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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경내에는 참 볼 것이 많다. 조계사의 본당과 함께 다양한 부속건물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건물인 우정총국, 민영환 선생 집터와 동상, 도화서, 전의감 등이 이곳에 있었다. 대충 조계사를 본 다음 뒤편의 '보성사(普成社) 터'로 간다.
          
대웅전
▲ 조계사 대웅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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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사는 보성학교 교내에 있던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인쇄했던 인쇄공장이다. 1919년 2월 27일 여기에서 독립선언서 3만 5천장을 찍었다고 한다. 당시 보성학교 이사장은 33인의 대표였던 천도교 교주 손병희 선생이었다.
            
보성학교 초대교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이종일
▲ 이종일 선생 동상 보성학교 초대교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이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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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사의 표지석 옆에는 '이종일 선생의 동상'이 있다. 보성학교 초대 교장을 지낸 이 선생은 최남선이 초안하고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를 넘겨받아 일제 몰래 밤새워 인쇄한 보성사의 사장으로 독립운동가였으며, 제국신문 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조선국문연구회 회장으로 한글맞춤법 연구에 공헌하기도 했다.  
            
목은 이색
▲ 이색 선생 사당 목은 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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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뒤편에는 고려 말의 대성리학자인 목은 '이색(李穡)선생의 사당'이 있다. 이런 도심에 사당이 있다니 놀랍다. 또한 그 옆에는 현 중동고등학교의 전신인 '중동학원 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고, 그 옆에는 한국인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高羲東) 선생의 작업실 터'를 알리는 표지석도 보인다.
      
한국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선생의 작업실 터를 알리는 표지석
▲ 고희동 한국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선생의 작업실 터를 알리는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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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동 선생은 한국 최초의 미술유학생으로 일본에 가서 서양화를 공부하였으며, 대한미술협회장, 대한민국예술원장,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좁은 터에 참 많은 표지석과 안내문, 사당, 동상 등이 있다. 놀랍다.

다시 조계사 경내로 들어오면 한국 최초의 우편행정관서로 1884년(고종 21) 병조참판 홍영식(洪英植)이 주도하여 설립된 '우정총국 청사'가 보인다. 현재 남아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건물이라고 한다. 내부는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우리의 우편제도의 역사를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우체국 건물
▲ 우정총국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우체국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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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선의 그림을 그리던 일을 담당하던 '도화서(圖畵署) 터'를 알리는 표지석과 의료행정과 의학교육을 관장하던 관청인 '전의감(典醫監) 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보인다. 또한 그 옆에는 '민영환 선생의 집터'였음을 알리는 표지석과 '선생의 동상'이 보인다.
         
조계사의 일부는 민영환 선생의 집터다
▲ 민영환 선생 조계사의 일부는 민영환 선생의 집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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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조계사 인근에는 유물과 유적이 많은 것 같다. 조선의 여러 관청과 절, 학교, 사당, 인쇄소, 화가의 작업실 터 등 순식간에 너무 많은 곳을 보았다. 조만간 시간이 되면 다시 시간을 내어 차근차근 둘러보고 싶다.

조계사 앞쪽으로 나오면 현재는 '대성그룹'이 쓰고 있는 건물이 보인다. 과거 5공 시절 '민정당사'로 쓰이던 이곳은 한국 정치사에서 국회 옆에 정당의 당사가 있지 않고, 청와대 인근에 집권당의 당사가 위치하던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구 민정당사 터 . 현재는 대성그룹이 쓰고 있다
▲ 민정당사 구 민정당사 터 . 현재는 대성그룹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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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의 군사독재정권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집권당의 당사가 언제든 청와대의 호출에 달려갈 준비를 하며 인사동에 자리를 잡았을까? 통산 국회가 있는 여의도나 그 인근에 정당 당사가 있는 요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웃음이 나오는 슬픈 과거사의 한 장면이다.

