌망 어디에서도 오름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정의현의 구산봉수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예촌망 봉수터는 1960년대 이후 감귤원이 조성되면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해식애(해식과 풍화 작용에 의하여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가 일품이었다. 버들강아지와 가는 모래위에 자연발생적으로 솟은 기암괴석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예술작품 같았다.

그 해식애 아래로 바다로 통하는 길이 나있었는데, 그곳은 연인들이 숨을 만한 아지트 같은 길이다. 은신처 같기도 하고 유배지처럼 오시록해서 감정이 솟아나는 길이었다.

빗속을 걸으며 먹는 비스킷과 빗물

3시간 40분 정도를 걷다보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때 배낭에서 꺼낸 비스킷 맛은 일품이었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삭아삭 입안에서 버무려지는 고소한 비스킷과 입속에 스며드는 빗물을 함께 먹는 맛이란…. 아싸! 환상이다. 겨울 길을 걷는 재미가 이토록 흥겨울 수 있을까.

효돈촌 올레 효돈촌 올레
효돈촌 올레효돈촌 올레 ⓒ 김강임

제주올레 5코스 절정 '신소'

우비를 입고 걷는 효돈천 올레. 효돈천 주변으론 감귤밭 올레가 이어진다. 우비에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조화를 이뤘다. 건천인 효돈천에 있는 기암괴석은 각양각색이었다.

효돈천 주변에 난 올레는 다소 인위적이긴 했지만 푹신푹신 양탄자를 깔아 놓았으니 노약자도 걷기 좋은 산책코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빗속을 걷는 연인들의 모습과 아이들의 깔깔 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쇠소깍 '신소'라 부르는 쇠소깍
쇠소깍'신소'라 부르는 쇠소깍 ⓒ 김강임

뭐니 뭐니 해도 제주올레 5코스의 절정은 효돈천 하류에 숨어있는 '신소'다. 신소는 일명 사람들이 말하는 쇠소깍. 쇠소깍은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 하류에 있는 포구로 단물과 바닷물이 만나 깊은 물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호수라고나 할까. 그런데 너무 푸르고 맑아 포구라고 하기보다 호수 같다. 가을하늘이 이만큼 푸른빛일까. 가을 바다가 이만큼 푸른 물일까. 이 지구상에 맑고 푸른 것이 어디 '신소'만 하랴!

쇠소깍 쇠소깍에서 보트를 탈수 있다
쇠소깍쇠소깍에서 보트를 탈수 있다 ⓒ 김강임

쇠소깍 푸른물... 사람 마음같았으면... 

카메라 셔터를 몇 번씩이나 터트렸지만, 그 깊고 맑고 푸른 쇠소깍 물은 담아내지 못했다. 서귀포칠십리의 숨은 비경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쇠소깍. 깊은 수심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소나무 숲, 그리고 그 아름다운 풍광은 15km를 걸어왔던 올레꾼들의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녹이는 마약과 같았다.

"사람의 마음이 저렇게 파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말한다. 파란 것은 하늘이고, 바다라고. 그런데 파란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쇠소깍처럼 파란 호수였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5코스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는 15km로 4시간 30분 정도를 걸었습니다. 작은 포구길이 유난히 많습니다. 올레길마다 휴식처와 올레 우체국, 화장실이 설치 돼 있어서 걷는 재미가 나는 코스입니다. 포구 주변과 위미항 주변에 식당이 있어서 점심 해결을 할수 있으며 쇠소깍에서 남원포구까지 콜택시비는 1만 원이 나오더군요.



#제주올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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