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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인구 90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유니세프는 이번 아이티 지진 참사로 부모를 잃은 고아가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참사 이전 유엔어린이기금이 아이티 고아 수를 38만명 정도로 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다.

미국 CNN에서도 현지 고아원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아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도했다. 아이티에서 오랫동안 돌봐야 하는 고아 수가 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아이티 참사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미국, 대규모 아이티 고아 이송 계획... 이탈리아, 아이티 고아 입양 문의 폭주

아기를 안고 있는 아이티 어린이  
▲ 아기를 안고 있는 아이티 어린이 
ⓒ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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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퍼레이션 피에르 팬'이란 이름의 아이티 고아 집단이주·보호 프로그램이 마련 중이다. 미국 가톨릭 마이애미 대관구가 이번 지진 참사로 부모와 집을 잃은 아이티 어린이 수천 명을 플로리다로 이송해 보호·양육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이번 계획은 무연고 아이티 어린이들을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로 이송해 임시 보호시설에 수용했다가 아이티 가족들과 재회하도록 하거나 양부모를 찾아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이애미 300여 개 학교가 아이티 어린이들을 맡을 계획이며, 아이티 모국어인 크레올어 수업도 이뤄질 예정이다.'오퍼레이션 피에르 팬' 계획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플로리다 사회복지 당국과 교육 당국은 이미 교회 측과 협력해 마이애미 인근에 임시보호 시설 후보지 4곳을 물색해둔 상태다.

이번 계획은 쿠바에서 카스트로 공산정권이 세워진 이후인 1960년부터 1962년까지 쿠바 난민 고아 1만4000여 명을 미국으로 이주시켰던 '오페라 시옹 페드로 판'을 닮아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이티 아동 입양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탈리아 정부 내 국제 입양 위원회로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고아들을 입양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와 이메일이 폭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100만 유로의 예산을 긴급 편성해 입양 가능성 여부와 관련 문제 협의를 위해 노력중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정부가 입양이 예정된 100명에 대한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 외무부는 전세기 한 대에 100명의 고아들을 태워 네덜란드로 돌아올 예정이다.

한국 아이티 후원 열기 뜨겁지만, 장기 결연은 적어

아이티 대지진으로 다친 아이  
▲ 아이티 대지진으로 다친 아이 
ⓒ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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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듯이 한국에서의 아이티 후원 열기도 뜨겁다. 굿네이버스를 통해 18일 모금 5일 만에 5억5천만 원이 모이기도 했으며, 같은 날 네이버 해피빈과 다음 아고라를 통해서 각각  1억2000만 원과 5500만 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관련기사 : "안젤리나 졸리 100만불, 서울시는 10만불?")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아동 1:1 결연'과 같이 장기적으로 아이티 아이들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은 적은 편이다.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등 긴급구호와 해외아동결연을 같이 진행하는 기관 담당자들은 "해외아동결연 문의는 별로 없다"며 "1:1결연보다는 지금 돈, 물품 등을 직접 보내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자들은 "아직까지 아이티 대지진 참사와 아동 결연의 연관성을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긴급구호의 경우 단시간에 해당 지역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피해 지역 복구와 피해자 치료를 위해서는 장기 후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입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완치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현순 한국컴패션 홍보팀 대리는 "대지진 이후 아이티 후원 문의가 늘고 있으나 더 많은 후원자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리는 특히 "장기적 후원이 절실하다"며 "현지에서 등록되길 원하는 아동의 수는 많지만 후원자 수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아이가 다 커서 졸업을 해야 다른 아이가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신체적, 정신적 상처 치료 위해선 "장기적 후원 절실"

재난 지역에 주택을 지어주는 자선단체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는 대지진으로 큰 상처를 입은 아이티를 복구하는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티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데에만 그만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더불어 보건전문가들은 아이티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아이티의 상처는 몇 년에 걸쳐 관심을 갖고 치료해야 할만큼 그 깊이가 깊다. 전세계의 뜨거운 관심이 아이티로 몰리고 있는 것은 아이티 복구를 위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상처받은 아이티 국민들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아이티 아이들이 건강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1년, 2년 뒤에도 아이티를 기억할 수 있는 장기적 후원이 시작돼야 할 때이다.

아이티의 어린이  
▲ 아이티의 어린이 
ⓒ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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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아동 장기 후원 하려면?
한국에서 아이티 아동과의 후원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단체는 '한국 컴패션'이 유일하다. 현재 한국 컴패션을 통해 한국 후원자 1902명이 아이티 아동 2124명을 후원하고 있다. 지금 아이티 아동 후원 신청을 하면 '지정후원대기자' 명단에 올라가게 되며 이후 도움이 필요한 아이티 아이들의 명단이 확보되는 대로 아이티 아동과의 후원을 시작할 수 있다. 편모, 편부, 조부모가정, 장애아동 등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동 순서로 후원 결연이 맺어지게 된다.

월드비전, 세이브더 칠드런, 굿네이버스, JTS 등에선 아이티 아동과의 후원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 단체들은 "추후 아이티 아동에 관한 후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상황이 진정돼 후원 사업을 세울 수 있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박혜경 기자는 11기 인턴기자 입니다.



#아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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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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