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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개발이익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한 그동안의 재개발은 수많은 비리와 무법천지의 장이 되어 왔다. 또 작년 용산참사 이후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공공주도의 재개발 사업을 공언하고 나섰지만, 재개발 지역 주민들에 대한 강제 퇴거와 철거의 악순환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을 목표로 내건 재개발 사업이 저소득층의 주거 사정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것이 한국 재개발 정책의 현실이다.

 

지난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두 차례에 걸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아래 도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계류되어 있다. 21일 오후 이 의원을 만나 현행 재개발 사업의 근원적인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정희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개발이나 재정비 사업에서 언제나 토지소유자들의 권리만 인정되었고, 또 땅값과 아파트 값이 올라주었다. 그것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조차도 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 작년에 발생한 용산참사에 대해 현 정부의 '개발 지상주의 정책'이 빚어낸 참극이라는 견해가 존재한다. 용산참사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재개발 문제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용산참사까지 벌어진 데는 이명박 정부의 소통불가, 그리고 무조건 진압하고 보겠다는 태도가 상당히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 만 하루도 되지 않아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해서 진압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충분히 대화를 했더라면 거기에서 일정한 타협선과 양보안들을 서로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전혀 시도되지 못하고 진행된 것이 굉장히 가슴 아프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 있어야"

 

- 강제퇴거나 철거 문제가 여전히 되풀이되는 근원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시간은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대부분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다가 이자를 내가면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철거가 빨리 진행되지 않아 한 달 지나고, 일 년 지나면 엄청난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재개발 사업에 세입자들이 참여할 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강제 철거, 주거 이전비, 임시 상가 문제 등이 다 현안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 세입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세입자들이 '우리 의견도 들어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또 세입자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서 최소한의 정당성을 가지고 일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법이 인정하고 있는 보상수준이 대단히 낮은 데다, 그나마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상가 세입자들 문제다. 대부분의 상가들엔 권리금이 들어가 있는데, 보상비는 3개월 동안의 영업 이익 손해와 이사비용 뿐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주거 세입자들의 경우에는 주거 이전비, 임시주거시설, 공공 임대주택 이렇게 세 가지를 주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주거 이전비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에 주도록 되어 있는데 주지 않으니 세입자들로서도 버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강제 철거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유린이 생기고, 희망을 버리는 분들이 생기는 것이다."    

 

- 용산참사 이후 서울시에서는 여러 차례 개선책을 내놓았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서울시가 공공관리자 제도를 낸 것이 그동안 재개발이나 재건축 조합에서 거의 끊이지 않고 일어났던 비리와 부패를 좀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이라고 보기는 한다. 그 많은 사업조합 중에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이 안 걸리는 곳이 거의 없다. 거기다 시공사나 철거업체와 유착들이 생겨난다. 이렇게 되면 재정비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관리자 제도가 도입되면 이런 부패의 고리를 끊는 효과는 있는데, 그러면 구청이나 서울시는 그동안 깨끗했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이 부분에서 확실히 도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재개발 지역에서 나가야 하는 세대보다 새로 지어지는 주택의 수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특히 세입자들은 한 번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오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재정착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렇게 되려면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인데, 이게 잘되지 않고 있다. 뉴타운이 서울시 전역에 퍼져 있어서 지금 당장 사업 시기를 조정해서 순환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법 개정이 시급하다." 

 

- 그렇다면 재개발사업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가.

"토지소유자와 세입자들의 대립관계로만 가면 이 문제를 풀기가 대단히 어렵다. 현재 수많은 재개발, 재정비 사업조합들이 있는데 공공성을 확보하는 문제를 조합이 모두 자기 책임으로 떠맡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시 또는 관할구청 단위에서 광역단위 재개발을 하도록 하고, 거기에 대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금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할 비율이 17%인데, 그 비율을 넘을 경우에는 거기에 해당하는 부분을 공공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도시정비기금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것의 용처를 이렇게 만들어 가면서 순환개발식으로 가야 한다. 이명박 시장이나 오세훈 시장이 했던 것처럼 한꺼번에 서울을 다 뒤집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 시간을 가지고 사람들이 옆 동네 가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 작년에 두 차례 발의한 개정법률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작년 3월에 발의한 안은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서 임대주택 공급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또 재개발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개발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도록 고쳤다. 두 번째 발의안은 세입자가 주거이전비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이주단지 입주와 주거 이전비 중 하나만을 선택하게 하는 포기각서를 강요받는 사례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2월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태그:#용산참사, #이정희 의원,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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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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