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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들이 농협의 문제점을 제대로 꼭꼭 짚어주니 속이 시원합니다."

 

최근 농협 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불법 운동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6명의 후보가 출마한 경남 김해 진영농협의 합동 후보자 연설회장에서 한 조합원이 한 말이다.

 

21일 오후 2시 진영농협 조합장선거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열린 김해시 진영읍 진영문화체육관. 체육관 주차장은 더 이상 차량을 주차할 수 없을 정도로 승용차와 트럭, 심지어는 트랙터로 꽉 찼다. 또 체육관에도 900여명의 조합원이 자리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1900여명의 유권자 중 절반 가까이가 모인 셈이다.

 

김해선거관리위원회에서 준비한 의자 500개가 모자라 400여명은 유세장 뒤에 서 있거나 2층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농민이면서도 이날 만큼은 대부분 정장을 갖추고 연설회장을 찾은 조합원들은 50대 이상이 주를 이루었다.

 

후보자들이 연단에서 목청을 돋웠지만, 조합원들은 비교적 조용한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그렇지만 후보자가 목청을 한껏 올릴 때는 간간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정치인이 아니어서인지 다소 연설이 어색한 후보들도 있었지만, 조합원들은 진지하게 소견을 듣는 분위기였다.

 

환호와 구호도 없고, 지지후보의 이름을 부르거나 피켓 등도 사라졌다. 일부 후보는 연설과정에서 현 조합장에 대한 공격을 하기도 했고, 공격을 당한 현직 조합장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수치를 곁들여 상세히 설명하며 잘못된 공격을 바로잡는 여유와 경륜을 보이기도 했다.

 

김해선거관리위원회 백유흠 지도계장은 "농협 선거법상, 선거운동원을 동원할 수 없고 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 특정 지지후보에 대한 집단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농협마다 선거규정이 달라, 합동연설회가 있는 농협과 없는 농협으로 나뉜다"고 연설회장 분위기를 전했다.

 

간혹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자리를 떠나는 구태한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상당수는 마지막 후보의 연설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부는 체육관 입구에 삼삼오오 모여 고향사람들끼리 그 동안의 안부를 묻는 등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여기에서 조합장 후보자들의 면면에 대한 의견이 오가는 것은 당연한 일. "A후보는 참 똑똑 하더라, 농협의 문제점을 제대로 아는 것 같더라", "B후보는 연설하면서 힘이 너무 없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더라", "선거 때 뭐라뭐라 해도 경륜이 있어야지..." 등등.

 

한 조합원은 "예전에는 각종 정치 선거에서도 합동연설회가 있어 선거의 묘미도 있었는데, 이제는 합동연설회가 사라져 농협 선거에서나 옛 향수를 찾아볼 수 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날 연설회를 경청한 조합원 문태하(71)씨는 "후보자들이 농협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말들을 하는 것 같았다"면서 "연설회를 통해 고향 선후배들이 만나는 기회가 됐을 뿐 아니라, 후보를 선택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점숙(53)씨도 "후보들이 나름대로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면서 "후보들의 성향을 알 길이 없었는데 서로를 비교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김해선거관리위원회는 진영농협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 A씨를 위해 조합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B씨를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인근 상동농협도 10만원의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경찰에 고발조치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2일자 경남연합일보에 게재됩니다.


태그:#진영농협, #합동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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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경남매일 편집국에서 정치.사회.경제부 기자를 두루 거치고 부국장 시절 서울에서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 8월6일까지 창원일보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지방 일간지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오마이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뉴스에 대해 계속 글을 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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