이어 조계사가 새롭게 템플스테이 사무국과 사찰요리점, 서점, 찻집 등을 위해 건축한 건물과 이웃한 지하에 유기농식당을 운영하는 제7일안식일예수재림교의 '중앙교회'와 이태리피자를 구워서 파는 1900년대 이태리 냄새가 나는 레스토랑 '아지오'가 보인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전부 100년 전 이태리의 민가나 식당에서 쓰던 물건을 직수입하여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패션디자이너 출신의 사장의 미적 감각과 안목이 돋보이는 특별한 레스토랑이다.
         
100년 이태리에서 수입한 물품으로 인테리어를 한 곳이다
▲ 레스토랑 아지오 100년 이태리에서 수입한 물품으로 인테리어를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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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보이는 것이 골목 안에 있는 '목인박물관(木人博物館)'이다. 몇 년 전 대구에서 활동 중인 한국화가 권기철 화백이 전시회를 해서 처음 가본 곳인데, 외벽의 담쟁이 넝쿨이 너무 좋은 곳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목조각상 전문 박물관으로 2006년에 개관했다.
           
목인(木人)은 목우(木偶), 목상(木像), 목우인(木偶人)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으로 마을 어귀에 세워진 장승이나 솟대 그리고 사찰과 신당에 사용된 주술적 성격의 목조각상, 혼례용 목안(木雁)과 제사용 목어(木魚) 그리고 상여에 장식된 목조각상 등 의례적 성격의 목조각상과 장수와 복록을 기원하는 목조각상 등 참으로 그 수와 형식에 있어서 다양함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목공예 박물관
▲ 목인박물관 우리나라 최고의 목공예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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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건물은 50년도 넘게 된 목조 건물과 콘크리트 건물을 보존하면서 전시 시설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지하는 라운지로 꾸며 상여에 부착되었던 꽃판을 전시하고 한국문화와 관련된 서적과 자료를 비치하고 있으며, 지상 1층은 갤러리이며, 2층이 박물관이다. 옥상에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정원이 꾸며져 있다.

간혹 전시회 구경이나 휴식을 겸한 산책 코스로 제격인 곳으로 조선시대의 다양한 목공예품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차도 한잔 할 수 있는 곳이라 가족 나들이 처로는 최고다.

목인박물관을 나와 인사동 안쪽으로 다시 들어서면 역시 공예품을 파는 곳으로 4~5년 전 멋진 건물을 지어 재개장한 '쌈지길'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지하에는 주로 식당이 있고, 1~3층까지는 공예품 전시장 혹은 수공예품 제작과 판매를 하는 곳이라 손님들이 많다. 특히 주말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번잡하기까지 하다.

나는 며칠 전 친구랑 만나기 위해 이곳을 지나다가 지하에 있는 작은 갤러리에서 영주시 풍기읍에서 과수농사를 지으면서 한지에 동양화를 그리는 강석문 화백의 개인전을 구경한 적이 있다.
             
인사동의 명소 쌈지길
▲ 쌈지길 인사동의 명소 쌈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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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인사아트센터'에서 본 적이 있는 그의 전시에서 나는 풍기역을 너무 아름답게 그려 놓은 것이 좋아 작품을 한 점 사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아직까지 실행하지는 못했다. 조만간 돈이 더 모이면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인사동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좌측에 인사동에서 유일하게 가게 앞에 주차를 할 수 있는 공터가 있는 65년 된 '수도약국'이 보인다. 원래 인사동 길을 넓힌다는 계획이 있어 건물을 신축할 당시 안쪽으로 들여서 지은 것이, 현재는 마당 혹은 주차장이 될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되어 좋은 곳이다. 인사동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주요한 포인트가 되어 나에게도 늘 감사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금 아래가 '해정병원'이다. 인사동에 있는 유일한 병원이다. 물론 작은 치과나 의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제법 규모가 큰 병원이 이런 비싼 땅에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나도 인사동 인근에서 3~4년 정도 근무할 때는 주로 이곳을 찾았다. 입구에 조제약을 전문으로 하는 약국도 있고, 규모도 큰 곳이라 편안하게 다닐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역사, 문화와 함께 하는 서울시 종로/중구 걷기 모임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daipapa



태그:#조계사 ,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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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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